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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맥 예찬
2017년 01월 10일 (화)
이주옥 7618700@kndaily.com
   
▲ 이주옥 수필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은 인생살이에 술이 주는 의미와 가치는 적지 않다. 예로부터 술은 인간사 희로애락에 끼어들어 얼마나 깊은 관여를 했던가. 요즘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술 한 잔으로 마음의 허기와 외로움을 달래는 사람들은 남녀 불문하고 술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세상은 온통 술잔을 기울이며 시름을 달래고 또는 기쁨을 나누는 있는 듯하다. 빵 굽는 냄새가 사람의 마음을 가장 온유하게 만든다면, 술 익는 냄새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는 사람의 울분을 토하게 하고 신명을 끌어오고 마음을 합치게 하는 힘이 있지 않나 나름 생각해 본다.

 나 또한 여기저기 모임에 참석하면서 술잔을 받을 때가 많다. 워낙 술이 약하다 보니 완강하게 거부할 때가 많지만 부득이한 경우엔 술잔을 받아 놓고 마냥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주법이나 주도가 함께 있다 보니 술자리에 술을 마시지 못한 사람은 눈총받기 마련이고 술자리에서 맹숭맹숭하게 앉아 있는 사람은 자칫 민폐객으로 분류되기 쉽다. 내 생각엔 술을 마실 줄 아는 사람들은 마시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다른 음료수를 마시면서 분위기를 이루면 맘 편하고 공평할 것 같은데 술자리에서 그건 쉽게 허용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맥주보다는 대체적으로 소주를 선호하는 편인데 그것도 여간해서는 세 잔을 넘기는 일이 없다. 그래서 만취해 본 기억이 없고 술이 주는 즐거움도 아직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요즘은 가능하면 차를 가지고 가서 운전을 핑계로 술잔을 거절하고 보니 그나마 소주 석 잔의 의지와 주량도 무너지고 있다.

 술은 우리 인생사에 빼놓을 수 없는 가치와 의미를 지닌 친근한 동반자다. 명절이면 조상 대대로 전수받은 비법으로 빚은 전통주로 친인척을 융숭하게 대접했고 농부는 땀 흘린 뒤 논두렁에 앉아서 김치 한 가닥에 막걸리 한잔으로 노곤함을 풀곤 했다. 구석진 방에서 깡소주 한 병으로 불안한 청춘을 다독였고 지난한 인생사 시름도 달랬다.

 모든 술에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이 있다. 소주는 목줄기를 톡 쏘는 것이, 인생의 쓴맛을 느끼기에 더 없는 차가움과 깔끔함이 있다. 누룩제조부터 술지게미 추억과 술이 익는 동안의 시큼함까지 우리와 가장 친숙한 막걸리는, 혈관을 타고 도는 순간부터 속을 따뜻하게 다독여 준다. 그리고 갖은 과일과 야채를 이용해 오랜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을 위한 와인 등 각각의 술이 가지는 풍미와 느낌은 다르다.

 술의 역사와 종류도 만만치 않다. 또한 주도나 주법도 시간에 따라 변화해오고 있다. 과학적인 도구와 원료를 이용한 가정용 수제 맥주, 각종 과일이나 약초를 이용한 와인, 그리고 그때그때 트랜드화 된 칵테일 등. 그중 가장 소박하고 인기 있는 혼합주가 있는데 바로 소맥이다. 소주와 맥주를 섞은 일종의 콜라보레이션주다. 소주가 너무 독해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맥주를 섞어 전체 도수를 낮추는 일명 배려주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21도라고 할 때 여기에 맥주를 섞으면 10도 내외까지 내릴 수 있다. 물리적인 도수도 낮추고 심리적인 부담도 줄여주니 술자리에 가장 만만한 종목이 아닐까. 이 틈에 황금비율로 제조할 수 있는 비법도 분분하고 급기야는 눈금으로 그려진 컵도 출시됐다. 나도 어느 날부터 적절하게 배합된 소맥에 급 매력을 느끼게 됐다. 시원하고 부드럽게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그 한 잔처럼 맛있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가뜩이나 시국은 어지럽고 일상은 버겁고 노곤하다. 하지만 그 하나의 상황과 감정에 치우쳐서 전전긍긍하고 살 수만은 없는 것이다. 쓰고 아픈 날이 있으면 달콤하고 개운한 날도 있고 그럭저럭 살만하다가도 작은 송곳처럼 뾰족하게 아픔이 생기는 게 인생 아니던가. 어쩌면 우리 인생사는 진실과 허구, 분노와 환희, 기쁨과 슬픔이 섞여 때론 냉정한 소주 같기도 하고 거품 넘치는 맥주 같은지도 모르겠다. 아니 희로애락이 적절히 섞인 혼합주일까. 그렇다면 적당히 섞어 만든 ‘인생의 소맥’을 만들어 조금은 수월하게 마시고 넘기며 사는 것도 어쩌면 지혜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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