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6:03 (목)
소신과 함께하는 삶
소신과 함께하는 삶
  • 이주옥
  • 승인 2016.12.20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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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소신 있는 삶. 남의 눈이나 말에 신경 쓰지 않고 대략 본인 의지대로 사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본인에게는 소신인 것이 간혹은 타인에게 아집이나 융통성 없는 것으로 곡해 돼서 인간관계나 거래에 악영향을 끼칠 때도 있다. 나 또한 꽤 소신 있게 살아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맘고생을 몇 번 하다 보니 이젠 적당히 눈치 보고 더불어 편승하며 살아가는 쪽이 세상살이에 편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적당히 방관하거나 적당히 동조하는 것이 상처받지 않을 확률이 크다는 것을 배웠다.

 대쪽 같은 성품을 가진 사람들의 일화를 책으로 읽거나 무용담으로 전해 듣는다. 하지만 책 속의 그들은 굽히지 않는 소신으로 인해 대부분 고초를 당하고 생의 말로는 불행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내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쳤다. 하지만 정작 그들에게 경외감을 갖고 대리만족은 하면서 그저 위인전이나 영화에 나올 법한 사람들의 특별한 삶으로 제쳐 두었다.

 요즘, 속해 있는 조직이나 집단에서 소신 발언이나 행위로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유난히 자주 듣게 된다. 시국에 관련된 내 생각을 유니폼에 부착했다는 이유로 경질을 당한 마트의 종업원 이야기, 그리고 소신 발언을 한 댓가로 하루아침에 자리를 빼앗긴 방송인 등.

 나도 학창시절에 군중심리로 다른 친구들과 비슷한 대답을 했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이 원하는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엉겁결에 대다수의 친구들이 하는 유형에 맞춰 버린 일은 지금도 부끄러움으로 남아있다. 아마 다수의 무리에서 배척당하지 않으려는 눈치였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내 자신이 아무리 잘나도 일반적인 통념이나 상식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적당히 눈치 보고 염치를 찾고 보조를 맞추며 사는 것이다. 막말로 치고 빠지는 것을 잘해야 사회생활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분명히 잘못되고 아닌 일인 줄 알지만 윗사람이나 대다수의 의견이기 때문에 소신을 말하지 못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 특히 권위주의나 상명하복이 뿌리 깊은 우리나라에서는 자칫하면 찍혀서 불이익을 당하고 만다. 소신이랍시고 나의 의견을 말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고 애꿎게 사회생활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결국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잘 참는 사람이 무던하고 좋은 사람이 된다.

 인생 선배들은 말한다. 세상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쥐고 흔들 뿐 원래 공정하지 않다고. 앞장서서 큰 소리를 내고 자기주장을 하면 오히려 희생당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시대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가만있다가 위로 올라가서 힘을 가진 다음에 자기주장이나 소신을 펼치는 것이 더 지혜로운 것인가.

 권력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힘은 침묵이라고 한다. 아무리 비합리적이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그저 참고 입 다물면 적어도 배척당하거나 밥줄이 끊기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그러다 보니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더욱 견고해지고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은 침묵하고 방관한 사람이니 세상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산다는 건 때로는 현명하게 비굴해지며 문득 짠해지는 내 자신을 다독이는 아픔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우리는 최고의 기득권자가 휘두른 권력의 쓴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모두가 충격이고 아픔을 느끼지만 오히려 한 편으론 국민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일이 됐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고 부당한 것을 막으려는 소신을 펼쳤더라면 이런 사태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자괴감이 자못 크다.

 우리는 이제야 품은 마음을 표현하고 그에 따른 행위를 하려 한다. 그 발현이 촛불집회였다. 어쩌면 미미한 발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반항에는 제동이 걸릴 것이고 고난은 있을 것이며 변화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신껏 사는 삶이 가장 자랑스러운 삶의 방식이며 내 주위의 안위와 평화를 지키는 일임은 분명하다. 또한 내 뜻에 따르고 내 맘이 시키는 것을 하고 그리고 후회하지 않는다면 내 자신에게도 최상의 삶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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