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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시 대표 콘텐츠 ‘허왕후’ 국가적으로 키운다
김해시 대표 콘텐츠 ‘허왕후’ 국가적으로 키운다
  • 박세진 기자
  • 승인 2016.10.27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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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도 양국 오작교 수로왕ㆍ황옥 공주 사랑
양국 정부 기념공원 정비에 100억원 투입
▲ 지난 1일 인도 수미뜨라 마하잔 하원의장과 의원, 도래스와미 주한 대사 일행 수십명이 한국 전통 의상을 입고 수로왕과 허왕후의 위패를 모신 숭선전 제례의식을 체험해 보고 있다.
 가야왕도 김해시의 대표 콘텐츠인 김수로왕과 인도에서 온 허왕후의 사랑이야기를 한국과 인도 양국이 국가적으로 육성한다.

 양국 정부는 100억 원을 투입해 인도에 있는 허왕후 기념공원을 정비하기로 했다.

 인도 모디 총리는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양 정상은 인도 유피주 아요디아에 있는 허왕후 기념공원 정비를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유피주 정부가 이 공원을 한국풍으로 더 띄도록 하자고 먼저 제안을 해 인도가 공사비 90억 원을 대고 한국 정부는 설계와 감리비 10억 원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모를 통해 설계안을 선정했고 이달부터 기본ㆍ실시설계를 해 다음 해 6월 착공할 예정이다.

 한-인도 정상회담 이후 한국 최초 국제결혼 1호인 수로왕과 허왕후의 사랑이야기가 주목받고 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따르면 인도 아유타국의 왕이 꿈을 꿨는데 꿈에서 귀인이 “가락국왕 김수로는 하늘에서 내려 왕위에 올랐다. 아직 배필을 정하지 못했으니 공주를 보내라”고 한다.

▲ 한국과 인도 정부의 허황옥 기념공원 공동 정비를 계기로 인도 유력인사들의 김해 방문이 잦다. 지난달 26일 인도 유피주 차관 부부가 수로왕릉을 참배하고 있다.
 왕은 대규모 사신단과 함께 딸인 황옥 공주를 배에 태워 가락국으로 보내려 했으나 수신(水神)이 노해 뱃길이 열리지 않자 현재 김해 구산동 수로왕비릉 입구에 있는 파사석탑을 배에 싣고서야 떠날 수 있었다.

 AㆍD 48년, 지금으로부터 2천여년 전 이역만리 타국에서 붉은 깃발 돌배를 타고 온 여인, 그녀가 바로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다.

 아유타국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설이 많다. 인도 갠지스강 상류의 아요디아란 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어떤이는 태국 메남강 주변의 아유티아, 또 어떤이는 황옥공주의 시호가 ‘보주태후’이기 때문에 중국 사천성 ‘보주’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황옥 공주가 바다 건너 외국에서 왔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하는 셈이다.

 허왕후의 출신지 못지 않게 흥미로운 부분이 허왕후가 시집온 루트이다. 수로왕과 황옥 공주의 러브스토리가 시작되는 곳은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앞바다의 망산도(望山島)다.

 이곳은 ‘바랄’ 망자를 쓴 지명부터 기다림을 품고 있다. 왕이 된지 7년이 넘도록 혼자인 수로왕은 혼인하라는 신하들의 청에 “하늘이 보내줄 것”이라며 신하 유천간을 작은 섬 망산도로 보낸다. 그리고 어느 날 정말로 허황옥 일행이 탄 배가 나타나고 수로왕은 직접 황옥 공주를 맞이해 혼례를 올린다.

 이때 황옥 공주가 타고 온 돌배가 뒤집혀 유주암이 됐다고 전해진다. 유주암은 망산도에서 멀지 않은 바다에 있는 바위다. 망산도는 거북이 등짝 같이 갈라진 바위들로 가득한데 한반도에서 흔치 않은 것이라 한다.

 또 멀지 않은 곳에 유주비각과 유주비가 자리하고 있다. 삼국유사 기록을 바탕으로 세운 유주비는 지난 1908년 세운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가락국 태조왕비 보주태후 허씨유주지지’라고 새겨진 문구가 이곳을 통해 허왕후가 가야로 들어와 수로왕을 만났음을 전하고 있다.

