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1:19 (금)
역사는 지금 정치를 어떻게 평가할까
역사는 지금 정치를 어떻게 평가할까
  • 오태영 기자
  • 승인 2017.04.09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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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태영 사회부 부국장
 흔히 역사는 인권과 자유가 신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고 한다. 인권과 자유 확대의 기록이 바로 역사라는 말이다. 지금까지 인권과 자유 확대의 반대편에는 국가권력이 있었다.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와 기본적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투쟁해온 것이 민주주의의 역사다. 지금도 인권이 탄압받고 자유에 목말라하는 곳이 많지만 분명 우리 사회도 이 방향으로 발전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이 두 가치보다는 새로운 가치를 더 강하게 요구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공정사회에 대한 욕구다. 이번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드러난 민심은 부모의 재산이 자식의 능력이 되는 사회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 게임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민심이 정유라의 한마디 말로 들불처럼 타올랐다. 사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대통령을 몰아낼 수 있는 나라에서 자유의 빈곤을 이야기하는 것은 한참 빗나갔다.

 지금 대선주자들의 말에서도 이런 흐름의 흔적이 묻어난다. 아직 대선주자들이 인권이나 자유를 이야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어느 한 후보가 ‘기업에게 자유를’이라고 했지만 이 경우의 자유는 정부의 부당한 간섭과 과도한 규제를 풀겠다는 의미라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역사발전의 축이 돼온 자유와는 개념이 다르다. 아직 공정이라는 가치가 국민 절대 다수의 최우선 가치로 정착됐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젊은 세대들은 게임의 룰을 공정하게 뜯어고치는 일을 절대절명의 과제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한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몰리고 있는 젊은 세대의 표심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데는 다수가 동의하지만 보수성향 후보 지지 경향이 높은 노장년층은 생각의 초점이 다른 데 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계층은 경제와 안보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의 생각은 대한민국을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켜 왔는데 안보관을 믿을 수 없고 퍼주기에만 신경 쓰는 좌파 포퓰리즘에는 정권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은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젊은 세대와 민주화와 산업의 주역이었던 기성세대 간에 문제를 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대선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지만 세대 간의 표 대결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선 국면의 핵심이슈인 사드 문제, 경제위기극복, 적폐청산 등은 세대 간 관심사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다른 데 있다고 보여진다. 10~20년의 역사는 어떨지 모르지만 수백 년의 역사는 결국 흐름을 이야기한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작은 문제들은 찻잔 속의 폭풍일 뿐이다. 역사는 당시의 시대가 긴 역사 흐름에 어떻게 호흡하고 발전해 나갔느냐를 기록한다. 사가들은 작금의 시대가 향후 한반도 5천년 역사에서 어떻게 준비해 왔고 긴 역사 흐름에 무엇을 기여했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우려되지는 점이 적지 않다. 권력쟁취가 정치의 핵심가치인 점을 모르지는 않지만 긴 역사에서 시대 소명을 어떻게 완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지금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무엇이 돼야 하는지도 분분하다. 안보도 경제도 적폐청산도 모두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국민들 저마다의 방점은 제각각으로 보여진다.

 정치는 가치를 공유하고 그 공유를 통해서 정권을 획득하는 과정이라고 볼 때 지금의 대선 국면은 이런 노력이 별로 보여지지 않는다. 후보 진영의 관심은 가치의 공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보다는 유리한 경쟁 구도를 확보하는 데만 몰려있다. 이런 국면은 결국 국민들을 줄 세우기 할 수밖에 없다. 역사에 대한 고민과 성찰은 온데간데없고 패거리 의식만 부추긴다. 분명한 것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자파세력만으로는 국정을 원만히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협치가 가능할지, 가능하다 해도 제대로 굴러갈지 의문이다. 또 정치야 필요하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고 하지만 갈라놓은 민심은 그렇지 못한 것도 우려스럽다. 대선주자들은 향후 5천년 한반도 역사에서 무엇을 기여했다고 평가받을지 고민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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