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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사바’ 일본강점기의 잔재물
‘사바사바’ 일본강점기의 잔재물
  • 송종복
  • 승인 2016.10.24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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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ㆍ회장
 사바사바(さばさば)는 일어인데 우리의 와이로(蛙利鷺)에 해당된다. 이 단어는 지난 1999년에 표준국어대사전에 처음으로 실려졌다. 이의 뜻은 뒷거래를 통해 떳떳하지 못하게 일을 조작하는 짓을 말한다고 돼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어시장의 갈치는 금치로 통용되다가 요즘은 고등어가 귀해 왕 고등어로 자처하고 있다. 이 ‘고등어’를 뜻하는 일본어는 ‘さば(사바)’ 인데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순사에게 뇌물을 줄 때,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고등어’가 뇌물에는 최적격이었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그때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통치하던 때라 모든 관공서에는 거의 일본인의 지시를 받고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이때 볼 일이 있으면 고등어 2마리만 챙기다 주면 일이 쉽게 처리됐다고 해 ‘사바사바’라는 은어가 나왔다. 우리말로 하면 ‘고등어ㆍ고등어’라고 써야 하는데, 일본어를 그냥 사바사바라고 써왔다. 따라서 사바사바는 뇌물이라는 뜻이 된다. 이때부터 쓰던 말이 우리말로 정착됐던 것이다. 반면 그들은 ‘사바사바’라 하면 걱정근심 등이 가시어 마음이 후련한 심정이란 뜻으로 쓰고 있어 우리가 쓰던 ‘사바사바’와는 의미가 조금 차이가 있다.

 또한 불교에서도 ‘사바설’이 있다. 설법의 진언 끝에 그 내용이 잘 이뤄지기를 구하는 말로 ‘사바하’라 한다. 즉, 속세에서 희망을 갈구하며 윗사람에게 손을 비비며 소원하는 것이, 마치 불법에서도 이와 같이 이뤄지기를 갈구하며 ‘사바하사바하’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때 ‘사바’는 괴로움이 많은 인간 세계인 속세를 가리키는 말로도 풀이된다.

 일본에는 ‘사바오요무(さばを讀(よ)む.)’라 해 적당히 속여서 얼무버려 이익을 본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사바’를 고등어라 하지만, 그들은 ‘요무’라 해 숫자를 센다는 뜻이다. 즉, 어시장에서 물고기를 팔 때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빨리빨리 세어서 상자에 담는다는 말로 ‘요무’라 하는데, 구매자가 다시 세어보면 항상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적당히 속여서 이익을 본다’ 라는 의미로 변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고등어를 세다’라는 것은 남을 속이는 것을 말한다. 6ㆍ25 한국전쟁 때 ‘얌생이(염소) 몬다’라고 하면 물건을 훔친다는 뜻과 상통하는 말이 된다.

 이같이 진작 있어야 할 이권관계에 관한 법은 애매하고 모호했다. 이번에 ‘김영란 법’이 생겨 국민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즉, 뇌물과 선물의 구별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명절에 고급양주 한 병을 건냈다면 이것이 뇌물인지 선물인지 구별하기 곤란할 것이다. 여기에 신종어가 있다. 즉, 숙명론(熟眠論)이다. 물건을 받으면 고민에 쌓인다. 이 고민으로 볼 때 잠이 잘 오면 선물이고, 잠이 잘 안 오면 뇌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불로이익이 생기면 잠자리에 들어서 생각해 보면 될 것 같다.

 우리는 고조선부터 법이 있었다. <환단고기>의 ‘팔조금법’에는 1.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償殺]. 2. 상해를 입히면 곡식으로 보상[穀償]. 3. 도둑질한 자는 노비로[奴婢]. 4. 소도를 훼손하면 금고형에[禁錮]. 5. 예의를 잃은 자는 군에 복역으로[服軍]. 6. 나태한 자는 부역을[公作]. 7. 음란한 자는 태형에[笞刑]. 8. 남을 속인 자는 타이른다[訓放]. 이런 8조로도 사회를 유지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화고 사회가 복작함에 따라 헌법, 법률, 명령, 조례, 규칙이 생겨 법은 수 천 종이 된다.

 여태껏 법은 처벌목적을 위한 것인데, 이젠 처벌의 기준을 사전에 예시했다. 앞으로는 식사나 술값의 비용도 서양의 ‘더치페이[DutchPay]’, 일본의 ‘분빠이[분배(分配)]’, 한국은 ‘각자내기’를 해야지, 인정으로 혼자서 부담하면 자칫 김영란 법에 걸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제는 접대가 기분 좋은 게 아니라 뭔가 청탁하고 부정을 위한 포석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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