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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들녘 자연과 공존하는 체험공간
사람 사는 들녘 자연과 공존하는 체험공간
  • 김도영 기자
  • 승인 2016.12.29 2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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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가볼만한 곳, 봉하마을
▲ 봉하마을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우측 하단 삼각 모양을 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은 가장 위에 있는 수반을 시작으로 국민 참여 방식으로 조성된 박석과 헌화대ㆍ너럭바위를 볼 수 있다. 좌측 봉하들에 조성된 노 전 대통령의 얼굴과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생태문화공원 조성 평일ㆍ주말 프로그램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 생가ㆍ묘역,추모 발길

 그곳에 가면 항상 그를 느낄 수 있다. 그곳은 ‘바보’란 별명을 가장 좋아한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이하 봉하)이다. ‘김해 어디까지 가봤니?’ 기획 마지막 장소이기도 하다. 처음엔 화포천 생태공원과 연계해 봉하마을을 실을 예정이었지만,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봉하마을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봉하를 찾은 날은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가족, 연인, 개인 단위로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풍경이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하 재단) 관계자에 따르면 매년 70만 명이 찾는 봉하는 올해 방문객 수가 80만 명이 넘었다. 봉하는 고인에 대한 추모와 살아있는 방문객의 발걸음이 교차하는 곳, 그런 의미에서 ‘생과 사’가 공존하는 장소다. 거기에 노 전 대통령이 생전 봉하에서 강조하고 실천하던 환경보존을 위한 다양한 노력과 발자취까지…. 알고 간다면 봉하를 더욱 잘 들여다볼 수 있다.

 봉하마을 이름은 봉화산 봉수대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 해 붙여졌다. 현재 약 40가구ㆍ120여 명의 주민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봉하마을로 들어서면 관광안내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곳에 상주해 있는 해설사의 도움을 받아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휴게소를 지나 아담한 길을 걸어가면 대통령 생가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은 노 전 대통령이 1946년 9월 1일 태어나 8살까지 살았던 집이다. 노 전 대통령 퇴임 당시 생가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고 원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복원될 생가의 설계 과정에 대통령이 직접 수차례 걸친 자문과 협의, 꼼꼼한 메모로 직접 의견을 제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생가를 방문한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기자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된 그의 생가를 여유롭고 찬찬히 둘러볼 수 있었다. 생가는 전통적인 초가집 형태로 36㎡(약 11평) 규모의 본채에 방 2칸과 부엌, 14㎡(약 4.5평)인 아래채에 헛간과 옛날식 화장실이 있다. 대통령 서거 이후인 지난 2009년 9월 복원사업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됐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이모(43) 씨는 “봉하마을에 가야지 생각만 하다가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가족들과 함께 오게 됐다”며 “생가를 직접 보니 대통령 생각이 더 많이 난다. 보고 느끼며 아이들에게 역사를 알려줄 수 있어서 참 뿌듯하다”는 소회를 밝혔다.

 생가 옆에는 기념품 가게 ‘사람사는세상’이 있다. 이곳은 방문객들이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원했던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지어진 곳이다. 애초에는 방문객들이 앉아서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작은 찻집으로 설계됐다. 서거 이후 대통령을 오래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념품 매장으로 바뀌었다. 묘역과 생가 관리를 맡은 (재)아름다운봉하에서 운영하며, 판매수익금은 묘역과 생가관리, 기념사업에 쓰이고 있다. 티셔츠부터 책ㆍ문구류 등 다양한 기념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개관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환경’에 특히 관심이 많았던 노 전 대통령. 기념품 가게 맞은편에는 경남로컬푸드직매장 ‘봉하장날’을 볼 수 있다. 이곳은 영농법인 봉하마을이 직영하는 친환경 로컬푸드 매장이다. 봉하마을을 비롯해 김해와 경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유기농 농산물ㆍ축산물ㆍ수산물ㆍ임산물과 그 가공식품을 전시ㆍ판매한다.

 그 뒤편엔 친환경 쌀방앗간이 있다. 쌀방앗간에선 봉하마을과 인근 4개 마을, 40여만 평의 생태농업단지에서 자연농법으로 계약재배한 벼를 전량 수매한다. 그리고 첨단 방앗간에서 고품질 완전미(96% 이상)로 도정해 ‘봉하쌀’ 브랜드로 판매한다.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다다르는 노무현 대통령 ‘추모의 집’은 대통령 관련 유품과 사진, 기록물과 영상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건물의 외관은 소박하지만 고인을 기리는 숭고함을 내부에 담고, 전체적으로는 사저와 생가, 방앗간 등 주변 건물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통령의 유품과 사진, 기록물 등을 볼 수 있는 전시관과 영상물 시청이 가능한 영상관으로 나뉘어 있다. ‘추모의 집’ 앞마당에서는 상설전시와 함께 작은 행사 등이 열린다.

