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매일
뉴스 기획ㆍ특집 사람&사람 오피니언 교육소식 투데이+ 커뮤니티
인기검색어 : 김해시, 경남과기대
자세히
  •  
> 오피니언 > 발언대
     
모성애의 진실
2016년 12월 28일 (수)
김혜란 hfree2821@naver.com
   
▲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ㆍTBN 창원교통방송 진행자
 구치소 청문회라도 하려 했다. 이뤄진다면 97년 한보사태청문회 이후 19년 만의 일이었다. 그렇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그것조차 계획했던 대로 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 최순실을 비공개로 신문한 정도에 불과했다.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법무부, 서울구치소와 5시간 넘는 공방을 벌인 끝에 구치소에 있는 수감동 내 특별면회실에서 20일 만에 겨우 최순실을 대면할 수 있었다.

 비공개여서 전해진 내용만 알 수 있었다. 그날 저녁, 국정조사 특위 위원 몇 명이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여야당 각각 두 명씩이었는데 여전히 안하무인이었고 반성 없는 최순실이었다고 느낌을 말했다. 그런데 모두 다 공통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있었다. 최순실도 모성애가 강한 엄마였다는 것이다.

 모든 의혹에 대해 ‘아니다’,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식의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던 최순실도 딸 이야기가 나오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손혜원 의원이 최 씨에게 “딸이 더 걱정되느냐, 손자가 더 걱정되느냐”고 묻자 최씨가 울음을 터트렸다는 것이다. 딸 정유라에 대한 의혹 제기에는 ‘철벽 방어’하는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 ‘부정입학한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대학에 들어갔다’는 최순실의 말을 전했다.

 남성 특위위원들은 최순실이 정유라와 손자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렸고, 최순실의 아킬레스건이 정유라와 손자를 향한 모성애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검찰이 정유라에 대한 국내소환 압박을 통해 최순실의 모성애를 자극해서, 말문을 열게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듯도 했다.

 모성애는 본능일까. 만들어진 것일까. 모성애야말로 산업근대화가 빚어낸 발명품이라는 주장이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엘리자베스 벡 게른스하임은 산업화 시대 이전까지는 현대사회 여성들이 지닌 것과 똑같은 모성애가 없었다고 말한다. 이른바 원시적인 경제공동체 안에서는 모성애의 기본이라는 출산이 노동력 보충을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아이들은 단지 살아남을 정도로만 보살핌을 받았다. 하지만 근대 이후 경제성장의 속도를 내기 위해 남성노동자들이 생산능력을 더 키우도록 쉴 수 있는 곳, 즉 가정이 필요했고 양육과 출산, 자녀교육 역시 비교적 온순하고 겸손한 여성에게 부담을 몰아주게 됐다는 것이다. 드디어 아이를 잘 길러야 한다는 부담마저 여성에게 쏠리고, 급기야 아무에게나 아이를 맡길 수 없다는 현대적 모성애가 발명됐다는 결론이다.

 대한민국은 특히나 모성애를 강조하는 사회다. 아니, 모성애를 강요받는 사회다. 정유라의 이대 특혜 입학에 대해 가슴을 쳤던 이 땅의 어머니들은 자신이 자녀에게 퍼붓는 사랑, 모성애를 스스로 돌아볼 기회를 만났다. 최순실 같은 엄마를 두지 않은 자녀가 자신을 원망할까 두렵다는 병든(?) 모성애도 만났다. 그래서 촛불을 들었다는 모성애도 있었다.

 최근 한 대학가에는 ‘박정희의 최대 실패는 자식교육’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고 한다. 진짜 교육을 맡았을 육영수 여사를 원망도 해본다. 우리는 어떨까. 근대사회 발명품인 왜곡된 모성애로 인해, 또 다른 박근혜와 정유라를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 진다. 엄마가 재벌의 약점을 쥐어박아서 수십억짜리 말은 못 사줘도 숙제는 대신해주고, 대학에 특혜 입학할 수 있게는 못해줘도 학급회장 출마 연설문을 써 주고, 딸 이름으로 회사는 못 만들어줘도 대학이나 직장 갈 때 자기소개서는 써 주는 것이 현실이다. 최순실이 없으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고 추측되는 박 대통령처럼, 우리 아이도 엄마 없이는 아무 일도 못하는 자동인형으로 키우는 것은 아닐까. 혹은 왜곡된 모성애 안에서 안하무인으로 살아가는 정유라로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른과 아이들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동화,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있다. 엄마가 되고 싶었던 산란용 암탉 잎싹은 청둥오리의 알을 품어서 자식으로 키우고, 자신과 자식인 초록머리를 평생동안 노리던 족제비에게 스스로 잡아먹혀서 생을 마감한다. 잎싹이 순교정신이 있었거나 별난 영웅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암탉 잎싹은 족제비가 낳은 새끼들이 젖을 굶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족제비의 새끼들도 자식인 초록머리와 똑같다고 여겼다. 그 새끼들에게 젖을 먹일 수 있도록 족제비에게 자신의 몸을 내줬다. 잎싹은 바람직한 모성애의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최순실은 대체 어떤 모성애를 발명한 것일까.
김혜란의 다른기사 보기  
ⓒ 경남매일(http://www.gnmaei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광고단가표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최종편집 2017.9.21 목 03:45
주소 : 김해시 외동 금관대로 1125 6층|우편번호 : 50959|대표전화 : 055)323-1000|팩스번호 : 055)323-3651
Copyright 2009 경남매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gnmaeil.com | 청소년 보호 책임자 : 최용학
본 사이트에 게재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본사가 소유하며, 발행인의 사전 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