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8:59 (수)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기회를 또 놓치면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기회를 또 놓치면
  • 경남매일
  • 승인 2017.03.12 2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압축 성장을 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것처럼 정치도 짧은 시간에 민주주의를 실행하다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미국은 대통령이 45번이나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탄핵된 대통령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18대 대통령까지 11명이 재임하면서 탄핵된 대통령을 두는 불명예를 안았다.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라한 뒷모습이 바로 우리 현대 정치사를 압축한다.

 우리나라 첫 대통령부터 끝이 좋지 못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4선을 위해 1960년 3월 대선에서 부정을 저질러 4ㆍ19 혁명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5~9대에 걸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생을 끝냈다. 현대사의 치욕인 12ㆍ12 쿠데타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의 주역인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은 내란과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임기 후 옥살이를 했다. 이후 대통령의 불행은 계속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들의 반복된 실패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나왔다고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보지 않고는 대통령의 실패 반복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우세하다. 삼권 분립을 원칙적으로 표방하지만 국회가 대통령을 견제하기에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힘이 훨씬 우세하다. 지금까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들먹이면서도 제대로 정치 구조를 바꿀 수가 없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탄핵 선고 후 60일 안에 치러야 하기 때문에 여러 면에서 개헌을 한다는 것을 어려워 보인다. 지금 정치 상황에서 대세를 잡았다는 측에서 개헌을 수용하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개헌론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보면 국민이 논의의 중심에 서야 한다. 지금 정치 구도로 봐서는 개헌론조차 선거전략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이래저래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대로 밀고 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숱한 불행한 대통령을 낳았어도 ‘헌법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였다’는 말에 적극적으로 수긍하기도 곤란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정치의 발전 여부에 여전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