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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른 되기
2017년 01월 09일 (월)
김은아 7618700@kndaily.com
   
▲ 김은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회관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지난 나흘간을 심란한 마음으로 보냈다. 학교에서 징계를 받은 학생의 사회봉사활동을 요청하는 모중학교 선생님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여러 기관에 협조 요청을 했지만 학생을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고 했다. 선생님은 학생의 구체적인 징계 내용을 말하는 것 대신에 학생이 사회가 얼마나 어렵고 험한지 경험하게 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다음 날 사무실을 어머니와 함께 방문한 학생은 그냥 우리의 아들과 다름이 없었다. 겨울바람이 찼다. 찬바람을 맞으며 청소를 시키기에는 애처로웠다. 사무실에서 문서작성 업무를 맡겼다.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고 오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다. ‘내일부터는 함께 식사하자 해야겠다.’ 생각하며 학생이 사무실로 돌아온 후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 후 책상 옆에 있던 가방 속 지갑의 돈이 사라진 걸 발견했다. 순간 당혹스러웠다. 학생에게 물었다. ‘점심시간에 모르는 사람이 방문한 적이 있느냐’고. 없었다고 했다. ‘어떻게 할까?’ 순간 머릿속은 수 만 가지 생각으로 복잡했다. ‘혹시 내가 돈을 쓰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날 오전 은행에서 현금을 찾아 빈 지갑에 돈을 채워 정확한 금액을 기억하고 있었다. ‘무조건 따져 물어야 할까? 야단을 칠까?’ 하지만 돈이 없어졌다는 말 이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가 가져갔다는 증거가 있느냐’는 듯한 도전적인 학생의 눈빛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맞을지 몰랐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에 당혹감이 앞섰다. ‘아직 사흘이나 더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데 저 아이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퇴근 후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많은 사람들이 당장 학교에 얘기를 하고 다음 날부터 봉사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 그리고 나의 대처가 잘못됐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추궁을 해서 확인해야지 요즘 중학생들이 얼마나 영악한 지 아냐고. 어쩌면 따져 묻지 않아 이제부터는 얕잡아보고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어떤 이는 잘했다고 했다. 현장을 잡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도 본인이 부인하는데 무조건 닦달하는 것도 좋은 처사는 아니라고 했다. 가장 잘못한 사람은 가방을 학생의 눈에 띄는 곳에 둔 사람이라고 했다.

 밤새 고민 끝에 봉사활동을 계속하도록 했다. 이후 학생에게 돈이 분실된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앉아 있게 하지 않았다. 올겨울 들어 제일 추운 날이었다. 외부 화단과 어린이 놀이터 청소를 맡겼다. 화장실 청소와 강의실 청소도 맡겼다. 그렇게 남은 사흘을 학생은 따뜻한 자리에 앉아 보지 못했다. 애처롭기도 했지만 자신의 잘못을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랬다. 다만 청소하는 중간 중간 차가워진 손을 따뜻하게 쥐어주고 쉬는 시간 따듯한 차를 함께 나누고 어깨를 감싸 줬다. 나흘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학생의 손을 잡으며 ‘수고했다.’ 그 한마디만 했다.

 선생님에게는 고민 끝에 사실을 얘기했다. 다른 사람들의 걱정처럼 이곳에서 한 잘못된 행동을 혹여 다른 곳에서 하게 된다면 그것은 나의 잘못된 선택 때문일 수 있기에. 나흘이라는 짧은 시간에 마음 속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제대로 품어 줄 수도 없어 안타까웠다.

 ‘나의 선택이 옳았을까?’ 아직도 고민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또다시 이런 일을 맡게 된다면 어렵더라도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보살펴야겠다 다짐한다. 참 어른 되기가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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