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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수렁에 빠진 사회
2016년 12월 21일 (수)
김혜란 hfree2821@naver.com
   
▲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어린 시절, 거짓말을 하고는 밤잠을 못 잤다. 지옥으로 끌려가 혀를 뽑히게 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거짓말 아무리 해도 혀 뽑히는 일 따위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거짓말을 하게 되고 삶이 복잡해졌다. 살아가면서 거짓말 한 번도 안 한 사람, 있긴 할까. 살면서 절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선의의 거짓말은 했을 것이다. 없다면 기억력이 문제다. 우리 사회가 거짓말에 너무 관대한 사회는 아닐까.

 서양에서는 문제 있는 인간의 기준을 도둑질보다, 문란한 성도덕보다, 거짓말을 더 크게 친다. 힐러리가 트럼프에 패한 원인을 따지고 들면 메일 관련 거짓말에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국민을 대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준이 부럽다.

 사람은 왜 거짓말을 할까? 거짓말을 하면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또 숨기고 싶은 것이 있을 때도 한다. 상대방을 자기편으로 믿지 못할 때도 거짓말을 할 것이다. 흔하지 않지만 상대방을 생각해서 선의의 거짓말도 한다. 물론, 이 경우도 자발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청문회장의 거짓말은 어떤 경우에 해당될까.

 2016년 겨울, 대한민국은 거짓말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청문회장에 나온 사람들이 청문위원들 질문에, 입만 열었다 하면 거짓말을 한다. 국민 열 명 중 아홉 명이 지켜보는 카메라 앞에서도 거짓말을 한다. 한국 10대 재벌총수부터 교수, 의사를 비롯한 많은 증인들이 특정질문에 대해 알면서도 모른다고 말한다. 했으면서도 하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심지어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미리 준비해서 위증, 그러니까 거짓말을 만들어서도 한다. 증인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신분인 청문위원의 일부는 증인이 거짓말을 하도록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국민들은 거짓말 탐지기가 된다. 증인으로 나온 사람들의 대답 내용은 물론, 목소리와 표정, 시선과 눈빛, 그리고 작은 제스추어 등을 분석해가며 나름대로 진위를 판단하면서 청문회를 지켜본다. 언론을 통해 다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도 거짓말로 일관하는 그들을 지켜보면서 국민으로서의 자괴감을 느낀다. 같은 자리에 나란히 앉은 세 사람이 각각 다른 소리를 하고, 주사를 맞은 증거는 분명히 있는데 주사를 놓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드디어는 ‘의원직을 걸고 말한다’거나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다’는 수식어를 앞에 걸고 말하는 의원들 말을 듣는 순간, 그냥 ‘거짓말이구나!’ 한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촛불집회 현장으로 데리고 나갔다.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청문회도 함께 보았을 것이다.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고 배운 아이들은 굉장히 당황할 것이고, 그런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뭐라고 말해서 안심시켜야 할까. ‘거짓말’이라도 했어야 할까.

 전국의 서점 직원이 뽑은 ‘올해의 한국소설’에 김탁환 작가의 ‘거짓말이다’가 선정됐다. ‘거짓말이다’는 세월호 참사 때 시신 인양과 수색작업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들의 실화를 토대로 쓴 책이다. 세월호의 무엇이 거짓말인지, 국민들은 절실하게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천경자 화백의 그림 ‘미인도’가 위작이 아니라 진품이라는 검찰의 발표가 있었다. 25년 동안이나 이어온 위작 시비결과이다. 물론 천 화백 가족 측은 여전히 진품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작 검증은 더 이어질지 모른다. 국민들은 누가 거짓말을 하고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이런 옛 이야기가 있다. 한 암자의 주지스님이 제자들에게 과제를 냈다. 새 한 마리씩을 주면서 아무도 모르게 새를 죽이고 오라고 했다. 제일 빨리 돌아오는 제자에게 암자를 물려주겠노라고 말했다. 새를 받아든 제자들은 달려 나갔고 숙제를 완수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가장 아끼던 제자 한명이 해가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정해진 시간이 돼 주지스님이 중대발표를 하려던 찰나, 그 제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손에 새 한 마리를 그대로 쥔 채였다. 주지스님이 물었다. ‘너는 왜 새를 죽이지 않고 그대로 갖고 왔느냐?’ 아끼던 제자가 대답했다. ‘도저히 새를 죽이는 살생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보다 아무도 모르게 죽일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하나 없는 어떤 장소에 가도 지켜보는 사람이 반드시 있었습니다.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청문회는 계속된다. 그들이 도덕이나 양심 따위 이미 내다 버린 사람들이라고 치자. 만의 하나, 국민이 다 아는 그들의 거짓말이, 변호인들의 값비싼(?)변호에 의해, 국민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법 해석으로 거짓말이 아니라고 결론 낫다 치자. 그래도 진실은 남는다. 그것이 제일 무섭다. 본인들의 마음이 마지막 감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후의 감옥도 정좌하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거짓말 하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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