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6:50 (토)
김영란법, 또 다른 얼굴
김영란법, 또 다른 얼굴
  • 이대근 기자
  • 승인 2016.09.11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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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근 제2사회부 부장
 공산주의의 몰락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은 다양하지만 흔히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한 만큼 가져간다는 공산주의의 분배론이 거론된다. 인간 본성을 거스른 분배방식은 필연적으로 사회와 접목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남보다 더 많이 갖기를 원한다. 그것이 돈이 됐던 명예가 됐던 권력이 됐던 남 위에 올라서고자 하는 본성을 가진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은 똑같은 것을 거둔다면 이왕이면 적은 노력을 투입하기 원한다. 적게 일하고 많이 갖기를 원하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의 본성이 이러하다면 인간 본성을 이해하지 못한 공산주의는 몰락을 피할 수 없다.

 보통의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법이 금지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한다. 인간관계를 동원하기도 하고 때론 돈을 뿌린다. 법 지식이 없으면 변호사를 찾고 인맥이 필요하면 그 사람을 찾는다. 연대를 통해 모자란 힘을 보충하고 관계망을 넓힌다. 그것도 안 되면 집회나 단체를 동원해 힘을 과시하기도 한다. 그것이 인간사회다.

 김영란법은 투명하고 부정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힘 있는 사람, 영향력 있는 사람을 동원해 청탁하거나 부당한 압력을 가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이 법이 가고자 하는 목표지점이다. 이 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3ㆍ5ㆍ10과 같은 규제수단이 인간의 이런 본성을 억누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과연 가능할까. 아마 많은 사람들은 당분간 눈치를 보며 이 법의 허점을 찾는 데 혈안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틀림없이 자신의 뜻을 관철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인간사회의 악습과 폐단을 없애기 위해 숱한 법과 제재수단이 나왔지만 인간은 비웃기나 하듯 언제나 그래왔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 법은 강자의 편이 된다. 사회적 약자는 김영란법을 피하기 어렵다. 규제가 강할수록 힘 있는 자들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넓어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 법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청탁에 자유로워진 관료집단이 공평무사하고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 믿음이 깨지거나 아예 성립조차 못하게 된다면 결과는 불문가지다. 이 법은 아마도 관료집단에 역사상 유례가 없는 강한 힘을 갖게 할 것이다. 청탁과 압력에서 해방된 관료집단은 거칠 것이 없게 된다. 가뜩이나 막강한 관료집단이 또 하나의 거대한 힘을 갖게 되는 것이다. 기실 이 법이 규제하고자 하는 대상은 관료집단이라기보다 민간이라고 봐야 한다. 이 법의 명칭만 보더라도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언뜻 보기에 공무원이 금품을 받고 일을 처리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칼끝은 민간을 향하고 있다. 돌아가는 현상을 보면 이런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다. 벌써부터 관료사회에서는 차리리 잘됐다고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료집단이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는 애초의 전망은 온데간데없다. 이 법으로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되는 관료집단이 그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우리 손발을 다 묶어놓고 뭐하는 짓이냐는 민간영역의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 뻔하다. 우리국민들이 관료집단을 얼마만큼 신뢰하고 있는지 냉철히 되돌아봐야 한다.

 김영란법은 우리가 간과했던 숨겨진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이 법이 지향하고자 하는 것만 봤지 다른 이면을 보는 데 소홀했다. 법과 제도는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법이 지향하는 목표지점인 깨끗한 사회가 3ㆍ5ㆍ10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실은 누구도 “무슨 소리냐, 부패를 없애자는데”라는 김영란법의 취지에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반대론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합리적 반대논의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아리텍사스를 철거하고 성매매 단속법을 탄생시킨 장본인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이 지금은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며 합법적 성매매 지지자로 변신한 것이 자꾸만 떠오른다. 몇 년 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김영란 전 대법관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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