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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뜨거운 일본어 잔재가 아직도…
낯뜨거운 일본어 잔재가 아직도…
  • 허균 ㆍ일부 연합뉴스
  • 승인 2017.03.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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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모르고 사용 우리말 순화 노력을 용어 2천개 안팎
 일제 강점기 시절 선조들이 목숨 내놓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대한독립을 선언했던 3ㆍ1절이 98년째를 맞았지만 우리말 속에 일본어 잔재가 여전히 남아있어 안타깝다. 구라, 다대기, 사라, 꼬붕, 다마내기 등은 애초 일본어였다는 사실도 모를 만큼 한국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에서 일본어 잔재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일본어 잔재는 수십년 전 건달 등 일부 계층이 사용하는 ‘은어’처럼 사용됐지만 요즘은 문자를 주고받는 어린 학생들도 그것이 일본어의 잔재인 줄도 모른 채 사용되고 있다.

 “오뎅 먹자”, “구라치지마”, “간지 난다”, “뽀록 났다”, “네가 뎃빵이지”, “너는 내 꼬붕” 이런 것들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쓰는 일본식 표현이다.

 “어묵 먹자”, “거짓말 하지마”, “멋지다”, “들통났다”, “네가 우두머리지”, “너는 내 부하” 등 우리말로 순화할 수 있는 말이다.

 어른들의 회식자리는 그야말로 일본어 잔치다.

 “다대기(다진 양념) 좀 주세요”, “회 한 사라(접시) 하러 갑시다”, “요지(이쑤시개) 있어요?”, “계산은 분빠이(분배)”, “오늘은 여기서 시마이(끝냄)”

 2차 회식 장소로 찾는 ‘가라오케’는 빈 것을 가리키는 일본어 ‘가라’와 ‘오케스트라’의 합성어다.

 ‘다이(탁자)’, ‘다마(공ㆍ알)’, ‘오시(밀기)’, ‘히끼(당기기)’, ‘시네루(비틀다)’ 등 당구 용어는 일본어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많이 순화됐다고 하지만 법률 용어, 산업 현장, 예술계, 언론계 등에서 쓰이는 용어 가운데 상당수도 일본어에서 왔다.

 훈화(말씀), 공람(돌려봄), 노가다(막벌이), 시다(아래), 와꾸(틀), 사츠(경찰), 마와리(돌다)는 잘 알려진 일본식 표현이다.

 납골당(納骨堂)은 일본 법률의 용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뼈(골ㆍ骨)을 강하게 부각하기보다 ‘돌아가신 분을 모신다’는 의미인 ‘봉안당’ 쓰는 것이 적절하다.

 한자로 표기된 일본 고유어가 일본 강점기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그대로 한자어로 탈바꿈한 말들도 상당히 많다.

 학업이나 실무 등을 익힌다는 의미의 ‘견습’(見習)은 고유 일본어 ‘미나라이’의 한자 표기를 우리말 한자음으로 읽은 말로 ‘수습’으로 순화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원활한 의사소통과 일제 잔재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일본어 투 용어를 순화해 바른 우리말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한섭 교수는 “개화기 이후 침투한 일본어가 현재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렸다”면서 “일본어보다 우리에게 더욱 알기 쉽고 품위 있는 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2005년 펴낸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에는 무려 1천171개의 순화 대상 용어가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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