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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 리더십 주요 덕목은 `경청`
새 시대 리더십 주요 덕목은 `경청`
  • 김혜란
  • 승인 2017.03.22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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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혜란 공명 소통과 힐링센터 소장 TBN ㆍ창원교통방송 진행자
 이 정부의 국민은 슬프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 이후 너무 `야멸찬 당신`이 됐다. 이미 자신 편이 아니라고 여기는 대다수의 국민을 향해서는 작은 미소조차 주기를 아까워한다. 그저 자신을 여전히 사랑한다면서 삼성동 자택 앞에서 안타까워 울고, 태극기 흔드는 사람들에게만 미소를 띠고 손을 흔든다. 대다수 국민들 옆구리에 서늘하게 바람이 든다. 지난날 자신을 선택했지만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었거나, 혹은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사는 나라의 리더로 믿고, 울고 웃었던 다수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늘 그에게는 열외였다는 사실만 깨닫게 해준다. 항상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견디기도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던 국민들은 기대하고 지켜보았던 짧은 시간조차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도록 정을 뗀다. 밉든 곱든 우리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지만, 털어버리자.

 새 시대의 리더십을 생각한다. 반면교사할 일이 너무 많다. 이 정부의 출범 초기부터 나왔던 소통문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정에서 더 불거진 것이기도 하지만, 청와대 측근에서 국정을 논의하는 사람들조차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면전에서 만나 의논하고 의견을 나눈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했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 불통여론이 쏟아져 나오자, 직접 국민들을 향해 대면이 아니라도 통화나 서면으로 얼마든지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굳이 해야 한다면 대면소통도 하겠는데, 그게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면서 고개를 돌려 뒤에 나란히 앉아 있던 국정 논의 당사자들에게 물어봤던 장면이 그것이다.

 요즘 같은 때, 들먹이기 싫은 중국이지만, 그들의 성인(聖人)인 공자가 말한 것으로 치면 오히려 우리가 군자(君子)니, 웃으면서 배운다. 삼국지와 함께 잘 알려진 중국의 역사소설 <초한지> 속에 두 리더가 나온다. 초의 패왕 항우와 한의 고조 유방이다. 수많은 번역본이 나왔다. TV와 라디오 드라마로도 만들어져서 줄거리는 다 꿰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 항우는 힘만 세고 여자만 좋아하는 나쁜 사람, 유방은 똑똑하고 착한 사람으로 여긴다. 딱히 그렇지 않다. 항우는 지금으로 치면 귀족 출신이었고 특히 전투력으로는 따라올 자가 없는 최고의 리더였다. 그의 곁에도 수많은 책사들이 있어서, 제대로 된 길로 갈 수 있도록 간언하고 격려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힘 좋고 멋진 항우는 여성들에게도 인기였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았으리라. 더욱이 칼솜씨와 뛰어난 용맹으로 무장한 전투력은 이어지는 전쟁 속 리더의 가장 필요한 덕목이었을 것이다. 완전무결(?)한 리더였다. 그러나 그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았다. 너무 자신이 훌륭했다. 뼛속까지 영웅이었던 항우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모습이었다. 어디 감히 천하의 항우를….

 그에 비해 유방은 지질(?)했다. 천민 출신에 젊은 날에는 백수건달로 살았고, 자신이 스스로 고백도 했는데, 지략은 장량에게 못 미치고 나라를 다스리는데도 소하보다 못했고, 군사를 이끄는 데는 한신보다 못했다. 그러나 필요하면 자신보다 낮은 이에게 무릎을 꿇기도 했고,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포커페이스로 자신의 진심을 넘어 적재적소에 이들의 능력을 끌어모아서 천하의 리더를 잘 수행했다. 말하자면 용인술의 대가였다. 그렇다면 유방의 용인술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경청(傾聽)이었다. 끊임없이 책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하고 수긍했다. 자신의 뜻과 다른 이야기에 대해서도 듣고 판단하고 또 묻고 수긍했다.

 새 시대의 리더는 무조건 소통의 시작인 경청의 대가여야 한다. 경청하려면 사람 얼굴을 마주하고 해야 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표정을 살펴가며 몸이 말하는 것도 들어야 한다. 사람이 입에서 나오는 말로만 이야기한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글과 말이 다른 것도 두말하면 잔소리다.

 경청을 리더십의 시작이라는 데에서 다시 시작해보자. 중요한 것은 듣기만 해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적이라도 만나서 경청을 통해 이해해야 한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판단이다. 이 사람의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것인지 저것인지 판단하고, 판단한 사실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수긍해야 한다. 그렇게 제대로 된 경청이 완성된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말할지라도 왜 그런 생각을 가졌는지에 대해 충분히 듣고 이해하고 판단해서 수긍해야 한다. 판단과 수긍은 귀로 듣고 눈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는 경청 이후에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경청의 실행단계이다. 판단과 수긍이 따라야만 대책이 나올 것이고, 어떤 대책이든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새 시대의 리더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이 경청하고, 많이 사유하고 판단해서 수긍하면 고집을 버리는 리더였으면 한다. 어차피 국가를 운영하는 일도 사람과 사람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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