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3:45 (목)
바퀴 달린 의자
바퀴 달린 의자
  • 박경희
  • 승인 2017.01.15 1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경희
건드리면 물러나라

부딪히면 조용히 물러나는 의자처럼

안과에서 만난 풍경이었다

고름을 빼낼 때까지 아이는 울었다

지친 아이를 안고, 어미는 남은 한 손으로

아이가 떼어내려는 안대를 잡았다

어미는 앞에 의자가 있는 줄도 모르고 걸어가 부딪혔다

넘어질 뻔하였다

순발력 있는 의자가 먼저 뒷걸음쳤다

이불장을 정리하다가 식탁보를 발견했다

식탁에 깔아 보려는데 식구가 반기를 든다

뭐하려고~! 입에 재갈 물린 어조다

도깨비 뿔 대신 마음에 작은 바퀴 굴려 물러선다

말없이 식탁보를 다림질한다

구겨진 심기도 펴진다

눈 내린 듯 식탁보가 환하다

시인 약력

지구문학 2000년 가을호 신인상 등단

(사)부산시인협회 정회원

시와인식 동인

부산광역시 연제예술인협회 회원

평설

 따옴시는 일상생활의 체험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군더더기가 없다. 언어는 이질적인 두 사물을 연결하는 유사성을 자각한다. 화자는 이 점을 살려 은유서정의 멋을 자아냈다. <안태봉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