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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경제해법
2016년 12월 07일 (수)
김혜란 hfree2821@naver.com
   
▲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촛불집회와 최순실 게이트 사태가 길어지면서 드디어 깨닫는다. 이 전대미문의 나랏일이 냄비에서 보르르 끓다가 그만둘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머리 쥐어박으며 정신을 차리고 있는 중이다. 먹고 살아야 이런 일도 제대로 보고 명심할 수 있을 테니까.

 한국의 재벌총수 9명이 한꺼번에 앉은 청문회를 보면서 재벌타파를 외쳐보다가, 이 세상에 ‘그들만을 위한 경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경제’는 없는지 생각하게 된다.

 빵집과 다방이야기를 할까 한다. 명퇴한 50대 이상 중년들이 제일 많이 시작하는 사업 중 치킨집 다음으로 커피가게와 빵집이 줄을 선다.

 대전의 성심당 이야기에서 기업이 그들만이 아니라 함께 먹고 살 경제가 보인다. ‘튀김소보로’, ‘전국 3대 빵집’, ‘대전의 자랑’으로 설명되는 곳이다. 60년 전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한 노점 찐빵집이 지금은 직원 400여 명이 함께 일하는 빵집이자 관광명소가 됐다. 성심당이 이만큼 온 데는 어떤 경영법이 있을까 궁금했다. 최근 출판된 이 빵집 이야기에 의하면, 경영기술이 아니라 남다른 경영 ‘철학’이 있다고 한다.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것만큼 그 빵을 사 먹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빵집은 사 먹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성심당 덕분에 대전 시내에 굶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만들어냈던 이들의 경영법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할 만하다.

 성심당에는 ‘모두를 위한 경제(economy of communion)’의 가치가 담겨있다고 본다. 언젠가 부터인지, 우리의 행복은 철저하게 내가 남보다 더 많이 가져야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게 됐다. 결국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를 밟고 착취해야 행복해진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 일이 결코 행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당장 우리나라가 경제적 규모로 보면 상위권이지만 행복도는 중하위권인데 말해 뭣하랴.

 성심당이 말하는 ‘모두를 위한 경제’는 그것과 다르다. 관계를 회복시키는 경제다. 사람은 관계가 순조로울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런 경제를 성심당이 결과적으로 실현했다. IMF 때 컨설팅을 받아보니, 빵 생산량과 항목도 줄이고 직원들도 줄이라고 했단다. 그런데 성심당은 그 충고 대신 오히려 빵 생산량을 늘렸다. 또한 긴 세월 동안 만들어 낸 빵의 3분의 1은 가난한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기부했다.

 우리 지역 한 대학가에 눈에 띄는 다방이 있다. 사장의 성을 따서 만든 ‘봉다방’이다. 생긴 지 3년 정도 됐고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사장님의 전공이 조각이어서인지, 구석구석 독특한 인테리어가 재미있다. 넓지도 않은 매장의 모든 것에 사장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사실을 딱 보면 안다.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작품도 전시가 되고 기발한 소품들이 다방 주변을 꾸며주기도 한다.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은 과한 마진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워졌는지, 커피원료까지 알아맞히는 고객들에게 수준급 커피를 내놓고 다른 차 종류들도 호텔급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나온다. 좋은 재료를 써서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경쟁업체가 많아서 그렇다 쳐도 지나치게 훌륭하다.

 경영철학인지는 몰라도, ‘봉다방’의 특징 중 최고는 과함이 없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친절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불친절하지도 않아서, 다른 업소에 비하면 다소 무뚝뚝하게 여겨지지만 몇 번 가다 보면 오히려 그게 더 부담 없고 자연스러워진다.

 커피와 차 맛에 반해 ‘봉다방’ 지점을 내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거절하는 일에서 약간 생각을 깊이 하게 만든다. 인테리어는 알아서 하겠으니 커피와 각종 차 레시피만 제공하라는 사람들의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다. 언뜻 고객이 반하는 차 맛을 더 많은 사람들이 맛보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것을 거절하는 이유가 뭘까? 조각가인 사장의 예술가 정신이 다방에도 적용된 게 아닌가 싶다. 적어도 봉다방의 차 맛은 유일하게 이곳에 와야 맛볼 수 있는 것으로 고집하는 듯하다. 예술가의 작품이 공장에서 찍어내듯 대량으로 나올 수 없는 것처럼, 봉다방의 차 맛 역시 그렇게 여기기를 바라는 것 아닐까. 감히 ‘예술가 경제’라고 이름 붙여 본다.

 관계를 우선하는 ‘모두를 위한 경제’와 유일함을 고집하는 ‘예술가 경제’를 좀 더 확대 재생산하는 일이 동력 잃은 경제를 살리는 불씨가 될 거라고 믿어본다. 미래학자들은 말한다. 앞으로는 돈 많이 버는 경제가 아니라, 함께 혹은 개성을 살리는 경제만이 살길이 될 것이라고.

 국가브랜드가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무거운 현실과 암울한 미래를 밑바닥부터 치고 나갈 수 있는 해법의 증거는 현실 말고는 어떤 다른 곳에도 없다. 현실만이 가장 무섭고 강력한 증거다. 현실만이 답을 줄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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