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6:23 (금)
중매와 연애결혼
중매와 연애결혼
  • 정창훈
  • 승인 2017.04.12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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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훈 객원위원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하면 뺨이 세 대’라는 말은 혼인은 억지로 권할 일은 못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매는 함부로 할 일이 못 되며 신중히 잘해야 함을 이르는 말이다.

 부부간의 내일을 담보해 줄 수는 없는 일이지만 나도 중매를 했다. ‘3쌍만 성사시켜도 천당을 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동안 10쌍 이상 중매를 해준 커플들이 아들딸 잘 낳고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중매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주위에서 전문적으로 중매하는 일을 업으로 하라고도 하지만 그럴 일은 아니다. 다만 중매에 대한 관심을 가지려고 한다. 소개를 했는데 서로의 만남이 진실한 인연이 되고 인연의 끈이 선남선녀에게 놓을 수 없고 놓칠 수 없는 끈이 돼 운명처럼 평생 행복하게 함께할 인연이 된다면 이 또한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지난달에도 중매로 한 쌍이 결혼을 했다. 신랑과 신부는 일가친척과 지인들을 모신 자리에서 평생을 함께할 부부가 되기를 맹세했다. 이 성스러운 자리에서 주례는 “3월의 신부가 이렇게 예쁜지, 3월의 신랑이 이렇게 멋진 줄 몰랐다면서 두 사람의 만남과 결혼을 기적이라”고 했다.

 신랑은 20대 후반의 금융 CEO다. 알게 된 지는 1년 정도이지만 갈수록 매력 있는 친구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그에게 우리가 20대에 간과했던 일들을 잘 대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중진 언론인이면서 신앙인인 친구와 매주 1회씩 만나고 있다. 가끔 시간을 내서 해외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관련 업계에 있는 분들과 다양한 교류도 하고 있다. 매월 1회씩 독서모임도 하고, 개인적인 일들까지 토의도 한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인생에서 결혼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고 드디어 인생 최고의 황금기에 결혼도 하게 됐다.

 남녀 간의 결혼은 나다움의 나를 지키면서 너와 내가 부부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믿음과 소망으로 같은 배를 타고 드넓은 바다로 항해하는 출발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다른 성격 등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며 자식들을 낳고 평생을 우리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결혼을 인생의 중대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시몬느 보봐르(Simone de Beauvoir)는 “결혼은 개인을 고독으로부터 구하며, 그들에게 가정과 자식들을 주어서 공간 속에 안정시킨다. 생존의 결정적인 목적수행이다”라고 결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결혼 적령기는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한다. 한 결혼 정보회사에서 실시한 결혼 적령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남성은 33세 여성은 30.5세를 평균 결혼 나이라고 한다.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 사회생활을 늦게 시작하고, 경제적인 기반을 잡고 결혼을 하겠다는 인식의 변화 때문인지 갈수록 결혼 인구도 줄어들고 초혼 연령대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결혼할 상대를 찾지 못했다는 젊은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그냥 바빠서’, ‘결혼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 ‘마음에 드는 이성이 없어서’라고 한다.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정부가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결혼이 이뤄지도록 제 3자가 남녀의 만남을 소개하는 중매문화는 어쩌면 인류가 탄생한 그 시점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화살을 쏘아 사랑을 이뤄주는 ‘큐피트’가 서양에 있다. 큐피트(Cupid)는 라틴어로 ‘욕망’, ‘사랑’에서 온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Eros(에로스)라고 불려진다. 아프로디테(비너스)의 아들로 설정이 돼 있다. 황금 화살과, 납 화살을 가지고 다니며 황금 화살을 맞은 사람은 사랑을, 납 화살을 맞은 사람은 증오를 갖게 만들어 준다는 ‘사랑과 애욕의 신’으로 설정이 돼 있다.

 동양에는 부부가 될 운명을 정하는 신, 월하노인(月下老人)이 있다. ‘월하노인’은 달 아래 노인으로 부부의 인연을 맺어주는 ‘중매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중국 고대전설에서 혼인을 관장하는 신으로 붉은 실로 결혼할 대상을 가리켜 준다. 신이 남녀를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붉은 실로 묶고 다니는데 이 실은 절대로 끊어지는 법이 없다고 한다.

 흔히 사람들이 중매를 꺼려하는 기우와는 달리 중매를 통한 결혼은 장점이 많다. 부모님이나 집안 어른들이 맞선을 주선할 정도라면 그 상대방의 집안에 대한 신뢰도는 어느 정도 보증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중매 만남은 적당한 긴장감과 거리감을 갖고 만나게 되므로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더 커질 수 있다. 예의를 갖춰 상대를 대하게 되므로 결혼 후에는 서로 존중하는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상대에 대한 외형적 조건을 미리 맞출 수 있기 때문에 둘 사이의 문화ㆍ경제적인 차이로 인한 불화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인연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것. 오다가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이 내 운명일 수도 있고, 지인의 소개로 만난 사람이 내 반쪽일 수도 있다. 그러니 중매든 연애든 어느 한 가지 만남 형태만 고집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이성들을 만날 기회를 많이 가져보는 게 우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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