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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 가는데 에베레스트 등산용품 중무장이라니…
뒷산 가는데 에베레스트 등산용품 중무장이라니…
  • 김용구 기자 ㆍ일부 연합뉴스
  • 승인 2016.10.23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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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흉내 패션이 문제 색깔도 너무 화려해 국내 아웃도어 1위
겉옷보다 중요한건 땀 배출 잘되는 속옷 가격보다 실용성을
▲ 등산복은 겉옷보다 땀이 잘 배출되는 속옷이 중요한데 너무 화려한 겉옷을 선호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인의 등산복이 너무 요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동네 뒷동산에 가는데 에베레스트행 등산용품 중무장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다. 또한 유명 산에 가면 형형색색의 단풍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화려한 등산복 행렬을 보기 마련이다. 남이 장에 가니까 나도 간다는 식으로 남의 패션을 무조건 따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있다.

 이러다보니 명품 아웃도어 패션은 지난 2000년대 들어 레포츠 열풍을 타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외국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단체 등산복 차림이 논란이 됐을 정도로 아웃도어 인기는 뜨겁다. 외국 공항에서 마주치는 아웃도어 차림의 단체 관광객 열에 아홉은 한국인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동네 뒷산을 오를 때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근사한 등산용품을 갖춘다. 등산복과 등산화는 기본이고 배낭, 장갑, 스틱, 모자에 등산 전용 스카프까지 두른다.

 가벼운 운동화에 트레이닝복이나 청바지 차림이 전부였던 이른바 ‘약수터 패션’은 자취를 감췄다.

 집 근처 산을 자주 오르는 김모(33ㆍ창원시 상남동) 씨는 “높은 산을 가는게 아니어서 집에서 입고 있는 편안한 복장으로 가는데 나 같은 차림을 한 사람은 거의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저가 품목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대부분 값비싼 고급 제품 1~2벌을 마련해 놓고 있기 마련이다. 등산화와 기능성 점퍼 등 풀세트를 갖추면 보통 100만 원이 훌쩍 넘고, 최고급 제품은 수백만 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등산을 비롯한 아웃도어 패션 열풍은 시장 규모로도 확인된다.

 지난 2000년 2천억 원에 불과했던 국내 아웃도어 매출은 2006년 1조 2천500억 원으로 성장한 데 이어 2009년 2조 4천억 원, 2010년 3조 3천억원, 2011년 4조 4천억 원, 2012년 5조 4천억 원, 2013년 6조 9천억 원으로 늘었다. 연평균 30%에 가까운 성장세다.

 지난 2014년에는 경기 침체와 세월호 참사가 겹치면서 성장세가 꺾였지만 그래도 7천4천억 원에 달했다.

 한국 아웃도어 시장은 초고속 성장으로 지난 2013년 미국(약 12조 원)에 이어 세계 2위로 부상했다. 인구와 1인당 국민소득(GDP)를 반영하면 사실상 세계 1위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걷기 여행의 유행, 아웃도어 패션 용도 다변화 등이 아웃도어 시장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자기 과시를 위한 고기능ㆍ고가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도 시장 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각 브랜드가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스타 마케팅을 앞다퉈 도입한 것도 남의 눈을 의식하는 소비자 심리를 파고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아웃도어산업협회는 ‘국내 아웃도어 현황 조사 및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보고서에서 “감성적 디자인과 기능성이 강화된 아웃도어 패션 제품이 대거 출시되면서 시장이 확대됐다”며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대까지 소비자층이 폭넓게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화려하고 기능이 우수한 값비싼 제품을 선호하는 문화는 등산의 본질을 흐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칫 건강에도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나치게 겉모습에 집착하다 자연을 즐기고 건강을 챙기려고 나선 등산길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등산복을 고를 때는 외양보다는 용도를 잘 따져 적절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기온 변화가 심한 가을이나 겨울에는 체온 유지를 위한 보온과 땀 배출을 위한 투습 기능을 세심하게 살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악 전문가들은 “등산할 때는 겉옷보다도 속옷이 더 중요하다”며 “저체온증을 막으려면 면 소재가 아니라 땀 배출이 잘 되고 보온이 뛰어난 기능성 속옷을 입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필요가 없을 때도 ‘등산 패션의 꽃’으로 통하는 고어텍스 점퍼를 입은 채 산을 오르는 경우가 많은데 조심해야 한다. 땀 배출 기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조난에 대비해 등산복은 화려할수록 좋다는 인식도 있지만, 안전한 등산을 위해선 등산로 준수, 위치 표시 숙지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등산전문가 강모 씨는 “등산복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보온성, 투습성 등 안전한 등산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하는 점”이라며 “자연을 즐기러 가면서 단풍보다 훨씬 화려한 등산복에 집착하는 건 자연 친화적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강씨는 “한국의 산은 1천m 안팎이어서 3천∼4천m에 달하는 외국 산과 달리 굳이 고급 사양이 필요하지 않다”며 “고가의 장비보다는 실용적 기능을 가진 제품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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