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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공화국에 분노한 민심
2016년 11월 13일 (일)
박재근 기자 jkpark@kndaily.com
   
▲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12일, 서울 광화문과 종로, 서울시청 일대에 촛불이 켜졌다. 100만 명의 구호는 ‘하야’와 ‘퇴진’이었다. 국정농락을 단죄하려는 성난 민심이 들불처럼 번진 촛불의 현장은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大勢)였고, 암담한 대한민국의 역경(逆境)을 뚫고 나갈 ‘빛’이었다.

 정권의 정당성은 한번 깨지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유리그릇과 같다. 민심과는 달리, 상황 반전을 꾀하려는 세력의 망상은 최악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계파중심의 정당, 호사 무위적 형태를 보인 새누리당 해제 주장 등 ‘기적’ 같은 평화집회는 새 역사의 장을 열듯, 활활 타올랐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청와대는 국정농단을 방조한 사당(私黨)이나 다를 바 없다는 국민의 목소리였다. 이 때문에 ‘김진태 X소리에 쪽팔려 못 살겠다’는 현수막 등 친박계 의원들의 지난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정농단에도 두둔하려 한 것에 대한 분노겠지만, 경남 출신은 존재감도 없었다. 박완수 의원 등 몇몇은 선거 때 ‘친박’을 트레이드 마크인 양 내세웠다. 하지만, 전매특허(專賣特許)시효가 지나서인지, 성난 민심 때문인지, 요즘에는 ‘친박은커녕, 박자’도 꺼내지 않는 모양새다.

 #한 대학생은 박 대통령이 2차 대국민 사과에서 언급한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는 말을 패러디해 ‘이러려고 세금 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는 팻말을 들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대통령의 빠른 사퇴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부산에서 온 모씨는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포괄적 뇌물죄, 기밀누설, 직권남용죄로 구속함’을 비롯해 당신의 무능함이 우리를 불렀다는 등 각양각색의 팻말을 들었다.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열린 이날, 촛불의 민심은 부모 손에 이끌러 온 코흘리개부터 고교생 등 각계각층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탄생을 외쳤다.

 박 대통령이 졸업한 성심여고 학생들은 선배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진실은 사전적 정의로 거짓이 없는 사실입니다. 대통령은 지금까지 혹은 지금도 국민에게 진실이 아닌 거짓을 말하고 있습니다. 순실이의 의견이 아닌 진실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중고생들은 최씨의 딸 정유라(20) 씨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청담고교 출결관리 의혹에다 ‘돈도 실력이야, 부모를 원망해’, ‘부모 잘 만난 것도 능력’이란 SNS상 발언에 꼭지가 돌았다. 이들은 “노력에도 권력계층의 발밑에 있을 뿐이라는 생각, 희망이 보이지 않아 화가 났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 집회참가자는 “오죽하면 교실 밖으로 뛰어나왔겠는가. 누가 시켜서 나온 게 아니지 않나. 참가한 아이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는 정의가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가슴이 뜨겁다”며 울먹였다. “중고생 파이팅”이라고 외치면서….

 #문화제는 자유발언 등 ‘난장’ 행사로 이어졌고 인디 밴드 크라잉넛은 “원래 ‘말(馬)달리자’는 우리 노래였는데…. 우리가 이러려고 크라잉넛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 우리는 이대로 말을 독일로 달리려 가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달려야 할 곳은 청와대입니다”라며 대통령 담화를 풍자했다. 또 가수 이승환은 “저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해서 마냥 창피하다. 그래서 요즘 더욱 분발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후, “요즘 굉장히 많이 아프다. 정신이 아프니 몸도 아프다. 정치적인 폭력을 당하는 것 같다”고 분노했다. 자신의 노래 ‘덩크슛’의 가사 일부를 “하야해라 박근혜”로 바꿔서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청와대를 가리키며 “저 끝까지 들리도록, (세월호 참사 당일) 그 7시간 동안 관저에 계셨다고 하는데 ‘하야해라 박근혜’ 잘 외쳐달라”고 말하곤 공연을 이어갔다. 지금도 계실지 모르니까, 하면서….

 #방송인 김제동 씨는 “자랑스러운 민주공화국 광장에서 이렇게 서 있을 수 있어 되게 뭉클하고 감동적이었다. 진짜 감사하다. 고맙다”며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내가 당신의 의견에 반대한다 할지라도 당신의 말할 권리를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을 위해 싸워주겠다는 것”이라고 역설한 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라고 헌법 1조 1항과 2항을 외쳤다. 이어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정현종 시인의 ‘비스듬히’)’를 읊었다. 청와대를 향하려는 민중의 함성이 장안을 울리고 있는 가운데 문화축제는 앞서 막을 내렸다.

 #워터게이트는 1972년 6월 미국 대통령 닉슨의 재선을 획책하려다 발각ㆍ체포된 정치적 사건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칼 번스타인 기자는 “현 정부(닉슨)는 체질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조직이다”라고 밝혔듯, 미국국민들은 거짓말에 더 분노했다. 닉슨이 대통령직을 맡아서는 안 될 결격자로 낙인찍히고 국민의 분노를 산 것은 첫째 거짓말을, 둘째 국가기관을 동원해 정상적인 수사를 방해하려 한 것에 있다. 그 사건이 40여 년의 시공에도 불구하고 지금 동일 선상에서 비교되는 가운데 100만 명의 촛불은 결론을 내렸다. ‘경제와 안보’가 전유물인 듯, 민주주의 꽃을 더디게 피우려는 정치행위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고 국민과의 대화보다 비선을 선택한 대통령의 결단을, 다시 한 번 더 촉구하는 현장이었다. 정의가 더 중요하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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