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4:47 (화)
경남이 제 것이듯 처신하는 정치인들
경남이 제 것이듯 처신하는 정치인들
  • 박재근 기자
  • 승인 2017.03.05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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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근 본사 전무이사
 어떤 연유든 경남에서 주목받는 한 경제인이 국회의원, 대학 총장, 공기업 기관장, 언론인 등 제법 걸출한 인물을 초대한 만찬이 도민들의 입살에 오르내리고 있다.

 밥한 끼 먹는 수준이었겠지만 처신의 옳고 그름, 진위여부와는 달리 떠도는 말의 민감함 때문인지 뒷말이 무성하다. 내년 지방선거 때 누구는 경남지사, 누구누구는 창원시장, 또 누구는 교육감 출마 등이 논의됐다는 설(說)이다.

 또 다른 설은 내년 지방선거에 나올 도지사, 창원시장, 교육감 후보감이라고 추켜세웠다는 후문이다. 더욱이 시절이 어수선하고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자리를 탐하려 하거나 또는 행세하려는 모양새로 비춰져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란 중국 고시(古詩)와 같이 오해받기가 십상인 것은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모임이어서 더한듯하다.

 이 때문에 (후보)깜은 차치하고라도 진위여부를 떠나 전해 듣는 현직 기관장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또 도민들의 시각도 호의적이지 않고 시큰둥하다. 이 때문인지, 참 말도 많고 이유도 많고 변명도 구구란 말이 떠돈다.

 오간 얘기가 사실이 아니거나 다소 부풀려진 픽션(Fiction)이라 할지라도 만찬이 팩트(Fact)란 것에서 되물음도 이어지고 있다. “부지깽이도 공천만 받으면 되는 그 시절 경남으로 착각해서야, 도민은 핫바지란 말인가”라는 등 행세깨나 하는 사람들의 만찬 탓인지 세상사가 빗대는 게 다반사이듯, 반향도 각양각색이다.

 또 도민들은 영남권이지만 ‘나 홀로 경남’으로 대구ㆍ경북에, 부산에 따돌림을 당하거나 세(勢)에 밀려 정부의 각종 정책 등에서 배제된 전례를 감안할 때 정치권에 대한 불신, 일신만 꾀한다는 처신 등과 맞물려 입살에 오르내림이 잦다.

 이들 인사들의 만찬과는 상관없이 백색테러 위협까지 우려되는 탄핵정국에다 악화일로인 중국관계, 날로 더하는 부(富)의 양극화, 부정부패 등 시계제로인 시대상황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려 하지 않아 국민들은 화를 삭이지 못한다. 이 때문인지, ‘염병하네’란 청소아줌마의 목소리가 카타르시스일 정도다. 이 가운데 시공을 초월, 1908년 간행된 신소설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이 회자되고 있다. 그때도 혼란의 시기였다.

 8마리의 짐승과 곤충들이 인간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풍자한 우화소설로 형상화의 미흡함에도 시대명제를 수용하려 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았지만 곧바로 금서 조치된 소설이다. 화자(話者)가 금수의 세상만도 못한 인간세상을 한탄한 뒤 꿈속에 금수회의소에 들어가 그들의 회의를 목격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람 된 자의 책임, 사람들 행위의 옳고 그름, 자격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가려낼 일이 논의된다.

 반포의효(反哺之孝)를 들어 까마귀가 인간들의 불효를 규탄하고, 여우가 호가호위(狐假虎威)함을 탓하고 개구리가 분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규탄하며 정와어해(井蛙語海)를, 벌은 구밀복검(口蜜服劒)으로써 사람의 말과 마음이 다른 표리부동을 비난하고, 게는 무장공자(無腸公子)로써 사람들의 썩은 창자 및 부도덕을 풍자한다.

 파리가 영영지극(營營之極)으로써 인간이란 골육상쟁을 일삼는 소인들이라고 매도하며, 호랑이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로써 탐관오리 및 험악하고 흉포한 인간들을 비난하고, 원앙은 쌍거쌍래(雙去雙來)로써 문란해진 부부의 윤리를 규탄한다. 미물(微物)들의 회의라지만 인간이 깨닫고 행하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대통령 측근이 줄줄이 구속되는 등 국정농단에도 ‘내 탓은커녕’ 모두가 오리발이다. 또 신뢰가 깨지고 선의가 호도되는 불신시대를 맞아 대한제국의 난세를 진단한 금수회의록이 109년 후(2017년)에 일어날 일을 예견한 듯, ‘금수만도 못한 놈’이란 비악거림은 오늘도 회자되고 있다.

 이같이 나랏일의 뒤엉킴과는 달리 만찬에 참석한 도내 인사들의 영향력과 인품을 감안하면 ‘자리를 탐하려 하거나 경남이 제 것이듯’ 하지는 않았을진대 시절이 하 수상함을 탓해야 할듯하다. 아무튼,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지만 누가, 왜, 무엇 때문에 이런 말이 나돌도록 자초했는가에 경남도민들은 더 궁금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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