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5:35 (목)
AI 살처분이 능사가 아니다
AI 살처분이 능사가 아니다
  • 김준영
  • 승인 2017.02.20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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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영 zellan 대표
 AI로 인해 3천281만 마리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같은 시기 일본에서 살처분된 114만 마리와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 결과를 두고 한쪽에서는 상대적으로 농장 숫자가 많고 열악한 우리의 농장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근본적으로 일본은 몇 개의 대형농장들이 생산을 하니 농장의 밀집도가 낮아 AI의 확산을 막기가 쉽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반대쪽에서는 우리나라의 방역본부가 독립성과 전문성이 약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의 경우, 발생 초기에 총리 중심의 조직이 가동됐고, 자위대까지도 동원됐다고 한다. 이 말도 맞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에서 더욱 다양해지고 강해지는 AI 바이러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이것과 관련한 내용은 선진농업의 성공사례를 모아 다음에 알려줄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 전에 이렇게 수많은 가금류가 살처분 될 동안, 지난해 12월 24일 양산의 한 농가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를 16만 2천마리의 살처분으로 막아 내고 있는 양산시의 사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최소 피해로 AI를 막아낸 훌륭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6일 충북 음성 육용 오리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됐다. AI를 대비해서 철새도래지를 중심으로 예찰도 강화하고 소독도 강화하는 등 잘 만들어진 매뉴얼에 따라 움직였지만, 더욱 강력해진 AI를 막기에는 허점이 많았다. 그래서 초기 대응에 실패하게 됐다. 강력한 정치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렇게 AI가 퍼져나가면서,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고, 계란 부족과 가격 폭등으로 국민들은 더욱 화가 났다. 이렇게 되니, 방역본부는 더욱 급해졌다. 방역단계를 급하게 높이고, 살처분의 수준도 급하게 높여 갔다.

 문제는 그 수준이 선을 넘어갔다는 것이다. 양산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자 방역본부의 주장은 발생지에서 모든 방향으로 3㎞ 안에 있는 모든 가금류를 살처분 하라는 것이었다. 108만 마리라는 엄청난 숫자였다. AI를 막는다는 대의로 방역본부의 이러한 결정은 분명 권력의 남용이었다.

 이러한 부당함을 막을 수 있는 분은 나동연 양산시장뿐이었다. 윤영석 국회의원도 양산에서 의심 신고 다음 날 새벽에 내려와서 정말 많은 힘을 보탰다. 홍준표 경남 도지사에게도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했다.

 방역본부의 입장은 양산이 경기도 포천과 전북 김제와 함께 대한민국 3대 산란계 집산지이고, 여기서 뚫리면 영남 전체가 위험하니 3㎞ 정도는 살처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식의 논리에 대부분의 지자체장은 따르게 된다. 그 결과, 전국에서 3천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나동연 양산시장과 윤영석 국회의원의 결정은 AI 발생지 반경 3㎞가 아닌 500m였다. 방역본부의 입장인 108만 마리 살처분 대신에 16만 2천마리 살처분으로 AI 확산을 막아보자는 용기였고 도전이었다.

 나 시장의 이 결정이 내려지자, 양산시 공무원들, 사육농가들, 심지어 농림축산식품부와 검역본부까지도 모두 힘을 모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력 230명과 굴삭기와 덤프트럭 45대가 동원돼 신속하게 500m 안에 있는 닭 16만 2천마리를 살처분하고, AI 확산을 막기 위해 소규모 280개 농가의 토종닭 5천659마리를 수매하고, 철새의 분변이 예상되는 지역들을 소독했다.

 10㎞ 안에 있는 농장들을 오고 가는 수많은 차량, 계란, 사람, 기계 기구들이 AI 바이러스를 농장 안으로 옮기지 않도록 통제하고 세척하고 소독했다. 닭, 계란, 동물 약품, 사료, 가축분뇨, 난좌, 진료, 예방접종, 컨설팅, 방역, 기계 수리 등과 관련된 차량과 사람이 그 대상이었다. 그리고 오늘로 더 이상의 확산 없이 40일이 됐다. 모두가 같이 한 일이라 더욱 자랑스럽다.

 AI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논하기 전에, 책임을 지고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AI 확산을 막아낸 나동연 시장의 결정과 윤영석 국회의원의 도전을 언론은 널리 알려야 한다. 이러한 지자체장들의 지혜와 용기가 있어야, 국가의 권력남용 앞에서 수많은 가축을 죽이지 않고도 AI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란 이름으로,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너무 많은 가축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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