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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실망스러운 국정 역사교과서
역시나 실망스러운 국정 역사교과서
  • 허균 기자
  • 승인 2017.01.31 2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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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균 문화ㆍ체육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 역사교과서의 최종본이 31일 공개됐다. 정부는 상당 부분을 수정ㆍ보완했다고 설명했지만 예상대로 바뀐 내용은 극히 소수에 불과했고 논란이 됐던 부분들은 그대로 유지됐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하는 실망감 뿐이다.

 논란이 됐던 건국절 표현은 뉴라이트가 사용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고수했다. 우리 헌법에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돼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건국년도는 분명 1919년이지만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썼다는 것은 친일파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독립 운동사를 축소하려는 뉴라이트 진영의 꼼수다.

 이에 교육부는 검정 집필기준에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과 ‘대한민국 수립’을 병행할 수 있게 했지만 말장난 아닌가.

 당연해 보였던 ‘박정희 미화’도 그대로 적용됐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고 있고, 박근혜 게이트를 파헤치기 위해 특검이 활약 중이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으니 한심하기만 하다.

 역사교과서는 검정 여부로 분류하면 3가지로 나뉜다. 국정교과서와 검ㆍ인정 교과서, 자유발행 교과서다. 국정교과서는 국가에서 직접적으로 제작에 관여해 그 내용 등을 결정하는 교과서다. 검ㆍ인정교과서는 민간에서 개발한 도서 중 국가의 검정심사에서 합격한 교과서이며 자유발행 교과서는 출판사나 저자가 정부기관의 검ㆍ인정 절차 없이 출판한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학생들 국정 교과서와 검ㆍ인정교과서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집권 3년차인 2015년, 검ㆍ인정교과서를 사용하지 말고, 국정교과서만을 사용해야 한다며 고집을 피우기 시작했다. ‘잘못된 역사를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이유라고 내놓았다.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는 것이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생각하면 참으로 무서운 일입니다. 역사 교과서 문제는 정쟁이 돼서도 안 되고 정쟁의 대상이 될 수도 없는 것입니다.”

 <2015년 11월 10일 국무회의 박근혜 대통령 발언>

 박근혜 정부가 국정교과서만 사용해야 한다고 고집하자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우려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말도 안 된다며 자신을 옹호했다.

 “집필되지도 않은 교과서, 일어나지도 않을 일로 더 이상 왜곡과 혼란은 없어야 합니다.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세대의 사명입니다.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통해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2015년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

 대한민국 건국 이래 국정교과서 사용만을 고집한 정부는 현 박근혜 정부와 유신 헌법으로 독재의 기틀을 잡으려했던 박정희 정권뿐이다. 대한민국을 장악했던 또는 장악하려한 부녀의 행실이 한 치의 오차없이 똑같다.

 “정부여당에서 하는 일이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라 생각합니다. 어떤 경우이든지 역사에 관한 것은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어떤 정권이 ‘역사를 막 다루겠다’하게 되면 누가 보더라도 그것은 그 정권의 입맛에 맞게 편의에 맞게 하지 않겠냐는 의심을 받을 것이고 또 그 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래서 역사 문제는 전문가와 역사학자한테 맡겨서 평가를 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좋은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005년 1월 19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신년 기자회견 발언>

 불통의 아이콘인 현 정부에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요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현 정부에 눈이 있고 귀가 있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제발 지난 2005년 한나라당 대표시절 박 대통령이 했던 발언을 다시 한 번 새겨 읽기를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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