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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가 돼버린 코끼리(1)
2017년 01월 10일 (화)
이영조 7618700@kndaily.com
   
▲ 이영조 동그라미 심리상담센터장
 이른 아침부터 부르륵 거리며 휴대폰이 진동을 한다.

 잠결에 폰을 열어보니 화면 창에는 장문의 글이 화면을 가득 메워져 있었다. “제 아들이 직장에서 받은 처우 때문에 밤새 불만을 터트리더니 아침에 엄마가 회사에 가서 자기를 무시한 사람들에게 항의를 해 달라고 같이 출근하자고 하는데 안타깝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해서 네가 직장에 가서 차근차근하게 억울한 내용을 이야기하라고 했더니 막무가내로 화를 내면서 출근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P의 어머니가 보내온 문자였다.

 P는 현재 상담을 진행 중인 내담자다.

 그는 피해망상 증상을 가지고 처음 센터를 내원했다. 망상과 환청 현상으로 가족은 물론 자신까지도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으며 대화를 나누는데 자신이 하는 이야기도 횡설수설할 정도로 인지와 집중력에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제가 P에게 전화를 해도 될까요?’ 자신이 집에서 부모에게 하는 행동이 드러나면 또 다른 돌출된 행동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들어서 여쭤 보았더니 잠시 망설임도 없이 ‘네 그렇게 해 주세요’ 내담자 어머니의 그 말속에서 긴박한 상황이 느껴졌다.

 곧바로 전화를 돌렸다. 상대방이 잔뜩 화가 나 있을 모습을 상상하고 전화기를 들고 있는데 상대편에서 ‘여보세요’ 둔탁한 음성이 들려왔다. 역시 P는 격앙돼 있었다. 아침 인사를 건네고 화가 난 이유를 물었다. 어제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려는 순간 옆에 있던 상사가 자신을 비하하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그 순간은 못 들은 척하고 퇴근을 했는데 집에 와서 그 상황을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어떻게 하든 자신의 화난 감정을 당사자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혼자 이야기하기에는 자신이 없어서 엄마에게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저보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게 좋다고 하며 자신의 편이 돼주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폭발을 한 것이다.

 P는 자식이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부모가 돼서 그 정도도 못해주나 하는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 집에서 화를 내게 됐다고 했다.

 우리는 어릴 적 엄마 뒤에 숨어서 상대방을 야단쳐주며 아들에게 용기를 심어줬던 슈퍼맨 같은 엄마의 든든한 모습을 지켜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을 해결해주면 다시 용기백배해서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 신나게 뛰어놀았다.

 몸은 이미 성인이 돼버렸지만 자기 내면에는 아직 어린아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안에 있는 내면의 아이를 어른으로 성장시켜줘야 한다.

 P에게 이야기했다. ‘엄마가 직장에 가서 우리 아들 괴롭힌 사람 나와!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 사람을 야단쳐주면 자기는 엄마 뒤에 숨어서 지켜보면 든든한 응원군이 있다는 사실에 힘이 솟구치겠지, 그러나 엄마가 돌아간 뒤에 다른 동료들이 자기를 보고 뭐라고 할까? 아마 마마보이라고 손가락질하지 않을까?’ 필자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빠진 P는 작은 목소리로 ‘그럴 수도 있겠네요…’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는 대책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이렇게 해봐요, 출근을 해서 당신에게 비하하는 말을 한 사람에게 가서 ‘잠시 이야기 좀 합시다.’ 그리고 ‘당신이 어제 나에게 비아냥거린 말이 너무 기분이 나빴다. 무슨 이유로 나에게 그런 말을 했느냐?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상대방을 무시하느냐’고, 그리고 상대방에게 ‘앞으로 나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하지 마세요’라고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불쾌했던 내 기분을 분명하게 전달하라고 이야기해줬다.

 ‘결국은 나 혼자 처리하라는 거네요?…’ 그러더니 한숨을 푹 쉬고는 ‘알겠습니다. 제가 해보겠습니다.’ P가 어려운 결심을 한 것을 아는 나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파이팅!’ 하며 재차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전화를 끊었다.

 상담은 또 다른 내담자와 계속됐고 시간은 벌써 정오를 넘어서고 있었다. 점심 식사를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한 통의 카톡 메시지가 내 시선을 잡았다.

 ‘센터장님, 저 해냈어요…’ 아침에 전화로 상담을 해준 P가 회사에 출근해서 자신을 화나게 한 당사자에게 자신의 기분을 이야기를 했더니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어려운 일을 혼자 해낸 후 느끼는 성취감을 맛봤다.

 사람들이 어떠한 행동을 하기 위해 마음을 먹는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데 오늘의 실천으로 자신감을 갖게 됐을 것이고 앞으로 생활에도 작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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