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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덕비 고사, 반면교사 삼아야
2016년 12월 11일 (일)
김채현 7618700@kndaily.com
   
▲ 김채현 부산해운대경찰서 우동지구대 경위
 감사는 평양감사요 현감은 과천현감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백성의 고혈을 빨아 치부를 하던 시대의 권력의 단맛과 횡포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일 것이다.

 과천현감 자리를 꿰차고 수탈을 일삼던 현감이 어느 날 영전해 이임을 하게 되자 현감을 보좌하던 아전들은 송덕비를 세워야 한다며 앞 다퉈 아첨을 떨었고 송덕비를 세우게 됐다.

 헌데 간밤에 누군가가 비문 위에 “금일송차도(今日送此盜)-오늘에야 이 도적을 보내노라”라는 글을 적어 놓았고, 이를 본 현감은 기특하게도 놀라는 기색 없이 답문으로 “명일래타도(此盜來不盡)-내일이면 또 다른 도적이 올 것이다”, “차도래부진(此盜來不盡)-도적은 끝도 없이 올 것이다”, 왜냐?, “거세개위도(擧世皆爲盜)-이세상이 모두가 도적인 것을”이라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

 일게 민간인이 국민을 조롱하듯 국정을 농단한 사태로 온 나라는 충격에 휩싸였고 국민들은 끌어 오르는 분노와 증오를 촛불로 분출했다.

 국민들은 어이없고 참담한 현실 앞에 할 말을 잃은 채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과천현감의 답문처럼 “세상이 모두가 도적인 것을”이라는 것만 알고 경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어리석음에 분통이 터질 일이다.

 인간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동물임을 표현하고자 한비자(韓非子)는 또 이런 말을 남겼다. “성인은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 사람들이 나를 위해 선량하기를 기대하지 않고 비행을 저지를 수 없는 수단을 쓴다”고 했다.

 배신을 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배신을 가능하게 만든 사람이나 규칙 역시 문제인 것이다. 규칙을 어기고 문란해지는 사람들이 생기는 이유는 규칙이 너무 관대하거나 그마저도 공정하게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권력형 비리를 가리켜 후진국형 범죄라고 흔히 말한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아직도 법과 제도 따위는 서민들에게만 엄격하게 적용될 뿐 권력만 있으면 성역이 되고 양심을 저버리기 좋은 여건이 제공되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큰 죄를 지어도 권력있고 능력있는 변호사만 선임하면 태산명동에 서일필이요 처벌 또한 솜방망이다. 최악의 경우인들 적당히 살다 나오면 된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말로만 일벌백계일 뿐 법이 ‘비행을 저지를 수 없는 수단’이 될 수 없다. 범죄자를 비난하기 이전에 비행을 저지를 수 없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부정에 대한 감정적 대응으로 처리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어찌해 이런 권력형 비리가 끊이질 않는지 근원을 찾아 뿌리를 뽑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는 한 사람만 바뀔 뿐 과천현감의 답문처럼 ‘차도래부진(此盜來不盡)’은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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