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6:53 (금)
당신의 112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112 안녕하십니까
  • 김병기
  • 승인 2017.04.17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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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김해중부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위
 며칠 전 새벽 4시 06분. “아는 사람이 행패를 부린다. 겁이 나 못 살겠다”라며 다급한 여자 목소리 행패 소란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김해 어방동”이라 하고는 번지를 묻는 접수자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다 전화가 끊겨 더 이상 통화가 이뤄지지 않자 발신자 위치추적으로 인제대학교 밑 아래각단사거리 쪽으로 위치 값이 뜨자 하달된 것이다.

 경찰서에서는 즉시 인접한 곳에 있는 순찰차를 출동시키며 녹취분석에 들어가며 신고자 최근 신고 이력 등을 확인했으나 추가정보가 없어 휴대폰 가입자에 대한 당직 형사에 통신 수사를 의뢰했다.

 주도로 4개소와 이면도로 2개소로 엉킨 교통량이 혼잡한 아래각단사거리를 중심으로 순찰차와 번개, 형사 차 등 9대가 동원돼 골목길을 누비며 신고자를 찾기 위해 혼신을 다했고 일부는 순찰차에서 내려 귀 기울여 비명소리를 듣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다들 잠든 새벽 시간이라 발소리를 죽이며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주택가임을 감안해 불빛 있는 집을 찾아 헤매기를 반복하다 다들 녹초가 됐다. 잠시 후 통신 수사 결과가 나왔다. 급히 주소지를 하달하고 확인하도록 했더니만 아뿔싸 그곳은 인제대학교 앞 휴대폰가게 주소라 한다.

 허탈한 마음이 들었지만 가입자가 84년생 남자인데 신고자가 여자인 점을 착안해 아들 명의로 엄마에게 휴대폰을 개통해 줬을 것으로 판단돼 지구대에 특정 조회를 실시하도록 해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들 집을 알아냈다. 아들은 엄마와 같이 살지 않는다 해 함께 다시 엄마 집을 방문하니 다행히 엄마는 술 취해 자고 있다 해 무사함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평소 알고 지내는 남자친구와 술을 먹었는데 집안 물건을 부수고 해 겁이 나 신고를 했다 한다.

 이때가 새벽 05시 15분. 주소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이후 전화를 받지 않은 신고자에 의해 경찰관 20여 명과 순찰차 등 9대가 동원돼 1시간 이상을 허비하게 된 것이다.

 아직도 우린 알지 못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녀들도 나쁜 사람 112신고 요령을 아는데 정작 어른들은 급하면 112를 찾지만, 무엇을 말해야 되는지 모른다. 현재 상황과 위치를 말해야 하고, 말을 할 수 없는 처지라며 휴대폰을 켜놓는다든지 주변 건물 등을 알려 경찰이 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연지공원 등 위치를 찾기 어려운 곳에는 경찰에서 ‘날쌘돌이’ 표지판을 부착했다.

 아무 일 없이 마무리돼 다행이지만 그동안 다른 지역은 예방순찰 활동 등을 하지 못한 피해는 고스란히 이웃 주민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하긴 급하면 집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할 수 있지만 이것은 아니다.

 각종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활동과 성숙한 시민의식의 전환으로 허위장난신고는 날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이에 비례해 제대로 신고요령을 알지 못한 까닭에 통신 수사에 특정 조회에 자는 가족을 깨우는 등 당신의 112는 안녕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평소 112신고도 연습이 필요하다. 물론 집에 도둑이 든 가상 현실을 설정한 마음속 연습이지만 현재 처한 상황 그대로 경찰이 찾아올 수 있는 위치 정보를 알려 잘못된 신고피해로 경찰력이 낭비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당신의 112가 안녕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연습 된 당신의 신고에 민첩한 경찰력의 대응으로 당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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