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5:00 (목)
뜻밖의 이탈
뜻밖의 이탈
  • 이주옥
  • 승인 2016.12.06 1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주옥 수필가
 대한민국은 혼돈의 시대다. 정치가 그렇고 경제가 그렇다. 이런 시점에 국민들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무엇하나 안정적인 것이 없고 안심할 부분이 없는 듯하다. 청년들은 취업이 안돼서 희망을 잃고 장년들은 흔들리는 기반으로 외롭고 춥다. 노인들 또한 경제적 빈곤과 외로움에 서럽다.

 이런 현실에 특히 그동안 그나마 나라의 주춧돌이었고 가장 믿었던 40~50대가 ‘가족으로부터 이탈’이라는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결혼에 대한 두려움과 의식의 변화로 혼기를 늦추거나 결혼을 포기하고 있다. 적령기를 넘긴 사람들이 많아지고 홀로 사는 남성들이 많아졌다. 40~50대에 미혼도 많지만 이혼율도 기하급수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1인가구화’가 상상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주택도 부족하고 더불어 새 생명이 탄생하지 않으니 인구수도 현저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그 이유는 여성의 경우 미혼이면 부모와 동거하거나 이혼했을 땐 자녀와 동거할 확률이 남성보다 높기 때문이란다. 이런 상황은 개인적인 사정뿐 아니라 국가적인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언제까지나 든든한 기둥일 줄 알았던 그들의 이탈이 당혹스럽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의 이용 빈도로 독보적인 자리에 있던 소셜커머스(SNS를 이용한 공동구매, 소셜 쇼핑)는 올해 들어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는 양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백화점 또는 홈쇼핑 계열 온라인 쇼핑몰은 40~50대 중년층과 남성고객의 비중이 높은 쇼핑몰로 바뀌는 구조 변화를 하고 있다고 한다. 40~50대가 맞닥뜨린 사회구조적 변화가 소비시장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예전 40~50대는 사회적으로는 경제 견인차로, 가정적으로는 주택마련이나 아이들 교육비 등으로 등이 휘게 일하고 자신에겐 10원도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50대가 우리나라 전체소득의 64%, 전체소비의 63%를 차지했지만 대부분 본인보다는 가족이나 사회에 투자했던 편이었다. 하지만 미혼이나 이혼으로 홀로 사는 사람이 많다 보니 소비성향이나 판도가 바뀌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예부터 홀애비는 빈대가 서 말이라고 했다. 혼자 사는 남자는 여자보다는 훨씬 초라하고 힘겹게 보여졌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변화하고 인식은 달라졌다. 1인가구를 겨냥한 작은 평수의 집부터 한 지붕 아래 여러 가구가 살 수 있는 주택구조, 그리고 혼자 살기에 안성맞춤으로 제작되는 식자재,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모바일 세계가 그것을 입증한다. 혼자 사는 삶을 여러 가지 물리적 정서적인 면에서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남성의 종족보존의 욕구는 본능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정과 육아에 드는 수고와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결혼은 엄두가 안 나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이 남자, 여자를 떠나서 결혼하고 애 낳고 평생을 해로 하고 살기에는 너무 힘들게 변했다. 인간도 동물과에 속하는지라 스스로 개체수를 줄이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본능을 거세하는 물리적인 악조건에 포위된 현실이 슬프다.

 TV엔 멀쩡한 외모와 직업을 가지고 남부럽지 않은 경제력을 가진 남자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홀로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부분 50살을 바라보는 나이다. 자신들의 홀로 삶에 별 아쉬움 없이 천하태평으로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부모 또한 예전 우리 부모님에 비하면 그다지 조급하거나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것만 봐도 결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나 의미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다. 오랜 세월 힘겨운 짐을 지고 낙타처럼 사막을 걷는 것 같았던 40~50대 남성들의 일시적인 이탈로 치부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삶을 마냥 응원하고 격려할 수도 없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