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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위한 작은 기술
대화를 위한 작은 기술
  • 김금옥
  • 승인 2016.09.28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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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금옥 김해삼계중학교 교장
 학교 경영을 책임지다보니 교실에서 학생들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오랜만에 갑자기 교실에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기자 학생들과 대화를 풀어갈 방법을 새삼 고민하게 됐고, 고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속에서 읽은 구절이 생각났다. 저자는 한 대학교의 문학회 회원들과 소풍을 가는 길에서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과 동행하게 된다. 흥미를 느낀 저자는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하려는데, 중요한 것은 “첫 대화를 무사히 마치는 일”이었다. 그는 고민 끝에 “이 길이 서오릉 가는 길이 틀림없지?”라고 말을 건넨다.

 필자도 “방학 때 여행 다녀온 사람 있어요?” 첫마디를 던졌다. 저자나 필자가 첫 대화를 그렇게 던진 이유는 우선 부담 없는 질문을 던져 ‘예’와 ‘아니오’라는 답을 유도해 아이들을 대화에 참여시키기 위한 것이다. 신영복 교수는 아주 호의가 있는 대답을 아이들로부터 받아낸다. “네, 일루가면 서오릉이에요”, “우리도 서오릉에 가는 길이예요” 아이들이 이처럼 상대방을 도와 줄 의향을 나타내는 대답을 하게 되면 이미 반은 성공한 것이다.

 필자는 이번 여름 방학 때 유럽에 다녀온 소감을 이야기했다. 필자가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유럽은 우리와 비교도 할 수도 없을 만큼 잘 사는, 꿈의 나라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외국인들이 심심찮게 한국말을 던졌고, “다이나믹 코리아!”를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세우는 사람도 있었다. ‘재미있고 맛있는 것이 많은 나라’여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방학 때마다 한국에 오는 학생들도 있다는 가이드의 이야기도 전했다. 이때, 대뜸 아이들의 반응이 나왔다. “그래도 우리는 행복지수가 낮잖아요!”, “파라과이보다 못해요!”, “헬조선!” 단말마(斷末摩)같은 아이들의 반응이 의외였지만, 도리어 이런 적극적인 의견 표시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일단 의견을 받아들이고 그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사실 지난 2014년 여론조사 갤럽이 14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1위는 파라과이 2위가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다. 우리나라는 118위이다. 그런데 국민 1인당 국민총생산(GDP), 사회적 지원, 기대수명, 선택의 자유, 관대함, 부패지수 등을 기준으로 UN이 157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지난해 행복지수 조사에 의하면 1위는 덴마크, 2위는 스위스, 일본이 53위 우리나라는 58위이다. 1위였던 파라과이는 70위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조사기관이나 선정의 기준을 떠나 지난 2014년 갤럽조사의 결과를 더 실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아무리 수치로 우리나라의 위상을 말해보았자 학생들이 실제로 느끼는 행복도가 낮은 것이다.

 그 다음 그들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 있다. 너희들은 왜 행복하지 않느냐고? 뻔한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미리 예측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어른의 허를 치르는 대답을 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답을 성의 있게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한 가지 제안을 할 수도 있다. 설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왠지 설레는 것처럼, 행복해지려면 행복한 단어들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무심코 뱉는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우리를 더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음을 알고 주변 어른들과 이를 공감하는 것이다. 이로써 학생들이 스스로에게나 가족이나 친구나 대한민국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마음의 DNA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다.

 대화의 마무리도 중요하다. 다음에는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테니 생각해보라고, 하나쯤 사유할 거리를 던져주면 좋다. 대화란 쌍방간의 소통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스스로 사유를 하면서 통찰력을 연마하고 내적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음, 학생들과 기쁘게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적어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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