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한 권의 시집을 건냈다
오래된 아픔이었다 그것은
명치 끝, 풀무불 속에서 집어낸 행간들
그러나 너는 모른다
헤어져 돌아서는 순간, 네 눈동자 속에 어리던
그 빛의 농도와 채도를 읽기 위해 나는 또 지난 밤 얼마나
내 마음을 쓸고 닦아내야 했는지
햇살이 바람이 은행잎이 길게 누워있는 벤치가 말을 걸어온다
집히지 않는 곳의 욱신거림
감미로운 고통이 들락거리며 말을 걸어온다
신발을 신기 위해 등을 굽힐 때나
찻물을 데울 때
전동차의 세 번째 칸에 서서 흔들리는
바닥을 볼 때도
가만히 마주하는 네 얼굴
어느 외진 모퉁이를 돌 때나
우듬지 아득한 메타세쿼이아 그늘 아래
거기 꼭 있을 것 같은
사람아, 홀로 사랑받고 있는 사랑아
너만 모른다 철이 없어
모든 계절을 다 주고만 싶은
너만
시인ㆍ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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