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1:56 (금)
‘개헌 미루기’ 적폐 청산
‘개헌 미루기’ 적폐 청산
  • 이태균
  • 승인 2017.03.20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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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균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돼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은 파면된 후 오늘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날이다.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이 붙은 박 전 대통령이었지만 그에 대한 국민지지는 지난해부터 권력 누수 현상과 함께 지난 4ㆍ13 총선을 통해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총선 결과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제1당의 지위마저 민주당에게 내놓고 보수 우파가 쇠락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으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파면을 당했는데 그가 진심으로 대한민국과 자신을 지지했던 국민을 사랑한다면 이제는 소위 박사모를 주축으로 한 태극기집회 중지를 요청하고 보수층 대선후보에게 자신을 정치적으로 밟고 가도 좋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할 시점이다. 주지하다시피 헌재의 판결은 단심으로 더 이상 논쟁해봐야 사실상 실익도 없으며 명예회복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 박 전 대통령은 검찰조사와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억울한 것이 있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잘잘못을 가리면 된다.

 대한민국이 건강한 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중도 보수층이 확고하게 국가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믿는다. 왜냐면 극우 보수와 극좌 진보가 대립하면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가 네 편 내 편으로 나뉘어 충돌함으로써 조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촛불과 태극기 시위대 모두가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해 애국심을 가지고 거리로 나섰다면 대통령 탄핵에 대한 결말이 났으니 이제는 상대방에게 복수심과 한풀이를 위한 시위는 접을 때도 되지 않았는가.

 최근 제1야당의 대선주자들은 한결같이 대선 캠페인과 후보자 토론을 통해 적폐청산을 부르짖고 있다. 적폐청산이란 말은 함부로 사용할 어휘가 아니다. 왜냐면 적폐도 그렇지만 더욱이 청산이라면 국민은 섬뜩한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역대 정부를 되돌아보면 우리의 얼룩진 과거 정치사는 대부분 새로운 정권이 탄생하면 직전 대통령이나 정부의 비리를 들춰내 흠집 내기를 통해 복수를 해온 것이 사실 아닌가.

 최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생에 기여하며 노사모 대표로 지낸 배우 명계남 씨가 보수진영에 날 선 비판을 한 편협했던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자성하는 소회를 피력한 바 있다. 그는 ‘정치인이 편을 가르며 싸우고 국민이 촛불을 들지 않게 하려면 안희정 지사와 같은 선의의 연정이 옳은 방향’이라고 두둔하며 안 지사를 지원한다고 선언했다. 왜 그가 이런 주장을 펼친 것일까. 세월이 흐르면서 자신을 냉철하게 되돌아보니 그 역시 진보파로서 보수진영을 편 가르기 식으로 적대시 하는 것은 국익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노사모를 이끈 리더로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진보와 보수가 화합의 대연정으로 나가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고 소리를 높인 것은 늦었지만 용기 있는 행동이다.

 야당 주자들은 상대보고 적폐청산을 하라고 외칠 것이 아니라 당장 자신의 적폐부터 어떻게 청산할 것 인지를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 문재인 대표의 캠프는 해바라기성 철새 정치꾼들과 폴리페서(Polifessor)들이 몰려들면서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오발탄을 연발해 문 후보가 선두 주자임에도 국민들로부터 대선후보 자질에 불안감을 초래하게 한다. 그리고 지금 부나비처럼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해 만약 그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면 논공행상(論功行賞)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문 후보가 진정으로 적폐청산을 하려고 한다면 자신의 선거를 돕는 ‘문 캠프’ 참여자들에게 논공행상은 하지 않겠노라고 미리 쐐기를 박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그래야만 문 캠프에서 과잉 충성심 경쟁으로 인한 구설(口舌)과 문 후보의 중구난방(衆口難防)식 인재영입에 대한 비판도 잠재우고 제2의 최순실 사태를 막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최대 병폐는 누가 뭐래도 역대 대통령의 경우 승자가 모든 권한을 싹쓸이하는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부분 직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며 복수의 혈전을 펴려고 열을 올렸다. 그러기에 새로 선출될 대통령은 권한과 권력을 독식할 생각부터 바꿔 나눔과 상생의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특히 민주당의 모든 후보들이 지금 개헌은 곤란하고 자신이 집권하면 임기 중에 개헌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러한 공약에 우리 국민이 한두 번 속아 본 것이 아님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되돌아보면 고 김영삼, 고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한결같이 개헌 공약을 하고 당선됐지만 재임 중에 약속을 파기하고 말았는데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또 국민을 기만할 생각인가.

 야당 대선주자들이 새로운 정치를 진정으로 펼치면서 적폐를 청산하고자 한다면 지금 국민에게 맞지 않는 30년 전 헌 옷부터 새 옷으로 갈아입고 시작하는 것이 순리며 이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적폐청산이다. 시간 타령만 하지 말고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분명하게 개헌을 대선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국민에게 밝혀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신의 임기 중에 개헌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語不成說)로 국민과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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