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8:22 (금)
대졸 성적과 대선 후보의 성실성
대졸 성적과 대선 후보의 성실성
  • 이광수
  • 승인 2017.04.13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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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소설가
 얼마 전 모 일간지에 대선 후보 유력인사들의 대학 졸업성적이 게재 돼 퍽 흥미로웠다. 유력 다섯 후보의 평균 성적은 B학점이었다. 모 후보는 졸업성적을 제공하지 않아 게재되지 않았다. 아마 학생운동으로 투옥돼 복학하는 바람에 성적이 시원찮았던 모양이다. 최고 점수는 3.83점(B+)으로 A후보였다. 최저 점수는 2.5점(C+)으로 S후보였다. H후보가 3.0(B), Y후보가 3.19점(B)으로 A후보를 빼고는 공부 잘한 학생들은 아니었다. 서울의 SKY 등 소위 일류대와 지방 국립대는 절대평가를 해서 A학점이 50%대에 이른다고 했다. 지금은 교육부에서 학점 인플레를 막기 위해 상대 평가제를 도입도록 해서 다소 완화됐다고 한다. 다섯 후보자들이 대학 다닐 때를 생각하면 한 후보를 제외하고는 학교수업을 등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분은 서슬 퍼런 독재정권하에서 민주화운동 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를 댈 수 있겠지만, 어쨌든 학생으로서 본연의 자세인 수업에 충실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내가 왜 대졸 성적을 가지고 이야기를 꺼내는지 눈치 빠른 사람은 짐작할 것이다. 세칭 SKY대는 극성스런 대한민국 부모들이 자기 자식들이 입학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선망의 대학들이다. 다섯 후보 중 3명의 후보가 S대, 1명이 K대 출신이라 가히 수재나 천재급에 속한다고 할 수가 있다. 성적을 제공하지 않은 한 분은 서울대에 지원했다가 실패한 후 후기대인 K대학에 들어가 사시에 합격했다. 이런 대학에 들어가 절대평가를 받는 시기에 B나 C학점을 받았다는 것은 학업의 성실성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청년 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N포세대로 전락한 한국 청년의 자화상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게 한다. 취직시험에 목을 매는 청년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보통 10개에서 심지어 50여 가지 자격증을 가지고 100여 통의 자소서를 써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불합격의 비보뿐이란다. 이제 실망하다 못해 자포자기하며 세상을 원망하고 있다. 이는 기성세대에 대한 거대한 분노이자 현실에 대한 절망감의 표출이다. 만약 현시점에서 위 다섯 대선후보가 대기업이나 유명 공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냈을 때 1차 관문을 통과할 후보자는 1명에 불과할 것이다.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최저 응시학점은 대개 B+이다. 물론 학점을 무시하는 기업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극소수이며 특수한 기능을 보유한 자에 한정돼 있다. 내가 이 시점에서 특정 후보를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 후보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창업에 성공해서 거부가 됐다. 하지만 그 후보자 역시 IQ가 172로 멘사 급의 천재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A학점에 미달한 것을 보면 학업에 대한 성실성이 3%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왜 성실성을 강조하느냐 하면 성실성은 참되고 거짓이 없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 사회의 엘리트 계층으로 일류대를 나온 법계, 관계, 언론계, 경제계, 학계, 노동계, 사회 운동계, 출신의 머리 좋은 정치인들이 한국 정치를 망쳐 놓았다. 자기 머리만 믿고 대다수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의 속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보수냐 진보냐의 진영논리에 매몰돼 불통의 정치를 해 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탄핵돼 구속되고 머리 좋은 대통령 참모들이 줄줄이 영어의 신세가 됐다. 이런 비극을 맞은 한국의 정치 현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다음 달 9일이면 새 대통령을 뽑는다. 지금 대선 판국에선 자기가 새 대통령으로 최적임자임을 강조하며 목청을 돋우고 있다. 그런데 이분들의 대졸 성적이 보여주는 불성실성이 과연 현실정치에 어떻게 투영될지 자못 궁금하다. 제 머리만 믿고 독불장군처럼 군림만 하고 국민을 성실하게 보살펴줄 소통의 리더십이 부족한 불통의 지도자는 분열과 대립만을 부추길 따름이다.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나 후보자의 스펙으로 잘 못 판단해서 투표권을 행사한다면 한국 정치의 미래는 암담할 것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목전에 두고 10년째 멈춰 선 한국호의 앞날은 바로 우리 국민들의 올바른 선택과 판단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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