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9:52 (금)
한ㆍ중관계 역사에서 뭘 배울 것인가
한ㆍ중관계 역사에서 뭘 배울 것인가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7.01.15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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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한국의 5천년 역사는 끊임없이 한반도를 종속화시키려는 중국 및 주변 이민족과 이에 응전하는 한반도 간 투쟁의 역사로 요약할 수 있다. 고조선의 멸망, 한사군의 설치, 고구려의 성립과 존립 그리고 멸망의 과정이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후 통일신라의 성립, 발해의 멸망, 원의 한반도 점령, 인조의 삼전도 굴욕, 조선말기 원새개의 발호에 이르기까지 한반도는 한족을 중심으로한 대륙 북방의 위협과 간섭으로부터 한시도 편한 시대가 없었다. 북방이 힘을 잃었던 일제 강점기가 끊나자마자 인해전술로 한반도의 허리를 끊어버린 것도 역시 중국이다.

 죽의 장막을 걷어내고 개방의 시대로 나선지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의 중국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일까,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하는 문제는 중국과 수천년간 숙명적 관계를 이어온 우리로서는 매우 중요한 관찰대상일 수 밖에 없다. 지금 사드배치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무역보복과 혼란한 국내정세를 이용한 우리나라 흔들기는 한중관계를 예측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사실 사드배치문제는 중국의 말처럼 그들의 핵심이익이라고도 볼 수 없다. 사드 없이도 중국을 샅샅이 훑어볼 길은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사드를 문제 삼는 것은 중국의 세계전략에 걸림돌이 되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미국편에 붙어 대항할 것인지 우리에게 굴복할 것인지 양자택일하라는 위협에 다름 아니다. 사드를 볼모로 한국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해상레이더 배치 움직임에는 침묵하면서 전폭기를 포함해 10대의 군용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최근 환구시보 등 중국의 관영지의 보도와 주요인사들의 한국 위협발언에서도 나타난다. 심지어 군사행동도 불사할 수 있다는 식이다. 지난 역사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모습이다.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한국을 아래로 쳐다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한국 경시를 넘어 멸시를 노골화하는 형국이다.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우리의 태도다. 우리가 중국의 위협에 추위를 타면 중국은 더 큰 괴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 뻔하다. 폭력 앞에 한번 무릎을 꿇으면 우리는 중국이라는 늪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 최근 중국의 위헙을 대처하는 우리의 태도는 실로 우려할 만 하다. 무역보복에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더니 중국 군용기가 항공식별구역을 침범해도 쉬쉬한다. 일본이 침범사실을 발표하자 11시간이 지난뒤에야 이런 사실을 시인했을 정도다. 야당 국회의원은 사드외교와 무역보복 외교에 나선다며 중국에 가 중국의 사드 들러리로 전락하는 모습만 보였다. 정부는 저자세고 정치권은 핵심 국익이 걸린 외교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모습이다. 왜가 침략할 것이냐, 친명이냐 친청이냐를 두고 싸웠던 조선이 생각난다.

 외교가 논쟁거리가 될 수 없는 성역은 아니다. 얼마든지 논쟁하고 다툴 수 있다. 그러나 외국과 한 약속을 정쟁차원에서 이러쿵 저러쿵 흔들어 대는 것은 우리에게 아무런 득이 될 수 없다. 적전분열은 상대에게 헛점만 보일 뿐이다. 명과 청나라 사이에서 국제정세에 눈을 감고 명분을 고집하다 욱일승천하는 청나라에게 굴욕을 당한 조선이 돼서도, 수ㆍ당의 100만의 대군과 수차례 전쟁도 불사했던 고구려가 돼서도 곤란하다. 중국의 비위를 맞추면서 자존감을 내팽게 쳤던 조선은 더더욱 곤란하다. 그렇지만 때론 외교, 때론 전쟁으로 당당히 맞섰던 고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보복 카드에 잔뜩 겁을 먹고 움츠려 들어서는 대응한 한중관계는 요원하다. 중국은 우리에게 위협이자 기회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도를 넘은 중국공포증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리는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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