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3:23 (금)
진정한 교사의 길을 떠나는 후배들에게
진정한 교사의 길을 떠나는 후배들에게
  • 차승민
  • 승인 2017.02.27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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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승민 창원광려초등학교 교사
 인생을 살면서 커다란 두 개의 큰 숙제를 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어떻게 하며 살 것인가? 에 대한 것입니다. 빠르든 늦든 교사가 되는 순간부터 인생의 커다란 숙제 중에 첫 번째 숙제인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은 끝납니다.

 엄청난 숙제를 해결한 여러분 자신에게 자축의 큰 박수를 한번 쳐주세요.

 대신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죽는 그 날까지 하고 살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교사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 올해 20년 차가 되는 저도 교실에서 이 고민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처음 교단에 서면 막연히 좋은 교사가 되자고, 혹은 되겠다고 막연히 다짐합니다. 하지만 교실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얼마 전 EBS에서 교사의 10% 이상이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져 시급히 치료가 필요하다는 뉴스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꿈의 직장이면서 그 이면의 고단함과 정신적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해서 첫 교단에 들어설 후배들에게 선배 교사가 힘든 이야기를 먼저 하게 돼 미안합니다. 엄혹한 현실을 먼저 알려드리는 것도 선배의 도리라 여겨 꺼냈습니다.

 안정된 직장, 칼퇴근, 긴 방학, 이런 것들이 교사의 장점이 아닙니다.

 의사와 소방관과 더불어 교사는 신의 도움 없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입니다.

 바로 교실에서 만날 아이들이 그런 존재입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로 아이의 성장을 돕습니다. 아이가 성장하는 것은 동화 같은 환상이 아닙니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성공보다는 실패와 아픔을 견뎌내야 성장할 수 있으니까요.

 그 과정을 함께 하는 교사 역시 아이의 슬픔과 아픔에 영향을 받습니다.

 오히려 가장 착한 신규교사에게 아이는 자신이 받았던 스트레스와 서러움을 뭉쳐서 던져버릴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아픈 만큼 교사도 아픕니다. 교실에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아이가 너무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을 때 아이는 성장하고 교사도 함께 성장합니다.

 감정과 마음을 주고받으며 슬픔과 실패와 아픔을 견뎌가면서 아이는 성장하고 교사도 함께 성장합니다.

 교사의 진정한 장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교사는 시간이 정말 많습니다.

 10년간 교사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때까지, 그 뒤 10년간 가르치는 자로서 전문성을 찾을 때까지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누가 뭐라 않습니다.

 대신 교사에게는 엄청난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10년 동안, 20년 동안 아무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 가장 두려워할 사람은 교사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조급해하지 마시고 여유를 가져주세요.

 전 19년 교사를 해왔고 앞으로 19년 해야 할 시간이 남았습니다.

 시간에 쫓겨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시간을 끌고 자질과 능력을 찾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사가 돼 지켜야 할 것을 당부드리겠습니다.

 첫째, 스스로 행복해지는 연습을 하세요.

 교사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는 행복해하지 않습니다.

 교사의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채우고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둘째, 길은 따로 없습니다.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세요.

 학생 때는 공부의 방법과 길이 있지만 교사에겐 가르침의 정답은 없습니다. 미성숙한 아이를 대하는 성숙한 어른인 교사와의 관계가 있을 뿐입니다.

 100명의 교사는 100개의 서로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대하고 가르치지만 결국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교육의 대전제에 귀결합니다.

 셋째,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전문성을 배양하세요.

 공부하고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합니다.

 성적 올리는 공부가 아니라 교사인 자신을 찾고 아이를 바라보는 진짜 공부를 하세요.

 넷째, 연대하세요.

 교사가 안 좋은 점 중에 아무도 우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옆 반 문을 열고 도움을 구하세요. 내 반 문을 열어 다른 교사들과 함께하세요.

 가르침과 배움과 삶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세요. 그리고 손을 맞잡으세요.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위로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안하고 두려운 자가 더 불안하고 더 두려워하는 자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 위로와 격려입니다.

 어제의 후배에서 내일의 동료 교사로 함께 할 날을 기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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