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2:49 (금)
시가 노니는 상상의 역사(3)
시가 노니는 상상의 역사(3)
  • 하성자
  • 승인 2017.02.09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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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자 시인ㆍ수필가ㆍ칼럼니스트
 한 나라가 잘되려면 말과 문자, 생각이 같아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번성한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말과 문자는 같지만 생각(뜻)이 다른 사람이 너무 많다. 게다가 다른 의견에 귀 닫아 버리는 이가 숱하니 우리 사회가 소통이 어렵고 국론이 분열하고 정치가 분분한 것이다. 이것은 특별한 치료의 모색이 필요한 병인 데다 대부분이 자기중심적 견지에서 병증을 미처 의식하지 못하니 중병 중의 중병이 아닐까 싶다. 빈부 격차와 실업 문제, 부의 세습 등 사회적 병폐를 불편해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경제력 세계 10위권의 그야말로 번성하는 역사를 꾸리고 있다. 같은 말과 글과 생각을 이끌어 온 역사가 일군 기적이 아닐까 싶어 수저를 초월해 모두에게 고마워진다.

 오늘에 버금가는 경제와 문화가 찬란히 꽃피었던 부강한 나라 통일신라에 수준 높은 문물이 성행하니 육두품이라는 신분사회의 견고한 벽과 사회적 격차가 존재했던 사회는 자연스럽게 평등을 추구하는 백성 중심적 의식을 도래시켰을 것이다. 시대를 일깨우고자 했던 지식인 원효의 노래를 통해 역사를 상상해 보기로 한다.

 알랑달랑 놀아 보세

 중아 중아 니칼 내라, 뱀 잡아 회치고

 개고리 잡아 탕하고, 찔레 꺾어 밥 하고

 니 한 그릇 내 한 그릇 평등하게 나눠 먹고

 알랑달랑 놀아 보세, 알랑 달랑 놀아 보세

 사람들아, 사람들아 지혜의 칼을 내어라, 뱀은 사사(四蛇)라 우리 몸이 흙, 물, 불, 바람 네 가지 기운으로 구성돼 있으니, 이 네 가지가 마치 모진 뱀과 같이 우리 몸 가운데 어느 한 가지라도 부족하든지 많든지 하면 몸에 병이 나서 사람을 고생시키니 이것을 다스려서 회를 치고, 개고리(皆悟理: 모두가 깨닫는 이치) 잡아 탕하고, 찔레(眞理: 진리)로 밥을 해서 니 한 그릇 내 한 그릇 평등하게 나눠 먹고 알랑달랑 놀아보세.<참조: 경봉스님 풀이>

 화랑 출신의 고승으로 요석 공주와 결혼한 최고위층 원효가 남루한 차림의 천진무구한 모습으로 가장 낮은 계층의 사람들, 어린아이들과 한데 어울려 ‘알랑달랑 놀아보세’를 부르며 활보했을 서라벌 거리를 상상해 본다. ‘무애가’를 통해 평등 세상이 도래하기를 유도했던 원효, 그런 세상을 민중 속에서 추구했던 선각자 원효의 의지와 행적을 노래로 엿볼 수 있다. 무애가(無寐歌)의 노랫말은 현전하지 않으나 이 노래의 유래가 삼국유사에 전하고 있는데, 무애가는 화엄경의 요체로 일체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는 노래라고 한다. 원효대사가 호리병 박을 두드리며 남녀노소 빈부 격차를 두지 않고 포교할 때 밭 가는 늙은이까지 일손을 놓고 따라 불렀다고 전한다.

 원효대사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사상을 체계화해 한국 불교를 독자적인 경지로 끌어올린 ‘원효 사상’이란 이름의 체계를 정립했고 대승기신론 등 500여 권의 방대한 저술을 낸 고승이요, 불교계의 위대한 선각자이다. 한반도 불교의 이단아요, 독특한 승려로 불교 대중화를 위해 포교에 힘썼으며 요석공주와의 사이에 아들 설총을 낳았다고 전한다. 파계승임에도 대중의 인기를 휩쓸었던 비주류 정치인, 불교계의 큰 지도자였던 원효대사는 화쟁론, 즉 ‘하나 되는 세상’을 위해 여섯 가지 화합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원효대사의 화쟁론, 身(신)ㆍ口(구)ㆍ意(의)ㆍ我(아)ㆍ見(견)ㆍ利(리) 즉, 몸ㆍ입(언어)ㆍ뜻(생각)ㆍ나(나와 너의 삶)ㆍ견(올바르게 보기)ㆍ이익의 화합은 큰 의미를 가진다. 나의 이익이 공익이 되는 세상, 공익은 고루 분배되는 평등한 세상이다. 역사가들과 경제학자들이 끊임없이 추구했고, 정치가들이 도입하고 실천해 온 화두지만 평등의 실현이 어려운 것은 사회 구성이 복잡하고 주도하는 자(위정자)를 공격하는 사심의 침입이 원인인 경우가 많았던 때문이다.

 정치를 통해, 혹은 사회적 기여를 통해 모두가 ‘무애가’를 능통하는 사고와 실천을 하면 골고루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고 고르게 나눌 수 있는 나라, 결국 그 이익은 국가와 국민에 순환되기에 건강한 대한민국을 위해 오래전 역사가 지녀왔을 유전적 잠재력에 기대를 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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