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8 06:08
최종편집 2017.11.17 금 22:52
경남매일
뉴스 기획ㆍ특집 사람&사람 오피니언 교육소식 투데이+ 커뮤니티
인기검색어 : 김해시, 경남과기대
자세히
  •  
> 오피니언 > e시각
     
진심 어린 사과가 그렇게 어렵습니까
2016년 11월 20일 (일)
오태영 기자 oooh5163@naver.com
   
▲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많은 국민들은 4년 전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할 때 박정희 대통령의 그림자를 느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나라를 거짓말처럼 일으켜 세운 박정희 대통령을 생각하며 딸인 그녀가 또 한 번 한강의 기적을 일으켜 세우기를 기대했다. 역대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던 친인척 비리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차떼기 사태로 건곤일척의 위기에 있던 한나라당을 천막 당시로 일으켜 세웠던 지도력과 국민의 마음을 읽는 공감 능력도 남달라 보였다. 부모님을 비극적으로 떠나 보내야 했던, 쫓겨나듯 두 동생을 데리고 청와대를 나올 수밖에 없었던 불우한 가족사에 많은 국민들이 일종의 부채의식과 같은 감정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육영수 여사와 박정희 대통령의 국장 때 많은 눈물을 흘렸던 국민들은 박근혜 후보에게서 박정희 대통령과 육 여사를 오버랩 시켰다.

 이번 최순실 사태는 여느 정권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 다른 정권에서는 친인척 비리나 정경유착, 권력을 가진 자들의 부패가 문제가 됐지만 이번에는 자격도 능력도 없는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이 대통령과의 특수관계를 이용해 치졸한 작태를 광범위하게 저질렀다는 점이 다르다. 나라의 예산을 마음대로 끌어다 쓰고 재벌에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까지 했다. 딸 친구 부모 납품 민원을 해결해 주고 돈을 챙기는가 하면 어떤 이는 박태환 선수에게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라는 압력까지 행사했다. 그들의 패악이 미치지 않은 곳이 어딜까 싶을 정도다.

 최순실 일당이 저지른 패악 중에서도 가장 나쁜 것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 청년들과 입시지옥에서 고통받는 청소년들에게 좌절감을 안긴 점이다. 이들은 “돈도 실력이다. 너희 부모를 원망하라”고 한 정유라의 말에서 이들은 절망하고 분노했다.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만이 보상받을 수 있다는 기성사회의 말을 믿고 그저 침묵하며 노력해 왔지만 이번 사태로 청년 학생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노력과 열정이 아닌 부모의 능력이라는 것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부모 권력을 등에 입은 이들은 공부하지 않아도 대학에 입학하고 출석하지 않아도 제적당하지 않으며, 부의 대물림으로 또 다른 권력자가 될 수 있는 불평등한 계급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절규하고 있다. 국민들은 광우병 사태가 일어나도, 세월호 사고가 일어날 때도 지금처럼 계층과 나이, 보수ㆍ진보를 불문하고 분노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많은 시국사건에서도 침묵을 지켰던 대학생들이 너도나도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집회에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 내 아이들에게 나는 그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부끄러운 고백을 할 수는 없어 아이를 데리고 집회에 나왔다는 가족들에게서 국민들의 분노를 읽는다.

 그럼에도 최순실 일당의 후안무치는 참으로 가증스럽다. 하나같이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밀고 있다. 그렇게 하기로 짠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그들이 저질렀던 패악만큼이나 저질스런 작태다. 박 대통령의 인식도 고개를 가로젓게 한다. 이들을 멀리하라는 원로들의 충언에 싸늘한 눈빛과 면박으로 대응했다는 대통령에게서, 대국민담화에서 어려웠던 시절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라며 이해해 달라는 듯한 대통령의 말에서 절망을 읽는다. 소위 친박 인사들이라는 사람들의 버티기와 여전한 권력욕에서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분노가 치민다. 국민의 믿음을 배신해도 이럴 수는 없다. 부친과 어머니를 생각하며 믿음과 신뢰를 보냈던 지지자들이 내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고 하는 그 처절한 마음을 안다면 이제라도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은 최순실 사태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친박과의 거리 두기에서 시작돼야 한다. 정국 수습과 진퇴는 그 후의 문제다.
오태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경남매일(http://www.gnmaei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광고단가표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소 : 김해시 외동 금관대로 1125 6층|우편번호 : 50959|대표전화 : 055)323-1000|팩스번호 : 055)323-3651
Copyright 2009 경남매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gnmaeil.com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정창훈
본 사이트에 게재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소유하며, 발행인의 사전 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