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蛙利鷺(와이로)
2016년 10월 12일 (수)
송종복 sojobo@hanmail.net
   
▲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고려 말 이규보 문집에 ‘와이로(蛙利鷺)’라는 기록이 있는데, 까마귀가 개구리를 잡아 백로에게 바치고 가수왕으로 판정받았다는 것으로 뇌물을 ‘와이로[개구리]’라 했다.

 고려 19대 명종(明宗)이 혼자서 야행(夜行)을 나갔다가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었다. 요행히 민가를 하나 발견하고 하루를 묵고자 청했지만 집주인(이규보: 고려말 학자)은 누추하다고 거절하며 인근의 주막을 권유했다. 그런데 대문에 붙어있는 ‘와이로 유아무와 인생지한’(蛙利鷺 唯我無蛙 人生之恨) 글귀가 궁금했다.

 즉,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것이 오로지 인생의 한이다’는 문구를 명종은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막의 주모에게 그 집에 대해 물어보았다. 주모의 말에 그는 과거에 낙방하고는 주로 집안에서 책만 읽고 살아간다고 했다. 이에 궁금한 명종은 그 집 주인에게 그 글귀의 대해서 물어보니 집주인은 자신의 처지를 적은 것이라며 사연을 이야기했다.

 사연인 즉, 노래를 잘하는 꾀꼬리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있었는데, 하루는 까마귀가 꾀꼬리한테 노래자랑에 내기하자고 했다. 3일 후에 노래시합을 하되 심판은 백로(白鷺:황새)가 보기로 했다. 꾀꼬리는 어이가 없었다. 까마귀가 자기에게 도전해 오다니 시합에 응해 주고는 3일 동안 목소리를 가꾸었다. 까마귀는 노래연습도 안 하고, 그동안 자루를 들고 논두렁의 개구리만 잡으러 돌아다녔다. 잡은 개구리를 백로에게 다 주고 신신당부했다. 약속한 3일 후에 꾀꼬리와 까마귀는 노래 한 곡씩 부르고 심판인 백로에게 판정만 기다렸다. 꾀꼬리는 승리를 장담하고 기다렸던 판에, 백로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 주었다. 왜 패배한 지 알아보니, 3일간 잡은 개구리를 백로에게 뇌물로 바쳤기 때문이다. 이를 본 이규보는 꾀꼬리에 낙담하고 실의에 빠져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는 글을 대문에 붙였던 것이다. 이 글자는 부정으로 뇌물을 바친 자에게만 과거급제를 주니 부패가 만연하다고 개구리를 비유해서 한 말이었다. 따라서 개구리를 백로에게 주면 만사가 OK라는 뜻에서 와이로(蛙利鷺)란 말이 생긴 것이다.

 지난달 28일에 ‘김영란 법’이 시행됐는데 이 법을 ‘와이로법[개구리법]’이라고 하면 더욱 의미심장했을 것이다. 빽 없는 서러움, 돈 없는 배고픔, 연줄 없는 고독감, 학연ㆍ지연ㆍ혈연이 없어 좌절감, 이것이 현실인 것이다. 안타까울 뿐이다. 이런 사회를 빙자한 것이 ‘와이로[개구리]’임을 재차 강조하며, 와이로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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