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20:25 (목)
‘아홉수’ 왜 싫어하는가
‘아홉수’ 왜 싫어하는가
  • 송종복
  • 승인 2017.02.13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 (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나이가 아홉수(9)에 들어가면 사업, 결혼, 이민 등을 거의 싫어한다. 그 이유는 아홉수가 인생에 있어 모든 운명을 결정하는 시기란 말이 있다. 9세는 엄마 품에서 벗어나 자립하려는 나이, 19세는 청년기로 가는 전환기로 혈기가 가장 방장해 부모를 떠나 독립하려는 나이, 29세는 인생의 확고한 목표를 세워 매진하는 나이, 39세는 인생활동에 정점을 찍는 나이다. 그러므로 아홉수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무리하기 쉬운 때다. 이 때문에 성사도 사고도 많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를 잘 넘기라는 뜻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아홉수를 들먹이며 회피하는 속설이 있다. 사주에 원숭이(申) 띠가 9번째 동물로써 임신(壬申), 갑신(甲申), 병신(丙申), 무신(戊申), 경신(庚申)년에 태생난 사람이 이 아홉수를 많이 들먹인다. 그 중 임신(壬申)년에 태어난 사람이 가장 심하다. 이유는 ‘임(壬)’은 9번째 천간이고, ‘신(申)’ 역시 9번째 지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철학관이 주로 인용한다. 오히려 천재일우의 기회로 봐야 한다.

 아홉수를 긍정적으로 보아, 이사나 장을 담글 때 손이 없는 9일, 19일, 29일을 택했고, 아홉수가 겹친 9월 9일을 중양절로 택했다. 또 길수(吉數)로 여겨, 구우일모(九牛一毛), 구중궁궐(九重宮闕), 구만리(九萬里), 아흔아홉(99) 고개라 하듯이 九가 많다고 좋아한다. 중국은 九를 영원하다고 하며, 남을 위로 할 때 삼중구(999)를 써서 보내는 관행이 있다. 진(晉)의 문공(文公)은 19년 방랑 끝에 패권을 잡았고, 한(漢)의 장건은 오랑캐에게 잡혀 있다가 19년 만에 돌아와 동서교역인 ‘비단길’을 개척했다.

 반면에 부정적으로 보면, 작곡가들이 교향곡을 아홉 곡 이상 짓지 못한 한계의 뜻으로 보았다. 베토벤, 슈베르트, 드보르자크, 브루크너, 말러가 그러했다. 브루크너는 10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첫 작품을 습작이라 해 0번을 먹였고, 말러도 아홉 번째 작곡한 ‘대지의 노래’를 번외로 쳐 10번 교향곡이 아홉 번 째 가 된 것이다.

 지난 2014년 방송한 드라마 <아홉수 소년>은 아홉수에 빠진 ‘9세, 19세, 29세, 39세’ 네 남자의 운과 사나운 ‘로맨스’를 그려 인기를 얻었다. 따라서 한 개그 프로그램의 ‘코너’에 아홉수가 주요 소재로 사용됐다. 또 아홉수를 ‘입신의 경지’라는 뜻으로 ‘9단’이라고 많이 쓰는데 ‘바둑 9단’, ‘주부 9단’, ‘정치 9단’ 등이다. 이때 아홉수는 최대, 완결의 수로써 즐겨 쓰기도 한다.

 은하철도 999호는 바로 ‘소년이 어른이 되기 위한 마지막 여행을 위해 타는 열차’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상술에 아홉수를 많이 쓴다. 가격을 살짝 낮추어 ‘9’를 바뀌어 체감 효과를 본다. 의류상 ‘잭필드’는 99를 사용해 대박을 쳤다. 일부 ‘게임’도 특정 자리수가 넘어가면 수수료가 오르니 99를 붙여 파는 경우가 많다. 특히 미국의 상술에 99를 많이 쓴다.

 필자가 대학시절에 랑보르대오가 지은 ‘성공하지 못하는 비결’이란 책을 읽었다. 내용인 즉 책의 99%가 출세를 위한 진리를 담고 있다. 반대로 진리와 무관한 책들은 1% 정도 있다. 이런 책은 혹 누가 볼세라 숨겨놓고 본다. 그렇다면 출세를 위한 99%의 책을 보아도 1% 성공률이 나오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성공하지 못하는 책’을 보면 역으로 출세할 확률이 높다는 결론이다. 이같이 아홉수를 피해 성공하는 수보다 아홉수를 역 이용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논리적으로 본다면 아홉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행운의 수를 찾아 성공하는 확률이 적다면, 역으로 싫어하는 수를 찾아보면 성공하는 예가 더 많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