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매일
뉴스 기획ㆍ특집 사람&사람 오피니언 교육소식 투데이+ 커뮤니티
인기검색어 : 김해시, 경남과기대
자세히
  •  
> 기획/특집 > 기획탐방
     
글ㆍ그림 경계 허문 그윽한 묵향 세계 ‘생명 역동’
김해시 서예 대가 범지 박정식 선생
선 예술 한계 극복 부단한 수련 정진
2016년 11월 30일 (수)
김도영 기자 iwriwr@daum.net
   
▲ 범지 선생이 매화를 금분으로 그린 그의 작품 옆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제가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글과 그림의 경계를 허무는 것입니다.”

 서예를 뛰어넘는 서예가 범지 박정식 선생을 만나기 위해 지난 29일 대성동을 찾았다. 김해를 대표하는 대가인 범지 박정식 선생의 서화연구실은 수로왕릉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아담한 정원을 끼고 들어간 1층 안은 서예가의 도를 좇기 위해 정진하는 분들로 가득했다. “아, 조금 일찍 오셨네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분들을 지도하던 범지 선생은 너털웃음으로 기자를 맞았다.

 갤러리와 연구실을 겸하고 있는 2층으로 올라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범지 선생은 “글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한 작품을 주로 의도한다”며 “그 속에 풍자하고 해학적인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 범지 선생이 갤러리와 연구실을 겸하고 있는 2층 공간에는 여러 작품들이 전시돼있다.
 그의 말을 듣고 2층에 전시된 작품들을 유심히 보니 글과 그림이 겹치는 것이 많았다. 그중 개구리가 유독 눈에 띄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구리의 역동성이 특히 좋았습니다. 10여 년 전 당시 자택이던 흥동으로 귀가하던 중 들려오던 개구리 소리가 그렇게 좋아 그때부터 자주 개구리를 그렸습니다.”

 꿈틀대는 그 역동성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있다. 그는 “사람이 들어갈 자리에 개구리를 묘사하는 것이 많다”고 했다.

 서예란 붓으로 글씨를 쓰는 예술 행위다. 하지만 범지 선생의 작품은 글씨만을 담기엔 부족한 듯 그 역동성이 그림으로 뛰쳐나왔다.

 서예는 자칫 고리타분한 옛것의 하나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범지 선생의 작품에는 그만의 살아있는 색이 있다.

   
▲ 범지 박정식 선생의 작품에는 개구리가 자주 눈에 띈다.
 그는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선에서 한계를 느낀다”며 “그러다 한자 서체 종류 중 하나인 전서를 쓰며 그림 쪽으로 간다.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조화를 찾아갔다”고 지금의 작품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서예는 선의 예술이다. 그래서 서의 선은 회화의 선과 같이 어느 물체의 형상을 표현하는 윤곽에 머무르지 않는다. 범지 선생 작품 속의 선은 내용ㆍ미ㆍ생명력을 갖춘 예술성을 띄고 있다. 옛날부터 현재까지 서를 심화(心畵, 마음을 나타내는 그림)라고 한 것은 이런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고 마음 가는 대로 그리는 경지가 그냥 얻어지진 않는다. 서예의 근본정신이 끊임없는 수련을 담고 있듯이 범지 선생의 작품도 하루하루 쉼 없이 기본기를 다진 노력의 산물이다.

 그가 서예를 가르치는 장소인 범지서화연구실의 이름은 청우마묵헌(晴雨磨墨軒)이다. 맑은 날이나 비 오는 날이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먹을 갈고 서예에 정진한다는 뜻이다.

 “국전 대상 후 부담감이 컸습니다. 3년 정도는 글씨가 안 쓰였죠.”

 범지 선생은 지난 1994년 대한민국서예대전 대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다. 당시의 영예는 아직 주변에서 그를 조명하고 있다. 그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국전 대상이라는 꼬리표가 주는 압박감과 시선이 두려웠다”며 “3년 지난 뒤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말했다.
   
▲ 서예가 범지 박정식 선생은 글과 그림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가로 평판이 나 있다. 사진은 그의 작품들.

 그는 “취묵헌 인영선 선생님께서 전해준 말이 그 당시 힘이 많이 됐다”고 운을 떼며 “인 선생님이 했던 ‘대상을 받고 제대로 큰 사람이 별로 없다. 대상에 연연하지 마라’는 말을 아직 새기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상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상은 단지 실력을 확인받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것이 그렇듯 꾸준히 정진하는 것이 궁극적인 예술가의 도라는 그의 메시지는 울림이 있다.


김도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경남매일(http://www.gnmaei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광고단가표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최종편집 2017.9.21 목 03:45
주소 : 김해시 외동 금관대로 1125 6층|우편번호 : 50959|대표전화 : 055)323-1000|팩스번호 : 055)323-3651
Copyright 2009 경남매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gnmaeil.com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최용학
본 사이트에 게재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소유하며, 발행인의 사전 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