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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특별함의 존재, 도서관에 기대어
그 특별함의 존재, 도서관에 기대어
  • 강상도
  • 승인 2017.03.14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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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도 덕정초등학교 사서
 봄이라는 계절은 설렘이 있고 기대함이 있다. 산에 핀 산수유와 진달래는 수채화처럼 한 폭의 눈의 즐거움을 주며 들에는 달래, 냉이, 봄동, 취나물이 입안 가득 향긋한 맛을 자극했다. 봄은 수많은 사잇길을 엮어가는 사람들의 보물창고였다.

 얼마 전 동네 작은도서관에 들러보니 햇살 가득한 창가에서 동생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누나를 보고 얼마나 예뻐 보였는지 미소가 절로 났다.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보물창고다. 그래서 봄과 도서관은 닮은 점이 많다.

 봄 햇살에 비친 도서관 창틀에 가만히 기대어 보면 포근하다. 서가에 꽂힌 책들이 속살을 드러내듯 고전과 현대가 공존했다. 가만히 둘러봐도 책들로 가득한 서가는 마음을 풍성하게 담아냈다.

 책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며 위안을 주며 행복감을 줬다. 삶의 조언도 방향도 서슴지 않았다.

 정조대왕은 어좌 뒤에 놓은 ‘일월오봉도’ 대신 ‘책가도’를 그려 넣어 천성적으로 책 읽기를 즐겨 했으나 나랏일에 바빠 책 읽을 시간이 부족했던 마음을 아쉬움으로 달랬다고 한다.

 정조처럼 책에서 무수한 변화의 가능성, 깨달음의 가능성을 찾아 백성을 위한 새로운 정치를 꿈꾸지 않았을까?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누구에게는 새 책이 손이 가고 또 누군가에는 손때묻고 너덜너덜한 것들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계속 읽다 보면 뚝배기같이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좋아 한 권의 책으로 정독이 됐다.

 학교도서관에서 몇몇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책을 읽고 독서기록장에 느낀 점을 적는다. 독서기록에 얽매이다 보면 책을 겉핥기식으로 보기 마련이다.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책을 읽으면 생각을 한다.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곳은 도서관 만한 공간도 없다.

 도서관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유기체다. 사유하는 이성을 담고 있는 우주다. 모든 학문을 아우른다. 총체적인 것들은 정보를 접근하고 검색하고 가장 이상적인 이용자가 원하는 답을 찾아주는 사서의 노력도 필요하므로 도서관과 사서는 떼어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동반자다.

 사서는 조력자로서의 북큐레이터가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그 길잡이의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관심을 기울여줘야 한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사적인 서점은 한 사람만을 위한 예약제 서점이다. 오픈데이로 운영되는 토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엿새 동안은 오직 한 명만을 위해 열리는데 손님의 취향과 관심에 맞는 맞춤형 책을 처방받아 권하고 싶은 문장을 발췌하기도 하고 때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곁들어 보는 것들이 이 서점의 큰 장점이다.

 동화책 ‘마틸다’에 나오는 펠프스 사서처럼 마틸다라는 꼬마 이용자에게 책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흥미로운 세계를 방황하기도 하고 눈높이에 맞춰 삶의 조언을 해주는 책에서만 보던 사서는 늘 필요했다.

 도서관은 누군가에는 삶의 충족을, 생각하는 공간으로, 고군분투하는 취준생으로, 지적 목마름으로, 나를 찾는 여행자로 늘 존재했다.

 그 특별함의 존재, 도서관은 여전히 우리 삶에 스며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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