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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고분군 가는 길
2016년 12월 14일 (수)
김혜란 hfree2821@naver.com
   
▲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한반도 옛 선조들이 남긴 유산들은 우리민족만의 것이 아니다. 전 세계인 모두의 유산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지구 위 인간들이 만들고 남긴 모든 유산은 보존하고 알려야 할 가치가 있다.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등재추진 중에 있다. 가야는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 외에 제4국으로 알려질 정도로 고대 한반도에 의미 있는 연맹이다. 흔히 금관가야, 대가야, 소가야, 아라가야, 고령가야, 성산가야로 말한다. 이번 세계유산 등재는 그중 대가야(고령)의 지산동과 금관가야(김해)의 대성동, 아라가야(함안)의 말이산의 고분군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고령의 경우는 진작부터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준비해 왔지만, 큰 틀에서 볼 때 한반도 고대국가 중 같은 연맹에 속하는 김해와 함안의 고분군들도 함께 추진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관련기관이 결론 내렸고, 뒤늦게 김해의 대성동과 함안의 말이산 고분군이 유산등재에 합류했다.

 대체 고분군은 무덤 형태가 세계 유산일까? 순장한 매장 풍습이 세계유산일까. 혹은 고분 속에 남아있던 유물들이 세계유산일까? 고분군 경관이 세계유산일 수 있을까. 이 모든 것들을 보고 즐기며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이 세계유산일까….

 지난 9일 고령군 대가야문화누리에서는 ‘2016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대회’ 가 열렸다. 대회 첫머리에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등재추진에 관한 매뉴얼을 (사)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이혜은 위원장이 설명했다. 이어서 국내외 가야고분군 관련 학자들과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연구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일반인의 눈으로 볼 때, 세계유산등재추진은 까다롭고 복잡해 보였다. 학자들도 각각의 입장에서 연구과제들을 나열하고 있었다. 각각 방향이 상충되기도 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일련의 과정이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그런 가운데 외국연구자들의 시각이 흥미로웠다. 세계의 왕조 고분들은 평지에 있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평지에 산처럼 높이 쌓았다. 피라미드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런데 가야의 고분군들은 고령의 지산동을 비롯, 특히 함안의 말이산 고분군은 산 위에다 높이 쌓아 왕들의 영혼이 백성을 굽어보며 지켜주도록(?) 만들어져 있다. 김해의 대성동은 수장들의 무덤으로 낮은 구릉부터 만들어져 있지만, 구지봉에서 바라보면 의미있는 경관으로 다가온다. 그 점을 특이하다고 해석하고 있었다. 역시 유산등재문제를 떠나서 생각해봐도 모든 유산들은 세계유산이지, 우리 것만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세계인들과 교류가 필요한 이유다.

 함안군 말이산고분군과는 지난해에 인연이 생겼다. 민간에서 준비한 말이산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주민 대상 프로젝트에 함께 한 적이 있다. 몇 개월의 작업 이후 지금까지, 가끔 꿈도 꾼다. 고분 위에서 말을 타고 서 있는 꿈이다. 전생에 여장수였는지도 모르겠다. 말을 탈 광야가 없긴 한데…. 여전히 궁금한 것은 함안 말이산고분군 속에서 출토된 여러 유물들의 주인들과 그 당시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신나는 삶을 살았는지 하는 것이다.

 가야인들은 그 당시로는 거의 ‘핵폭탄급’인 철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다른 삼국들처럼 거대국가를 이루지 않고도 대륙과 한반도의 고구려, 일본을 이어주는 국제교류 담당 역할을 하며 살았을까? 기름진 땅과 철로 만든 농기구 덕택에 먹을거리는 모자라지 않았고, 철기 무기는 가지고만 있어도 다른 국가에 큰 위협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먹고 살기가 편하면 전쟁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 가야연맹은 어쩌면 한반도의 고대국가 중 가장 사람들이 살기 좋았던 나라들은 아니었을까. 거대한 땅덩어리로 통일되지 않아도, 국가 개념이 아니어도, 백성이 살아가기가 부족함이 없다면 그곳이야말로 천국이나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결론은 확실하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추진은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학자 위주, 혹은 문화재 관계자나 지자체 담당자만 발 동동 굴러서는 가능한 일이 아닌 단계에 왔다. 일단 추진단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해당지역의 주민들과 관심 있는 민간인들을 중심으로 신나는 ‘놀이’를 시작해야 한다. 주민을 중심으로 그들이 원하는 방향을 잡고 연구자와 지자체의 도움과 지지로 유산등재가 추진돼야 한다. 주민이 전적으로 관련 유산을 알고 사랑하고 가치를 만들어 내고 알리는 작업이야말로 진짜다.

 세계유산 등재가 연구자나 지자체 관계자만의 업적이나 명예가 돼서는 안 된다. 해당지역의 주민들 모두가 즐기고 의미 있어 하는 일상이 되고 축제가 돼야 한다. 접근하기에 따라서는 삶의 존재이유까지 설명해 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소중한 것은, 우리가 인류 공통의 유산을 아끼고 보존하려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해법이자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미래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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