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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 공교육 아랍어 쏠림 바로잡아야
비정상 공교육 아랍어 쏠림 바로잡아야
  • 김명일 기자
  • 승인 2016.09.29 2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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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일 교육행정 부장
 비정상적인 아랍어 쏠림 현상은 바로잡아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5교시 제2외국어ㆍ한문 영역의 아랍어 쏠림 현상은 공교육에서 바람직 한 모습이 아니다. 아랍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단 한명도 없는데 제2외국어 선택 학생의 69%가 아랍어를 선택한다. 이는 공교육의 심각한 문제다.

 2017년 수능 원서 접수 결과, 제2외국어ㆍ한문영역의 아랍어 쏠림 현상은 지난해 보다 더 심해졌다. 전국적으로 제2외국어ㆍ한문 영역 지원자 9만 4천359명 중 가장 많은 지원자가 선택한 과목은 ‘아랍어 Ⅰ’로 69%인 6만 5천153명이 선택했다. 이는 지난해 51.6%보다 17.4%p 증가했다.

 경남의 경우 제2외국어ㆍ한문 선택 학생 5천500명 가운데 66.2%인 3천641명이 아랍어를 선택했다.

 아랍어 과목이 개설돼 있지 않는데도 선택 학생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에서 아랍어를 가르치는 학교는 울산외고, 권선고 등 극소수다. 그런데도 아랍어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은 것은 다른 언어에 비해 조금만 공부해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찍어도 5등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에서 아랍어Ⅰ은 1등급 커트라인이 50점 만점에 23점으로 분석됐다. 절반만 맞춰도 1등급을 받았다는 말이다.

 가르치는 교사가 없는데, 학생들은 어떻게 시험 공부를 할까. 대부분 학생들은 제2외국어 수업시간에 혼자서 아랍어를 공부하거나 자습으로 수능에 대비하고 있다. 극히 일부 학교는 방학 중에 단기 속성 반을 편성, 한 달간 강의를 하기도 한다.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 학교는 여건이 어려워 학생들에게 맡기는 실정이다. 또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를 통해 스스로 공부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시도교육청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시도교육청도 매년 아랍어 선택 학생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알고 있다. 다만, 문제점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해결 방법을 선뜻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4월 시도교육감협회의를 앞두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이 문제를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의제로 채택하려고 시도교육청의 정책기획관들이 의제를 조율했지만, 누리과정 예산 문제 등 시급한 현안에 밀려 의제로 채택하지 못했다. 시도교육감협회의는 가장 현실적인 교육현안을 의제로 다루고 만장일치로 건의안을 채택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랍어 교육과정 문제보다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누리과정예산 편성문제에 떠밀려 주요 의제로 채택하지 못했다.

 시도교육청은 교육전문가 들이 제시한 아랍어 문제 해결의 지적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 교육청의 연구사가 관련 대책으로 제시한 아랍어를 이수한 학생만 응시를 하게 해야 한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고교 교육과정에 아랍어를 개설하고 이수한 학생에 한해 수능에서 응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각 고교에서 제2외국어 교과별 시간을 학생들의 외국어 선택비중에 맞춰 수업 시수를 조정해야 하고, 아랍어를 수강한 학생에 한 해 수능 선택과목으로 응시하게 해야 한다 안이다.

 시도교육청은 수능 점수를 더 받기 위해 아랍어를 선택하는 비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또 아랍어 선택이 아랍권 국가와 국제 교류 확대의 흐름이라면, 교육부는 아랍어 교사를 양성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범대학에서 특정 교과에 쏠려 있는 외국어 교사 정원을 조정해 아랍어 교사를 양성하고, 시도교육청은 고교 교육과정에 아랍어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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