 수로왕과 허왕후 사이에는 10명의 아들과 2명의 딸이 있었는데 아들 중 둘째와 셋째가 어머니 성을 따라 허씨의 시조가 됐다. 김해 김씨와 김해 허씨는 모두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후예다.

 여기에 인천 이씨가 더해진다. 허씨에서 갈린 인천 이씨는 고려 현종때의 ‘허겸’을 시조로 한다. 성은 다르지만 이들은 모두 뿌리가 같은 셈이다.

▲ 김해 김수로왕릉의 허왕후 영정
 수로왕은 하늘이 내린 인물답게 무려 158년 동안 천수를 누리며 가야의 번성을 이끌었다. 수로왕릉은 김해와 가야문화의 상징적인 문화재로 500만 명 김해 김ㆍ허씨, 인천 이씨의 성지이기도 하다.

 수로왕릉에 관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왕이 죽고 수로왕의 묫자리를 파니 물이 솟아 나와 왕릉으로 쓸 수 없게 됐다. 그때 늙은 도사가 나타나 무척산 꼭대기에 연못(천지)을 파라고 일렀는데 그의 말대로 하니 묫자리에서 솟아나던 물줄기가 사라져 지금의 수로왕릉터를 왕릉으로 삼을 수 있었다고 한다.

 수로왕릉 정문에 있는 물고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결혼하기 위해 16살에 먼바다를 건너온 허왕후가 떠오른다. 우리나라에는 없고 인도에서만 볼 수 있는 문양이다.

 수로왕비릉 입구에는 허왕후가 인도에서 올 때 배에 싣고 왔다는 파사석탑이 있다. 삼국유사는 파사석탑에 대해 붉은색이 나며 이 지방에서 구할 수 없는 돌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김해시는 허왕후의 고향으로 알려진 인도 아요디아시와 16년 전인 지난 2000년도부터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해오고 있다.

 허왕후 후손들은 2001년 3월 초 한국어와 힌디어로 쓰인 허왕후 추모비와 함께 현지에 기념공원을 세웠고 그해부터 매년 3월이면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100명이 허왕후의 고향 아요디아시를 방문해 일주일간 체류하며 제사를 지낸다.

 최근에는 허왕후 기념공원 정비를 계기로 인도의 유력인사들이 자주 김해를 찾고 있다.

 지난달 26일 인도 유피주 차관 부부가 한국 정부와 허왕후 기념공원 정비사업 조율 중 김해시의 초청으로 김해를 방문했다.

 또 지난 1일 인도 수미뜨라 마하잔 하원의장과 의원, 도래스와미 주한 대사 등 28명이 김해를 방문했다. 하원의장 일행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초청을 받아 국회를 공식 방문한 뒤 김해를 찾았다.

 인도 현지에서도 지난해 인도문화교류위원회에서 창립 65주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관련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인도문화교류위원회 사타시 메타 사무총장은 “허황옥과 수로왕의 이야기가 모디 총리의 방한 이후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고, 컨퍼런스를 기획하게 된 직접적인 촉매제가 됐다”며 가락국에 관한 발리우드 댄스 드라마를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해시에서도 허왕후라는 인물을 소재로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허왕후가 시집 온 신행길을 알리는 허왕후신행길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허왕후 신행길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했다. 올해 들어서는 김해 대표축제인 가야문화축제의 주제를 허왕후 신행길로 정해 수로왕과 황옥 공주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혼례와 신행길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했다.

 또 오페라 허왕후를 제작하고 허왕후 신행길 공원을 조성 하는 등 허왕후라는 콘텐츠를 활용해 다방면으로 김해를 알릴 계획이다.

 허성곤 김해시장은 “김해의 대표 콘텐츠인 허왕후 관련 사업이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어 상당히 의미 있다”며 “양국 공동 프로젝트를 계기로 인도와 문화, 관광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까지 교류를 늘리고 국내에도 허왕후 이야기가 널리 퍼져 김해 브랜드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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