 글과 사진ㆍ영상ㆍ유품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노 전 대통령이 가장 생생히 느껴지는 곳도 여기였다.

▲ ‘추모의 집’ 전시관 실내 풍경. 이곳은 대통령 관련 유품과 사진, 기록물을 만날 수 있다. 전시관 옆 영상관은 방문객에게 대통령의 음성과 영상을 들려준다.
 이제 대통령 묘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생가와 추모의 집 등은 묘역을 가기 전 마음가짐을 정돈하는 시간을 벌어준다. 묘역의 박석은 국민 참여 방식으로 조성됐다. 박석 하나하나에 담긴 국민의 추모, 애도의 글을 확인하며 헌화대에 이르면 헌화와 참배를 할 수 있다.

 묘역을 내려다보고 있는 봉화산 능선 위에는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49재를 지냈던 정토원이 있다. ‘봉화산 숲길’은 노 대통령이 손님이 오는 날이면 늘 함께 거닐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길 ‘봉화산 숲길’은 2시간 30여 분이 소요되는 5.3㎞ 거리 1길과, 1시간 30여 분이 걸리는 2㎞ 거리 2길로 나누어져 있다. 방문객이 허락하는 시간에 맞춰 그 날 선택하면 된다. 1길은 편백나무숲길을 거쳐 돌아온다. 침엽수 중 가장 많은 양의 피톤치드를 배출하는 이곳을 거닐다 보면 기분까지 좋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봉하마을을 찾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또 한 곳 생겼다. 지난해 조성된 ‘사람사는 들녘’이 바로 그곳이다. 생태문화공원 가운데에는 묘역을 중심으로 한 추모영역, 봉화산 쪽으로는 휴식과 크고 작은 행사를 할 수 있는 넓은 잔디동산, 거울못이 조성돼 있다. 또 들판 쪽으로는 화포천에 이르는 생산영역과 자연생태공원이 마련돼있다. 생태문화공원은 복원된 자연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곳은 ‘자연과 사람’, ‘참여와 연대’, ‘가치와 배움’을 기본방향으로 내세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46년 9월 1일 태어나 8살까지 살았던 ‘생가’. 원형에 가깝게 복원된 그의 생가는 서거 이후 지난 2009년 9월 일반에 공개됐다.
 특히 평일과 주말을 나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평일엔 유아ㆍ어린이를 대상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도록 단체 체험 학습을 진행한다.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하며 매일 2회(회당 1시간 30여 분) 운영한다. 유아부터 초등학교 단체까지 참가할 수 있으며 전달 20일에 누리집(http://www.knowhow.or.kr)에서 확인ㆍ신청 가능하다.

 주말엔 개인ㆍ가족ㆍ단체 모두 풍부한 자연체험을 할 수 있다. 매주 주말 운영되며 회당 2시간 30여 분 소요된다. 지난 9월부터 진행했음에도 4천800여 명이 참가하는 등 선착순 모집하는 대로 마감되는 호응을 얻고 있다. 내년 1월 체험 프로그램은 이미 마감됐다. 내년 2월 체험에 참여하고 싶다면 1월 20일 (재)사람사는세상 누리집을 방문해보자.

 돌아가는 길이 출출하다면 봉하마을 내 오래 터를 잡고 있는 ‘테마식당’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얼큰한 소고기국밥 한 그릇을 맛볼 수 있다. 소고기국밥 외에도 봉하둥지휴게소 ‘봉평메밀’도 방문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봉하마을 재단 관계자는 “봉하마을은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많은 분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며 “한편으론 개구리와 가재를 잡던 마을을 손녀에게 선물해 주고 싶어 했던 노무현 할아버지의 꿈이 만들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친환경 쌀농사로 깨끗하게 되살아난 아름다운 자연을 아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봉하마을로 꼭 한번 놀러 오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단은 봉하를 찾는 방문객이 지난해 대비 4만 명 이상 급증하는 등 올해 유난히 늘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사람사는 세상을 외쳤던 그 목소리가 더욱 듣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인간 노무현의 이야기, 그가 남기고 간 유산들이 봉하,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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