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9:22 (목)
托鉢僧(탁발승)
托鉢僧(탁발승)
  • 송종복
  • 승인 2017.03.29 2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송종복 문학박사(사학전공)ㆍ(사)경남향토사연구회 회장
  托:탁-밀다 鉢:발-중의 밥그릇 僧:승-중

 조선의 불교탄압에 길거리로 나와 걸식하는 승려를 말함인데, 이들은 양반 관료사회를 비판하고 썩은 정치를 욕했다. 여기에 양반들은 갑질 언사로 `땡초`라 비하한 것이다.

  탁발승[黨聚僧:당취승]은 중국 송(宋)나라 때부터 유래한다. 원래는 인도에서 행하던 수행자의 풍습을 불교에 도입한 것인데, 특히 한국과 중국 불교에서 그 풍습을 이어 왔다. 원래의 취지는 수행자의 간소한 생활을 표방하는 동시에 아집(我執)과 아만(我慢)을 버리게 하며, 속인에게는 보시하는 공덕을 쌓게 하는 데 있다. 이는 주로 선종(禪宗)에서 수행했다.

 탁발승은 고려 공민왕 때 몽골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 스님들의 모임이다. 그 후 조선은 불교를 탄압하고 유교를 숭상하자 심신수련을 위해 수행해야 할 터전도 잃고, 탄압 속에 깨달음을 얻기 위해 이들은 `떼거리[黨聚:당취]`로 전락하는 처지가 됐다. 이들은 양반 관료사회를 비판하며 때로는 섞은 정권과 맞서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외침을 막아 국가를 보지(保持)했다. 또한 지역 단위나 전국적 조직을 가져 조선 후기 빈번했던 민중봉기에 무리를 이끌고 관여한 적도 있다.

 조선 연산군(1504)은 승과(僧科)와 도승(道僧:승려 자격증)을 폐지하자 전국적으로 가짜 중이 급증했다. 이들은 10~20여 명씩 짝을 지어 사찰을 돌아다니면서 수행ㆍ학업에 열중하는 승려들을 괴롭히고 먹거리 등을 약탈하는 사실도 있었다. 지리산 땡추 출신인 김단야(金丹冶), 금강산 땡추이던 이충창(李忠昌)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당취(黨聚)란 혁명적인 뜻이 담겨있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민란을 꾀하거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들이 많았다. 이같이 잘못된 정치체제를 바로 잡으려는 스님들의 비밀결사조직이었다. 요즘은 주거가 거의 아파트로 돼 있어 걸식을 할 수 없으나 1950~1960년대 초까지도 탁발승이 많았다. 이들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식량을 구걸했다. 조선 유학자들은 이들을 `탁발승`이라 하지 않고, 비하해 `黨聚(당취)`, `땡추`, `땡초`, `땡중`, `땡추중`으로 불렸고, 지금도 `땡중`이라고 부른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놀고먹는 종교인, 전문인을 가장한 어중이떠중이, 주색과 잡기를 좋아하는 도인, 별로 신통 없는 점괘로 시주를 바라는 도술인, 잿밥에 집착 긍긍하는 일반 중을 땡초라 했다. 원래는 양반관료사회를 비판하고, 썩은 정치를 욕하고, 외세침입에 항거하고, 민생을 보호하는 `탁발승`이다. 이에 양반들은 자기들 행위에 반한다고 해 갑질 언사로 `땡초`라 했다. 이는 어원도 모르는 사람들의 무지한 소치이다. 스님 또는 승려를 일반적으로 중(衆)이라 하지만 `땡초`란 말은 삼가기 바라며 진정한 `땡초`가 나오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