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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지혜가 빛나야 할 이유
2016년 09월 11일 (일)
박재근 기자 jkpark@kndaily.com
   
▲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위기에 직면하는 순간 우리는 그것을 피해 삶에서 도망치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몇 번이라도 크고 작은 위기에 부딪히는 게 일상이다. 위기가 닥쳐올 때 도망치듯 포기하는가 하면, 반대로 단호하게 거기에 맞서 이를 완전히 혹은 일부 극복하는 경우도 다수다.

 근ㆍ현대사를 통해 정치인과 단체장 등이 1심 실형선고에도 불구하고 비난과 격려를 뒤로하고 상급심에서 뒤집힌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이 강조되고 있다. 실제 현역 국회의원과 광역 및 기초단체장 가운데서도 이 같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지사의 1심 선고를 두고 벌써부터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는 확정판결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보수진영과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진보진영 등 여야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기소된 홍준표 도지사는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1억 원의 유죄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법원이 망자(亡者)와의 진실공방에서 검찰의 손을 들어 준 결과다. 특히, 1심 선고라지만 현직 지사에 대해 실형이란 점에서 도민들의 자괴감과 당혹감, 명예실추 등 입장에 따라 온도를 달리하고 있다. 하지만 홍 지사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의 말대로 ‘올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대권을 꿈꾼 모래시계 검사출신 홍준표 경남지사는 모래성에 그친 결과는 물론, 권력층에 대한 범죄 척결로 ‘국민검사’로까지 불린 그가 오히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다. 또 오는 26일 도지사 주민소환 투표 여부도 정치여정에 걸림돌이 될지, 디딤돌이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성완종 리스트는 ‘MB정부 자원외교비리 사건’의 수사로 시작된 경남기업 비리 의혹사건에서 출발한다. 정관계 청탁 로비 의혹을 받던 경남기업 회장이 영장실질심사 전 자살, 시신 수습과정에서 A4 용지 8분의 1 크기의 메모지가 발견되면서다. 메모에는 김기춘,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외에 유정복(인천시장) 3억, 홍문종 2억, 부산시장 2억, 홍준표 1억,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 등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이 메모가 ‘성완종 리스트’다.

 이후 2015년 7월 검찰은 이 전 국무총리와 홍 경남지사만 불구속 기소하고 리스트에 적힌 나머지 사람들은 무혐의 또는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를 두고 야권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해당 사건을 대대적으로 수사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면서도 친박 핵심 6인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사건에 대해 홍 지사는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한다.

 그는 지난 8일 1심 판결 후 여의도에 있는 경남 서울본부에서 “성완종 리스트가 터질 그 무렵(2015년 4월), 내가 대통령 경선 이야기를 했다”면서 “그 이야기가 없었다면 아마 리스트에 내 이름이 없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도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때도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거론하며 “반기문 씨를 꽃가마 태우기 위해 가지치기하는 것 아닌가”란 말도 했다.

 또 “성완종 씨가 지난 2012년도 대선을 하면서 충청포럼을 만들었는데 그게 왜 생겼겠나”라며 “그런데 대선 때 돈은 자기들끼리 다 써놓고 왜 엉뚱한 나를 끌고 들어가나. 그래서 내가 판결 후 ‘저승 가거든 내가 한번 물어봐야 되겠다’고 한 것”이라며 톤을 높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대선 출마 입장에 자신을 견제하려는 목적에서 ‘리스트’에 이름을 포함시켰다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상급심을 통해 이를 밝히지 못하면, 허언을 도민에게 확인시켜 준 결과여서 실망만 더 안겨줄 뿐이다. 만약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의 말대로 정치일정은 다소 뒤엉켰지만 모래시계 검사출신 정치인이 꾼 꿈은 결과에 상관없이 다시 지필 수도 있다.

 하지만 1심 판결 후 도민정서는 간단하지 않다. 벌써 경남도정 현안의 추진동력 상실과 공무원 사기저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경남도는 유죄 선고와 상관없이 차질 없는 도정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도민들의 입장에서는 기우(杞憂)만도 아니다.

 경남도정 사상 첫 3개 국가공단 지정, 1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채무감축을 비롯해 혈세 먹는 하마인 거가대교 재협상과 ‘경남 미래 50년 사업’등 경남의 지난 역사에 비해 격을 달리한 공(功)도 많지만, 각을 달리한 과(過)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홍 지사는 “재판과정과 상관없이 흔들림 없이 공무원들과 단합해 도정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따라서 조직내부 불만 등이 표출될 수 있지만 목민관의 자세가 더욱 요구되기에 도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똘똘 뭉쳐야 한다.

 또 경남도정의 동력을 저하시키는 일은 어떤 이유에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 정파적 이념을 달리한다고 확정판결 전 사퇴를 강제하거나 강요할 일도 아니다. 홍 지사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경남도가 걱정이라면 도정을 흔들려 하지 말고 힘을 한곳에 모아야 할 때다. 태산이 한 줌의 흙을 사양하지 않듯, 도민의 무관심보다는 성원이 요구된다. 물론, 도민들이 원치 않는 도정위기를 맞았다고 하지만 자중지란은 득이 될 게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남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당당한 경남’의 발전을 위해서 담대하게 극복해 나가는 경남도민의 지혜가 요구될 뿐이다. 오늘도 내일도 오직 경남 발전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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