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1:18 (금)
가야의 유산
가야의 유산
  • 구애순 수필가
  • 승인 2017.04.03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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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애순 수필가
 지난해부터 회현동 주민센터 서쪽 인도에 인부들이 대문 틀 같은 철 구조물 다섯 개를 띄엄띄엄 세우더니 철골 사이에 튼실한 철조망을 붙였다.

 ‘저것이 도대체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고?’ 그곳을 지나칠 때마다 궁금해하다가 어느 날 마음 먹고 찬찬히 살펴보았다. 철 구조물 표면에 가야의 황새 장군을 사랑한 여의 낭자와 유민 공주의 애달픈 사연이 자세히 쓰여 있었다. 반대편 철조망에는 사랑의 맹세와 하트를 그린 ‘사랑의 자물쇠’ 몇 개가 걸려있었다. 연인들이 사랑의 증표로 걸어 놓고 간 것이었다.

 요즘 유명 관광지에는 ‘사랑의 자물쇠’를 매다는 곳이 더러 있다. 오래전 이탈리아 관광에서 ‘줄리엣의 집’에 들렀을 때다. 담벼락 철조망에 세계 각국 연인들의 가지각색 자물쇠가 빼곡히 매달려 있었다. 그 많은 자물쇠마다 연인들의 이름과 한두 마디씩 사랑의 의미를 담은 글들이 쓰여 있었다.

 최근 김해시는 ‘회현동 패총’과 ‘봉황대 유적’이 있는 우리 마을을 관광명소를 만들려는 의지로 전에 없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회현동 주민센터에서 봉황대로 통하는 길을 정비하고 밤이면 신비스러운 불빛이 새어나오는 예쁜 대리석구조물도 길을 따라 설치했다. 패총전시관으로 통하는 골목길은 시커먼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포근하고 부드러운 연분홍색 고무 재질(材質)로 깨끗이 포장하고 골목의 블록 담들을 다양한 색깔의 페인트로 단장했다. 넓은 벽엔 장식용 벽돌과 기왓장 등으로 색다른 조형물을 설치하면서 뜻 깊은 글도 써넣고 예쁜 그림도 그려 넣었다. 우리 집 한쪽 담 꼭대기에는 새들이 지저귀는 형상과 물고기를 쫓는 고양이 등 작은 조형물을 설치하고 밤중에도 골목길이 훤하게 새로운 가로등도 달았다.

 패총전시관 끝자락에는 가야시대의 도련님과 아가씨가 마주 보며 반기는 거대한 금빛 조각상을 세웠는가 하면 반대쪽 골목 담벼락에는 미모의 청년이 사모하는 여인에게 꽃다발을 바치는 부조를 장식해 놓았다. 이 모두 봉황대 ‘황새바위’에 얽힌 비련의 주인공 황새 장군과 여의 아가씨의 애틋한 사랑을 기리려는 뜻으로 생각한다. 유적지를 찾은 손님에게 감명 깊은 추억을 선물하려는 김해시의 배려가 돋보인다.

 가야의 유산은 김해의 보물이며 자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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