2024-04-19 07:22 (금)
불암동 장어마을 이야기
불암동 장어마을 이야기
  • 김은아
  • 승인 2016.08.22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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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맛깔스러운 장어를 앞에 두고 첫인사를 주고받았다. 불암동 주민자치위원장님과 윗마을과 아랫마을을 대표하는 상인회 두 분을 만난 자리였다. 김해문화재단의 “만만한 문화기획학교”를 이수하고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 사업을 ‘불암동 장어마을 이야기’로 정했다. 불암동 거주하거나 직장을 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프로젝트팀은 기대감에 차 있다.

 김해시와 부산시의 경계선인 김해교 아래는 과거 ‘서낙동강의 황금어장’으로 불릴 정도로 호황을 이뤘다. 그물만 던졌다 하면 장어, 메기, 잉어, 가물치 등이 달려 왔다. “옛날에야 강에 그물만 던지면 장어, 메기, 잉어, 가물치 같은 고기들이 참말로 많이 잡혔지. 마을 아낙네와 부산사람들까지 다라이를 이고 고기를 팔러 다니기도 했었지.” 어획량이 풍부하니 이를 다루는 음식점과 도매상이 하나 둘 늘어났다. 그렇게 장어는 중탕과 장어탕으로 붕어매운탕과 잉어회 등은 식당의 주요 메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수질오염으로 어획량이 급격히 줄게 되면서 지난 1970년대부터는 양식 장어의 유통 중심지로 거듭났고, 붕어매운탕, 잉어회, 장어탕 등을 취급하던 식당은 장어전문점으로 탈바꿈했다. 1980년대 초ㆍ중반부터는 장어 소금구이와 양념구이가 성행했다. 그렇게 아름아름 생겨난 가게가 삼십여 곳으로 장어단지를 이루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04년 신항 배후도로 개설 공사로 인해 마을 일부가 철거되면서 기존 장어마을이 사라지게 됐다. 김해시는 장어마을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인근에 부지를 조성했고, 이것이 현재 불암동에 있는 ‘강변장어타운’이다. 신항 배후도로 개설 공사는 불암동 장어마을을 기존 윗마을과 새롭게 터를 잡은 아랫마을로 양분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암동에 ‘강변장어타운’이 조성되면서 기존 장어마을은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윗마을과 아랫마을은 거의 같은 비율로 장어식당을 유지하며 장사를 이어오고 있다. 양분된 장어마을은 기존의 명성이 많이 퇴색되고 예전부터 단골이었던 분들을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이 불암동 장어마을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좀 더 지나면 불암동 장어마을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래서 ‘불암동 장어마을 이야기’ 프로젝트팀은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다. ‘잊다, 잇다, 있다’. ‘잊다’ 우리는 잊혀져 가는 과거 장어마을의 이야기들을 수집, 기록하고자 한다. 사진, 영상, 녹취, 기사 작성 등을 통해 불암동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아왔던 잊혀져가는 마을의 옛 모습을 기억하고자 한다.

 ‘잇다’ 마을 사람들의 기억들을 SNS를 통해 연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래서 윗마을과 아랫마을의 연결을 위한 장어마을 지도를 제작하고 취재기를 기록한 책을 발간해 마을주민과 김해시민들을 이어보고자 한다.

 ‘있다’ 모든 이야기가 정리돼 그것이 책으로 발간되면 주민들과 시민들을 초대해 출판기념 토크콘서트를 열어 아직 이곳에 장어마을이 있음을 알리고자 한다. 이곳에서 잊었던 추억을 꺼내보고 서로의 추억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그 속에 우리가 있음을…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어 그 당시를 기억하는 분들이 사라지고 추억도 함께 퇴색되더라도 마을주민들과 잊혀진 추억을 꺼내고 그 속에 숨어있던 흥미로운 스토리를 찾아낸다면, 불암동의 옛영화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기회에 불암동 장어마을을 ‘서낙동강 황금어장’ 시절로 다시금 재현해, 사라진 흔적인 ‘역사의 화석’이 아닌 ‘현재의 역사’로 만들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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