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9:49 (목)
국민의 마음도 생각하라
국민의 마음도 생각하라
  • 김혜란
  • 승인 2016.11.23 2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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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드라마보다 뉴스가 더 재미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행복한가. 슬프고 아플 뿐이다. 요즘 대한민국 국민들의 하루를 옆에서 지켜보면 어떨까. 국민은 종합편성채널을 시간 날 때마다 돌려가면서 쏟아지는 속보와 각종 가십거리에 벌컥 화를 낸다. 울다가 웃기까지 한다. 갈수록 점입가경인 최순실 관련 뉴스가 지긋지긋해서인지 다른 채널을 보려고 리모컨을 누른다. 그러나 잠시뿐, 드라마도 예능도 다 현실뉴스보다 시시하다. 또 어떤 속보가 떴는지 궁금하고 불안해서 다시 시사채널로 옮겨간다. 병 걸렸다.

 직장에서 일하다가도 수시로 스마트폰을 검색한다. 이전처럼 게임이나 다른 연예인 가십류, 쇼핑이 아니라 정치현안에 대한 검색이 최우선이다. 댓글을 달아보기도 하고, 촛불집회참석 계획도 잡아본다. 동료나 친구와 SNS로 별의별 ‘루머’들을 주고받으면서 얼굴을 붉혔다가 식혔다가 한다. 전 국민이 우울증 증세를 보이면서 뉴스폭탄을 마음에 십자포화로 맞고 있다.

 종편채널의 시사관련 토론가들이 바쁘다. 아침과 저녁, 낮과 밤, 심지어 TV와 라디오를 종횡무진하며 정보와 의견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는 정신과 전문의도 있다. 갑작스런 게이트성 뉴스들을 감당할 수 없는 출연자나 시청자들에게 가만가만 분석을 내놓는다. 요즘 화제의 중심에 있는 정치인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나 최순실 이하 관련인들의 행동과 말을 분석하고 해설한다. 경영학을 동시에 전공했다는 정신과 전문의가 이른바 정치심리까지 살펴준다. 그런 중에도 국민의 헛헛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이야기는 흔하지 않다. 화만 났을 때는 몰랐던 상처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 아프고 쓰리다.

 그런데 최순실과 검찰, 검찰과 청와대, 국회와 대통령, 야당과 대통령 등이 심리 게임을 벌이고 있는 사실을 최근 자주 발견한다. 국민이 순수하게 분노하고 걱정하며 나라를 살려야겠다면서 촛불을 켜는 동안, 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계산하고 자신이 속한 조직과 자신이 유리하도록, 상대의 심리를 살피면서 게임을 벌이고 있다.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이면에는 다른 동기를 숨기면서 뚜렷하고 예측가능한 결과를 낳기 위해 관계를 조절하는 그들의 심리게임은 지금의 현실에서 올바른 것인가. 장애가 큰 사람들이 더 격렬하게 게임을 한다는데, 게임을 잘 모르는 국민만 애간장이 다 탄다. 마음이 지쳐간다.

 마음의 이치가 이럴 수도 있다. 정신과전문의도 자신의 심리를 모르는데, 다른 개인이나 조직의 심리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기에서 요즘 핫하다는 연구 빅 데이터가 쓰이기도 한다. 해설의 근거나 해결법으로 등장한다. 사실, 빅 데이터에 의한 결과로 나오는 이야기는 가장 그럴듯해 보인다. 그렇지만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갑자기 주억거리게 된다. 모든 것을 데이터에 의한 지식기반으로 보는 사회가 된다면 우리 개인이 하는 불완전한 생각 따위는 힘을 받지 못할 것이고 무지 자체, 아무 사유없이 그냥 듣기만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인의 판단은 쓰레기통행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데이터 해석을 하는 주체는 인간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 국민 마음에 자각도 못하는 종양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어떤 능력자는 끊임없이 정치인들의 심리게임을 분석하고 나름대로의 해결책도 내놓는다. 그런데 그렇게 분석만 해놓고 자신은 움직이지 않는다. 고개 끄덕이는 사람들을 등만 떠민다. 자기계산이 끝나야 움직일까. 개인이든 조직이든 마음이 있다면 그 마음이 이루려는 것은 가만히 내 안에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부딪치며 깎여야 진정한 마음이 드러난다. 마음이 없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99%가 비슷하다. 신체를 구성하는 성분의 비율도 거의 다 같다. 생각도 배운 대로 거의 비슷하게 한다. 그렇지만 신체 구성 성분 중 아주 작은 다른 성분이 완전히 성향과 구조가 다른 사람으로 지구인을 분류하게 한다. 생각 역시 그런 것 같다. 아주 작은 계기나 가치관의 차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향과 비전을 180도로 틀어버린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 요구될 때, 너무 틀리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중에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존재, 마음은 어떨까. 마음이 가슴에 있는지 뇌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마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있는 존재를 무시하고 아프고 지쳐도 그대로 둔다면, 곧 정상이 아니게 될 터이고 그때 일어날 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국민의 마음이 외친다. 나 좀 살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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