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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보약이다
2017년 01월 12일 (목)
정창훈 changmong@naver.com
   
▲ 정창훈 객원논설위원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일을 하면 꿈을 이룬다”는 말을 알면서도 2016년 마지막 시간과 2017년 시작 시간을 걸쳐 푹 잠을 잤다. 푹 자고 일어났을 때 기분은 상쾌함이었다. 꿈속에서 오고 가는 해를 보내면서 개천에서 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꿈도 꿨다. 길몽이라 생각하고 아내한테 말했더니 일만 원에 사겠다고 했다. 재운이 트일 꿈인가보다.

 지난달에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여행에서 친구를 통해 잠을 잘 자는 습관에 대한 시원한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친구는 매일 매일 잠자는 일을 성스럽다고 했다. 잠을 잘 때 성스러운 마음가짐을 갖고 숙면을 하라고 했다.

 여행 마지막 일정에 들른 라텍스 매장에서 만져 본 U자형 천연라텍스 베개는 천연 소재와 더불어 기능적인 부분도 인체공학에 맞게 만들어져 편안한 숙면을 취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산단 말인가.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 기본은 몸이 요구하는 대로 들어주는 일, 잘 먹고, 잘 일하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쉬고 등등이다.

 그런데 나는 완전 흙수저로 태어나 몸뚱어리 하나 믿고 살아왔다. 잠을 더 잔다. 편하게 잔다. 겨울엔 따뜻하게 자고 여름엔 시원하게 잔다는 상상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어디서든지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감사했다. 한겨울의 추위를 이긴다, 극복한다, 지나간다는 새벽이 밝아야 해결 될 일이다. 누군가는 한겨울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잠을 자야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다. 또 다른 누군가인 나는 모자를 쓰고 몇 겹으로 옷을 입는다. 마스크와 장갑까지 완전무장을 한 상태로 잠을 자니 최소한의 숙면만 취한다. 나에게 잠은 또 하나 긴장의 연속이었다.

 낮에는 직장을 다니고 야간에 대학을 다녔다. 책상 앞에는 굵은 사인펜으로 ‘잠은 죽어서도 충분하다’라는 글을 적어 뒀다. 아침 6시 반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곧장 학교로 갔다. 저녁은 매일 빵 한 조각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밤 10시 30분이 지나야 자취방에 도착했다. 당시에는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치기만 해도 잠이 오기 시작하니 그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예습은 아니더라도 복습은 해야지 최소한의 수업내용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제나 잠에는 인색했다. 자신의 몸을 학대했다. 100㎞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에도 여러 번 참가했다. 경기는 주로 야간에 열린다. 오후 7시에 출발해서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 난이도가 있는 도로를 달린다. 달리면서 배고픔과 추위는 옷을 두껍게 입고, 배가 고프면 무엇이라도 먹으면 되지만 잠을 참기는 쉽지 않아 비몽사몽간에 달리다보면 도로를 이리저리 위험하게 달릴 수도 있다. 아마 음주운전을 하는 차와 비슷하다. 스스로 자처한 일들이다.

 한국갤럽은 한국인의 실제 수면시간이 6시간 53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적절한 수면시간은 8.2시간인데 주간 노동자는 약 1.3시간 잠이 부족해 만성적이고 일상적인 수면부족에 시달린다고 한다. 우리는 4당5락의 무시무시한 협박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살아남지 않았던가.

 잠 잘 자는 것도 복이다. 뒤통수를 대기만 해도 숙면을 취하는 것이 어떤 이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너무 힘들고 더 이상 참기 힘든 지경에 이르러 그만큼 간절한 것이 바로 ‘잠’이다. 불면증 환자들에게 숙면은 일종의 소원 같은 일이기도 하다.

 잠들지 못하는 고통, ‘불면증’이란 단순히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증상 외에도, 수면 시간이나 유지의 어려움, 또는 자고 일어나서도 쉽게 원기회복이 되지 않는 증상을 포함한다. 이러한 증상이 계속되면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를 초래하며, 기분장애, 고통, 일상생활 기능장애가 뒤따르기도 한다.

 잠을 깊게, 효율적으로 잘 자기 위해서는 먼저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생활 패턴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깨는 패턴, 즉 리듬이 강하게 형성돼 있으면, 자리에 누웠을 때 잠이 쉽게 들고 잠자는 동안에 뇌가 낮 동안 얻은 지식을 조목조목 잘 정리할 수 있게 된다.

 잠을 잘 때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눕는다. 세포 하나하나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내려놓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도 말아야 한다. 종일 최선을 다한 자신의 몸과 마음에 감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가 바로 편안한 잠이다. ‘잠을 잘 잔다.’는 성스러운 의식이다. 흔히들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을 한다.

 지난해 종교지도자들과의 만남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건강을 염려하는 한 지도자의 말에 박 대통령은 “다른 좋은 약보다 사람한텐 잠이 최고인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100만 명의 시민들이 주말도 반납하고 촛불을 밝히고 밤잠을 설쳐가며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 홀로 ‘잘 자고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돼 더욱 공분을 자아냈다.

 사람은 나이에 관계없이 편하고 감각적인 것을 추구한다. 감각적인 것을 좋아하고 이기적이고 독선적이고 나태한 것이 인간의 습성이다.

 국민들도 잠이 보약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더 이상 수면부족으로 야기되는 고혈압, 비만, 우울증, 호르몬 이상, 면역력 약화, 기억력 감퇴와 같은 질병으로 국민들을 시달리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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