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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맞아 복덕의 씨앗을 심자
설을 맞아 복덕의 씨앗을 심자
  • 이태균
  • 승인 2017.01.25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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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우리의 고유명절인 구정이 곧 다가오고 있다. 구정은 우리 조상 대대로 한 해를 마무리한 후 새해를 여는 첫날로써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산업화에 따라 직장을 서울 등 객지에 두고 있는 가족들이 일 년에 한두 번 모두 함께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뵙고 조상님께 차례도 올리면서 선영 산소를 찾아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구정은 푸짐한 음식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좋은 날이다.

 그런데 구정을 맞아 고향 땅을 찾아가는 도로가 항상 붐비면서 고속도로에서 교통전쟁을 치러야 하는 것은 연례행사가 된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가벼운 접촉사고도 많고 서로가 먼저 가겠다고 차로 위반이나 불법적인 앞지르기를 함으로써 타인의 운전을 방해해 운전자들이 얼굴을 붉히면서 욕설을 주고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운전 방해까지 하면서 곡예 운전을 한다 해도 크게 시간이 단축되는 것도 아니므로 이번 구정만큼은 좀 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기 바란다. 설령 상대방이 불쾌한 운전행위를 하더라도 나보다 빨리 가야 할 사유가 있는가 보다 하고 양보하면서 웃는 얼굴로 상대를 대하면 오히려 상대 운전자도 마음속으로 미안함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리를 양보하는 것도 큰 복덕을 짓는 것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고향의 어른들과 이웃들은 멀리서 찾아오는 친지와 지인들에게 정다운 인사를 주고받아야 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뚜렷한 직장도 잡지 못해 속태우는 젊은이에게 ‘너 직장이 어디냐, 회사 이름이 뭔가’ 등의 껄끄러운 질문은 삼가야 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젊은이는 꿈과 희망을 가지고 부단한 노력을 하면 좋은 취업의 기회가 오고 만다는 덕담과 격려로 후손과 친지들에게 희망을 주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우리의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하다 보니 청년실업 문제가 정부와 국민 전체의 숙제가 된 지도 오래됐지만 아직도 청년실업이나 취업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정책이나 대안이 없는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정부가 고용증대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출범 초기에는 부단한 노력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국회의 입법 지원이 되지 못해 이 문제는 원천적으로 풀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지 못한 것도 분명함으로 정부와 국회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실업 해소 특히 청년취업문제는 정부가 앞장서 풀어야 하며 정부와 국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특단의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결혼적령기를 넘긴 후손들에게 어른들이나 친지들이 삼가야 할 질문이 있다. ‘너 왜 시집 안 가니, 또는 장가는 언제 갈 거니’ 등 결혼에 대한 것이다. 싱글 주의자가 아니라면 누군들 장가와 시집을 가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장가가고 시집이란 적당한 상대가 있어야 하고 결혼조건이 맞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결혼하지 못해 주눅이 들어있는 젊은이에게 하필 민족의 최고명절 날 기분을 상하게 하는 혼사 문제는 화제로 삼지 말았으면 싶다. 오히려 그러한 후손이나 친지에게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인연이 늦게 주어지는 모양이니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느긋하게 기다리면 반드시 훌륭한 배우자가 나타날 것이다’고 덕담을 주는 것이 어떨까.

 특히, 차례상 차리기와 식구들의 먹거리 준비, 식사 후 뒷치다꺼리를 두고 부모ㆍ형제와 동서들이 마음을 상하는 경우도 많아 대단히 외람된 말일지는 몰라도 명절 이후에 이혼하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는 법원 통계도 있어 우리의 마음을 서글프게 한다. 이러한 문제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형제가 좀 더 제수비나 식사준비를 할 수 있도록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그러나 비용을 좀 많이 부담했다고 형제나 동서에게 생색을 내는 것은 금물이다. 형편이 넉넉지 못해 제수비나 음식비용을 제대로 부담하지 못하는 형제와 동서의 마음도 헤아려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먼 길을 마다하고 고향 찾아온 발길에 감사하면서 웃는 얼굴로 따뜻한 온정을 담아 말 한마디라도 전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복덕을 짓는 것이다. 복덕은 꼭 물질로만 짓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미소 띤 얼굴로 다정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야 말로 물질의 공덕보다 수천배의 복덕이 있다고 성현이 일러줬다. 구정은 부모ㆍ형제와 동서들이 정을 나누고 형제애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번 구정은 우리모두가 친지와 이웃에게 복덕을 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어차피 겪어야 할 교통전쟁이라면 고속도로에서, 취업하지 못하거나, 시집과 장가들지 못한 후손들에게, 그리고 형편이 어려워 제수비를 부담하지 못하는 형제와 동서들에게 물질을 주지 않아도 미소 띤 얼굴과 다정한 말 한마디로 상대방에게 복과 덕의 씨앗을 심어보기 바란다. 몇 년 후엔 그 복덕의 씨앗이 큰 열매로 결실돼 반드시 되돌아 올 것이다. 인과응보는 변할 수 없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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