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20:45 (수)
진짜배기 교육
진짜배기 교육
  • 이주옥
  • 승인 2017.03.28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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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옥 수필가
 살아가면서 내 맘대로 안되는 게 세 가지 있다고 한다. 자식, 주식, 그리고 골프다. 그중 유독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내 맘대로 하려고 하는 부분은 아마 자식일 것이다. 맘대로 안 된다고 쉽게 놓을 수도, 방관할 수도 없는 자식일. 자식 문제 앞에서만큼은 평정심을 잃을 정도로 극단적이기도 하고 온몸을 내던지는 전사가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식 교육은 단순하게 열기라고 하기엔 표현이 미비할 정도로 유난스러운 부분이 없잖아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 아이는 남다르게 영특하다 생각했고 내 인생의 절대적인 존재였다. 남들 하는 것은 다 시켜야 했고 그 아이는 멀티 플레이어처럼 만능이어야 했다. 어떤 세부계획 없이 이리 끌고 저리 끌면서 다 감당해주고 독보적으로 뛰어나기를 바랐다.

 맹모삼천지교를 모토로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도 해봤고 학원 하나 고르는데도 신중하고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엄마들 모이는 어느 곳에나 아이 성적이 대화의 중심이었고 주변 모든 아이들이 경쟁자였고 견제 대상이었다. 혹여 정보가 새나가 내 아이의 장래에 영향을 끼칠까, 마치 비밀 결사대처럼 알음알음, 끼리끼리 뭉치곤 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학과목은 물론, 피아노, 무용, 그림, 심지어는 줄넘기 학원까지 보내며 부모들의 어깨는 무겁고 아이들은 혹사당했다. 그러는 사이 영어는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고 수학은 어느 부분까지 끝내야 한다는, 법칙에도 없는 법칙이 수시로 만들어졌다 폐기됐다.

 하지만 공부에도 트렌드가 있는 건가. 아니면 산만한 교육의 뒤늦은 자성인가. 어느 때부턴가 아이들은 창의력 함양이나 독서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백화점 문화센터나 마을 도서관 프로그램에는 학습 위주가 아닌, 놀이문화나 창작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지각 있는 부모들은 수긍했고 그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상당히 고무적이고 한시름 놓게 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 돌입했다. 어느 미래 예측 전문가는 ‘AI 시대에 학원을 뺑뺑이 돌리기보다는 아이들 개성이나 창의성을 살려줘야 한다’고 역설한다. 책 속의 단순한 지식을 암기하고 객관식 문제 맞히기에 급급 하는 건 이미 후진국 교육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전문가은 발 빠르게 대안을 제시했고 학부모들도 재빠르게 수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교육-명문대-좋은 직장-은퇴(안락한 노후)는 가장 복 받은 한 사람의 일생처럼 공식화된 인식이 없지 않았다. 그 안온한 평생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과정을 밟게 해주느냐에 달려 있었다. 모두가 다 아는 만큼 지식을 주입시키고 예체능 부분까지 섭렵시켜서 세상이라는, 사회라는 진열대에 마치 하나의 작품이나 상품처럼 내어놓는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 돌입한 지금, ‘생각’이나 ‘부지런함’ 같은 지극히 인간적인 소양 말고는 내 영역 밖에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숨 쉬고 생리적인 배설 하는 것 빼고는 인공지능에게 모든 권한을 빼앗길 처지에 놓여있다. 인공지능이 대체 할 것은 무궁무진하고 인간이 제어하고 관여할 부분은 나날이 줄어들고만 있으니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날이 머지않았다.

 교육전문가들은 제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에게는 선행학습보다는 협동과 사회적 적응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주입된 지식과 획일화된 업무 능력보다는 조직에 어울리며 단체생활에 적응하는 능력만이 진정한 사회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역설한다. 어느 날부턴가 아파트 놀이터 모래밭엔 아이 손을 잡고 나온 엄마들로 붐빈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인형 놀이와 그림 그리기를 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가 네다섯 살이 되면서 매일 글자를 읽히고 숫자를 세고 심지어 알파벳을 외게 하며 조바심을 내던 엄마들도 덩달아 여유 있어 보인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건만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부모는 물론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하루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유행이나 트렌드에 쫓아가기 바쁘지만 아이들 교육만큼은 유행이나 맛보기 식이 아닌 진짜배기 내용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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