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10월 4조 2천억 원 지원을 결정한 뒤 “더 이상의 추가자금 지원은 없다”고 했으나 전격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자금 지원에는 대우조선에 돈을 빌려준 국책은행, 시중은행과 회사채 채권자가 대출금 2조 9천억 원을 주식으로 바꿔주는(출자전환) 등 강도 높은 채무 재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신규자금과 출자전환을 포함하면 모두 5조 8천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는 셈이다.
채무 재조정에 실패할 경우 채권단은 대우조선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새로운 기업회생 방식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re-packaged PlanㆍP플랜)에 집어넣기로 했다.
대우조선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 방안’을 밝혔다.
대우조선에 자금 투입을 결정한 지 2년도 안 된 시점에 또 추가 지원을 발표하게 된 것은 이 회사가 당장 다음 달부터 유동성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4월 21일 4천400억 원을 시작으로 내년까지 회사채 1조 5천억 원을 갚아야 한다.
지난 2015년 중순 5조 원대 분식회계가 드러난 후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ㆍ출자전환을 통해 7조 원 이상이 수혈됐지만, 수주 절벽이 길어지면서 회사 자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 8천억 원을 지원해 7천%대에서 900%대로 떨어뜨린 부채비율은 4개월도 안 돼 2천700%로 치솟았다.
이번 지원 방안의 핵심은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를 포함한 모든 채권자의 손실 분담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독박’을 쓰는 구조를 더는 끌고 가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채권 금융기관과 사채권자들은 대출금 총 2조 9천억 원을 출자전환 한다. 나머지 9천억 원은 만기를 3∼5년 연장하고, 이자를 연 3% 이내로 낮춰줘야 한다.
회사채ㆍ기업어음(CP) 투자자는 전체 채권 1조 5천억 원의 50%를 출자전환 할 것을 요구받았다. 대우조선 회사채는 국민연금ㆍ우정사업본부ㆍ은행ㆍ보험 등 기관투자자가 70%를, 나머지 30%는 개인이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중은행도 무담보채권 7천억 원 중 80%를 출자전환 해야 한다.
채권단은 시중은행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를 받아내 구조조정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무담보채권 1조 6천억 원 100%를 출자전환 한다.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들이 이런 ‘고통 분담’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대우조선의 회생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채무 재조정에 동의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면 발을 빼려 할 수 있다.
이에 산은과 수은은 시중은행과 회사채 투자자가 채무 재조정안을 거부할 경우 곧바로 대우조선을 P플랜으로 보낸다는 ‘배수진’을 쳤다.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에 들어가면 법원이 강제로 채무조정을 하게 돼 채권자가 더 큰 폭의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대우조선도 임금 삭감, 감원 등 추가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임금 반납ㆍ무급 휴직을 통해 올해 인건비를 25% 줄이고 현재 1만 명인 직원(직영인력)을 1천명 더 줄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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