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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직자들만 있어도…
2016년 11월 17일 (목)
박세진 기자 bigj@hanmail.net
   
▲ 박세진 사회부 부장
 온 나라가 시끄럽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다수 국민이 배신감을 넘어 상실감과 허탈함에 빠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지경이다. 이뿐인가. 대통령 지근거리의 고위 공직자들 또한 올바른 소리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국정농단 세력을 비호해 왔다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촛불 집회장에 가보면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도 상당수 눈에 띈다. 아직 어린 이들의 눈에도 뭔가 대단히 잘못됐다는 것이 명백한 모양이다.

 그런데도 아직 정치권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버티기로 일관하고 여권은 친박과 비박 간에 아직도 주도권을 놓고 다투고 있다.

 야권은 또 어떤가. 차기 정권을 노린 보여주기식 행보에만 급급하는 모양새다. 정녕 이들에게는 국가와 국민이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

 무엇보다 흔들리는 국정을 바로잡는데 온 신경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인데 말이다.

 얼마 전 신문 구독자라며 걸려온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공직자들로 인해 시끄러운 이때 모처럼 가슴 따뜻해지는 공직자의 사연을 듣게 돼 제보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 분의 제보는 이랬다. 자신과 친한 김해의 한 식당 사장으로부터 들었는데 3년 전부터 3~4개월 주기로 식당을 찾아와 아동보호 시설과 지역아동센터에 음식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식당 사장은 제보자에게 ‘기부자가 공무원인데 지난 2014년부터 익명으로 기부를 원해 음식을 전달할 때 기부자의 휴대전화번호만 적어 대신 전달해 왔다. 음식값을 깎는 적도 없고 항상 갓 만든 따뜻한 음식을 주문한다’고 했다고 한다.

 때로는 한 번에 40여 명 남짓한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을 식당으로 초대하기도 하고 동짓날에는 아동보호 시설에 팥죽을 보내기도 한다고 제보자는 전했다.

 제보자분은 “보통 연말에 한번 정도 기부하는 것이 고작이고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기도 망설여질 때가 많은데 그분(공무원)도 가정이 있을 텐데 지속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는 게 참 대단하게 여겨진다”면서 “듣기로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도 몇 년째 매월 일정액을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보자분은 식당 사장으로부터 들은 그 공무원의 신분을 알려줬다. 취재를 해서 이런 공무원도 있다는 것을 좀 알렸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덧붙였다.

 제보자분은 “요즘 최순실 게이트니, 대통령 검찰 수사니, 공무원이 업자와 결탁해 돈을 받았다느니 참 듣기 거북한 소식들만 온통 도배되다시피 하는 세상에 조용히 어려운 이들을 돕는 이런 공무원도 있어 남다른 감동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 제보자분이 알려준 대로 키다리 아저씨 같은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다는 부산지방검찰청으로 전화를 걸었다. 근무 부서를 확인한 뒤 취재원이 될 그 공무원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취재는 성공하지 못했다. 제보자분이 알려주신 내용은 사실이라면서도 대단한 일이 아니라며 한사코 취재를 사양했기 때문이다. “베르테르 효과처럼 선행도 전염성이 강하다. 더 많은 나눔을 이끌어 내기 위해 알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나름의 설득에도 넘어오지 않았다.

 좋은 일이기도 하거니와 취재 불발로 인한 오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 지면을 빌어 꼭 칭찬하고 싶다. “부산검찰청에 계신 하상용 선생님, 앞으로도 좋은 일 많이 하셔서 어려운 아이들의 희망이 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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