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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카(VUCA) 시대
뷰카(VUCA) 시대
  • 이광수
  • 승인 2017.02.05 2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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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뷰카(VUCA)란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city), 모호성(ambiguity)의 영문 머리글자를 조합한 신조어이다. 지난 1990년대 미국의 육군대학원에서 군사용어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처한 상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즉각적이고 유동적인 대응태세와 경계심이 요구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의 대응개념에 대한 의미가 사회ㆍ경제 분야로 확대 적용됐다.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어진 사회, 경제적 상황을 설명하는데 이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경영컨설턴트들은 뷰카 시대는 기존의 경영전략으로는 치열해진 국제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강력한 기업혁신과 구조조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돌발적이고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를 시작으로 유럽 각국에서 불고 있는 반 이민정책에 편승한 자국 이익중심주의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 시대의 개막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른바 뷰카 시대는 위에서 언급한 4대 불안요소에 발 빠르게 대응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전략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응해 미래를 향한 전략을 새로 수립해 어떤 확실한 결과를 얻게 되면 위의 제 불안 요소에 대한 위험은 사라진다. 반면 목표설정이 명확해지고 그 결과를 확신하게 되면 인간의 내면에 존재했던 열정은 식기 마련이다.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거기에 도전해 볼 만한 용기와 열정이 유의미하다는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아직 미래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온갖 상상력과 기대를 갖게 한다. 여기에 뜨거운 열정이 펄떡이며 살아 숨 쉰다. 어차피 인간은 모험심 강한 도전으로 지금의 문명사회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최근 좋은 외화를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가끔 들리는 영화관에서 ‘라라랜드’라는 영화의 광고전단지를 보고 티켓을 끊었다. 극장 안은 젊은 관객들로 가득했다. 라라랜드(LALA LAND)는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엔젤레스를 뜻한다. 할리우드는 꿈과 환상의 세계로서 라라랜드는 비현실적인 세계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재즈가수 세바스찬( 라이언 고슬링 분)과 영화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분)의 사랑과 좌절, 그리고 열정을 그린 이 영화는 앞에서 언급한 뷰카 시대의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진다. 가난한 예술인들의 미래는 불확실성, 불안정성, 변동성, 모호성으로 가득 차 있다. 미래가 확실하게 담보되지 않지만 그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꿈을 잃지 않도록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격려한다. 세바스찬은 그가 열망한 재즈의 꿈을 미아에 대한 사랑으로 이룩하지만 끝내 두 사람은 하나로 맺어지지 않는다. 이런 결말이 영화의 뒷맛을 아쉽게는 했지만 세바스찬의 공연장에서 두 사람이 나눈 마지막 눈인사는 짙은 여운을 남긴다. 세바스찬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보자”라고 말한 것은 “함께 가자”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자신의 미래에 대한 성공의 담보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오늘을 사는 청춘들이 N포세대, 혼밥세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대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불안한 시대상을 함축적으로 적시하는 뷰카 현상을 리얼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골든 글로버상 7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내달 열리는 아카데미상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국내외적으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과 불확실성이 점증하는 뷰카 시대를 맞아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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